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제주도 쿠팡 새벽배송 기사 사망… 쿠팡은 더 이상 숨지 말라
또 한명의 노동자가 퇴근하지 못하고 우리의 곁을 떠났다. 10일 새벽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을 마치고 물류센터로 복귀하던 30대 택배기사가 전신주를 들이받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고강도 업무 수행 중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야간노동의 위험성과 새벽배송 규제의 필요성을 두고 전 사회적 논의가 펼쳐지는 와중에 일어난 사망사고다. 우리 사회가 이 논의를 조금 더 일찍 시작했다면, 그리고 더 진전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죽음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홀로 새벽배송을 하다 세상을 떠난 한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한다.
프레시백 수거와 물품 분류 등 쿠팡 노동자들의 업무 하중은 더욱 늘어나고만 있는데 정작 단가는 거듭 떨어지고만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3년 새벽배송 1건당 1,200원 수준이던 단가가 올해 85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간노동은 650원 수준에 그친다.
이런 식이니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야간노동으로 몰리고, 더 많은 물량을 감당하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수입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 이마저도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계약 해지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특수고용노동자라 근로시간과 최저임금을 규제할 근거도 없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날 언론에는 또 다른 죽음이 알려졌다. 작년 5월 쿠팡 새벽배송을 하던 정슬기씨가 과로로 숨지고 2개월 뒤에 50대 새벽배송 노동자 한 사람도 숨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용직이라서, 개인 사업자라서, 관련성을 증명해내지 못해서, 일터가 아니라 자택에서 쓰러져서 ‘개인의 잘못’으로 끝나버린 죽음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른다.
쿠팡은 더 이상 ‘노노갈등’과 ‘노동자-소비자 갈등’ 뒤에 숨지 말라. 이 모든 죽음들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통감한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새벽배송 규제 이후의 대안을 제시하라. 대관 로비를 위해 정치권·법조계·언론계 인사 쓸어모으겠다고 수억대 연봉 쏟아부을 돈이 있으면 노동자 임금과 단가를 높이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2025년 11월 12일
정의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