• [보도자료] 신영복 선생님 10주기를 맞으며 [문정은 부대표]
[문정은 정의당 부대표 SNS 메시지]
신영복 선생님 10주기를 맞으며

- 일시: 2026년 1월 15일(목)
- 게재처 : 페이스북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을 뵌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제야 선생님의 부재를 절절히 느끼는 것은 시대의 어른이 없는 한탄일까요.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들만이 오래도록 따스한 온기가 되어 삶을 지탱해 주는 것 같습니다. 

철없던 시절, 대학 강의실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던 시절, 미등록 학생들을 위한 서화전을 함께 준비하며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을 느꼈던 순간들, 그리고 마지막 가시는 길 평온하셨던 얼굴이 어제처럼 선명합니다.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선생님과 나누었던 대화 하나하나가 지금도 제 삶의 나침반이 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사상은 개인을 넘어 관계로, 관계를 넘어 공동체로, 그리고 공동체를 넘어 생명으로 확장되는 '더불어 숲'의 철학이었습니다. 20년의 감옥 생활 속에서도 선생님은 절망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관계에서 자유로운 개인은 없으며, 더불어 사는 삶만이 진정한 자유"라는 깨달음을 우리에게 전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글씨 하나하나에는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그리고 세상을 바꾸려는 단단한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지금 저와 동지들은 깊은 어둠 속을 지나고 있습니다. 진보 정치는 힘을 잃어 험난한 길을 걷고 있고,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파편화되고 있습니다. 자본의 질서는 더욱 공고해져 우리 사회 곳곳을 지배하며, 희망마저 상품화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럴 때일수록, 선생님의 가르침이 더욱 절실합니다.

"변혁은 타자와의 관계 개선이며,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곧 나를 바꾸는 일"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지금 진보 정치가 다시 서야 할 출발점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의석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였는지 모릅니다. 나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하는 길임을 죽비처럼 일깨워 주십니다. 진보 정치의 재건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깨어진 관계를 다시 잇고, 파편화된 삶을 다시 엮어내는 일상의 실천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과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권력을 잡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진보 정치의 본질임을 일깨워주신 말씀입니다. 권력만을 쫓아 산꼭대기만 바라보며 사람들의 삶이라는 산자락을 외면하고 있는 우리 정치의 오만을 돌아봅니다. 

자본의 질서가 아무리 공고해 보여도, 선생님은 "담장은 안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밖을 가두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의 체제가 영원할 것 같지만, 그 담장은 이미 수많은 균열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균열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기후 위기에 맞서는 청년들, 불안정 노동에 저항하는 노동자들, 차별에 맞서는 소수자들, 그들과 함께 새로운 연대의 언어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요즘처럼 어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때가 없습니다. 함께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선생님께서 20년의 감옥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키우셨듯이, 우리도 이 어려움 속에서 '더불어 숲'을 다시 일궈낼 것입니다. 배제가 아닌 포용의 정치를, 혐오가 아닌 연대의 사회를, 경쟁이 아닌 협력의 공동체를, 그리고 자본의 질서가 아닌 생명의 질서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심으신 씨앗은 지금도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나무가 되어, 더 큰 숲이 되어, 선생님께서 꿈꾸셨던 세상을 반드시 만들어가겠습니다. 부디 편안히 쉬소서.

2026년 1월 15일
문정은 정의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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