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거시적 비전이 필요하다 [권영국 대표]
[보도자료]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관련 정의당 논평
-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거시적 비전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오늘로 100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지난 100일은 ‘회복과 정상화의 시간’이었다. 정의당은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3년간 근간부터 무너져 내린 국가 체계를 통합과 경청의 자세로 신속히 복원했다고 평가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가장 시급한 과제는 내란세력 청산과 국정 정상화, 한미 통상 갈등 대응이었다. 정부가 신속하면서도 원칙 있는 대응을 보인 점은 분명하며, 특히 내란세력 청산이라는 과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타협 없이 완수할 것을 기대한다.

노동 문제에서 진전이 있었다. 노동자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노란봉투법이 마침내 공포되고, 중대재해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확인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세 곳의 고공농성 현장을 모두 방문하여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과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 땅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현장에서 잘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고, 중대재해 역시 정부 의지와는 달리 뾰족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가 아직도 고공에 남아 있다. 관련 사안들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 책임을 촉구한다. 

젠더 문제는 초기에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방향 전환의 움직임이 보여 기대가 된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고 새로 임명된 원민경 장관은 비동의 강간죄·차별금지법 등 성평등 의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성평등은 타협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므로, 정부는 명확한 성평등 기조 하에서 다양한 가족의 법적 지원, 비혼 출산 제도화 등 근본적 변화를 정책화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한 성장 지상주의는 분명한 한계로 지적하고 싶다. ‘AI 강국’과 ‘코스피 5,000 시대’는 국민의 구체적 삶의 질 개선이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동반되지 않으면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다. 오히려 기술로부터 사람을 소외시키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하는 길이 될 수 있다. AI 윤리규제와 일자리 대책, 응능부담 원칙에 따른 조세와 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 

주식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만 권유할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해서 얻는 노동소득을 통한 삶의 희망과 자기 발전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노동 가치에 대한 평가 절하와 그로 인한 가치의 전도 현상은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이러한 지점에서 ‘코스피 5,000 시대’는 그 선후가 바뀌어 있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한편 신공항·케이블카·양수발전 댐·송전탑·신규 원전 건설 추진 등 생태 의제들에 관한 입장은 윤석열 정부와 다를 것이 없다. 이는 심각하게 생태와 환경 파괴를 수반하는 것으로 반생명적이다. 기후정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첨예한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한국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사회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정부를 기대한다. 한국 사회는 기후위기, 고령화, 산업변화라는 거대한 도전 속에 있다. 폭염과 가뭄 같은 기후재난은 낮은 곳에 더욱 위협적으로 닥쳐오고, 고령화와 각자도생의 시대에 가난한 사람들은 돌봄 공백에 신음하고 있다. 가속화되는 산업 전환 속에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대책 없이 내쳐질 위기에 놓여 있다. 성장뿐 아니라 평등과 생태, 연대의 가치를 담은 사회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5년 임기를 넘어 10년, 20년 뒤의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설계하는 시작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나하나의 개혁을 넘어, 사회대전환을 위한 담대한 비전과 구체적 정책 결단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정의당도 지속 가능한 시민의 삶과 대한민국을 위한 길에 원칙을 갖고 협력과 견제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2025년 9월 11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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