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투자 활성화’ 가면 쓴 SK 재벌 특혜, 이재명 정부는 재벌의 ‘금융 사금고화’를 허용하려는가?
[논평] ‘투자 활성화’ 가면 쓴 SK 재벌 특혜, 이재명 정부는 재벌의 ‘금융 사금고화’를 허용하려는가?

-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실질적 수혜자는 SK하이닉스, 총수 지배력 유지 목적에 따른 맞춤형 특혜일 뿐
- 정부 정책은 “총수 돈은 쓰지 않고, 지배력도 유지한 채, 외부 자금으로만 공장을 짓게 해달라”는 재벌의 무리한 청탁을 들어주는 것
-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고착화되고 금산분리 원칙 붕괴로 재벌 공화국 심화될 것
- SK그룹은 ‘꼼수 규제 완화’ 뒤에 숨지 말고, 유상증자 등 정당한 시장의 방법으로 투자금 조달하라


이재명 정부가 ‘첨단전략산업 투자 활성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재벌 견제의 마지노선인 금산분리 원칙을 허물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체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 방어와 문어발 확장을 위한 맞춤형 특혜에 불과하다. 재벌의 ‘금융 사금고화’ 허용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원칙을 깨는 것이다. 나아가 ‘금융리스업’을 허용하며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규제까지 100%에서 50%로 대폭 완화해 주겠다는 것이다. 재벌(산업자본)이 은행이나 보험사(금융자본)를 소유해 고객의 돈을 사금고처럼 쓰거나, 계열사 확장에 악용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 금산분리 원칙의 취지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첨단산업 육성’을 핑계로 이 안전장치에 구멍을 뚫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가 누구를 향해 있는지 보라.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 단계에 묶여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대표적인 기업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가 투자를 위해 자회사(증손회사)를 만들려면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데, 막대한 자금이 들어 이것이 어렵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그래서 지분율 요건을 50%로 깎아주고, 금융리스 회사를 세워 외부 자금을 끌어오게 해달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왜 정상적인 시장의 방법인 ‘유상증자’를 하지 않는가?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400조 원을 넘나드는 글로벌 기업이다. 투자금이 필요하면 주식을 발행해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유상증자’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상식이자 정공법이다. 그런데도 SK는 시장의 규칙 대신 굳이 ‘규제 완화’라는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명백하다. 오직 ‘총수의 그룹 지배력 유지’ 때문이다.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상 중간지주회사인 SK스퀘어가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은 고작 20.07%에 불과하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지분 요건을 간신히 맞춘 수준으로, 만약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지분율 희석으로 인해 최태원 회장의 지배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SK가 유상증자를 기피하고 금산분리 완화에 목을 매는 진짜 이유는 자금 부족이 아니라 총수의 지배력을 지키는 데 있다. 이번 조치의 본질은 “총수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지배력도 훼손하지 않은 채, 은행 빚과 외부 투자자의 돈으로만 공장을 짓게 해달라”는 뻔뻔한 요구를 정부가 ‘금융리스 증손회사’라는 도구로 합법화해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특혜가 초래할 미래는 위험천만하다.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지켜온 금산분리 원칙이 붕괴될 것이다.

정부가 주도해 조성하는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SK하이닉스의 투자 재원으로 쓰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이 극심한 산업이다. 호황기에 번 돈은 총수와 주주가 가져가겠지만, 불황이 닥쳐 투자가 부실해지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펀드에 자금을 댄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기관, 즉 국민이 떠안게 된다. 불과 2년 전 수조 원대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의 위험을 왜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가?

또한 이번에 ‘반도체’라는 이유로 SK에 특혜를 주면, 내일은 배터리·바이오·플랫폼 기업들이 똑같은 요구를 들고 나올 것이다. 한번 뚫린 둑은 되돌릴 수 없다. 대한민국 경제는 금융자본을 사금고 삼아 몸집을 불리는 재벌들의 놀이터가 되고, ‘재벌 공화국’의 성벽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금산분리 원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에 묻는다. 반도체에 매몰되어 원칙도, 국민에게 닥칠 위험도 보이지 않는가? ‘기승전 반도체’ 논리로 재벌을 향한 어떠한 특혜도 정당화되는가? 반도체 산업 육성이라는 미명 아래 국가 경제의 안전판인 금산분리까지 허용할 참인가? 반도체로 대기업이 배를 불리면 그 이득이 서민에게 돌아온다는 낡은 낙수효과 환상에서 깨어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인가? 이재명 정부는 제발 정신 차려라.

정부는 특정 기업을 위한 ‘SK 맞춤형 금산분리 완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지주회사 손자·증손회사 규제와 일반지주사의 금융업 보유 금지라는 금산분리 원칙은 재벌 한두 곳의 투자 편의를 위해 허물 수 있는 장식이 아니다. 국민성장펀드 운용 계획에서 특정 재벌에 편중된 지분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면 그 위험과 의사결정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투명한 거버넌스부터 제시하라. 

SK그룹 또한 꼼수 규제 완화 뒤에 숨지 말고, 유상증자 등 정당한 시장의 방법으로 투자금을 조달하라. 총수의 지배력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와 경제의 안전성, 그리고 국민의 혈세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라.

2025년 12월 11일
정의당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