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관련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말씀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언제나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서 함께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88세의 나이로 선종하셨습니다.
2014년 8월 방한한 교황의 거침없는 발걸음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에 의해 정쟁거리로 공격당하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리낌 없이 만나 위로했습니다.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 그 간명한 말씀이 우리 사회를 살렸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 12월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허용한 결정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의 시대에 가톨릭은 전진했습니다. 지금도 온몸으로 세상의 편견과 맞서고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그리고 모든 소수자들에게 이 결정은 참으로 따뜻한 위로이자 희망이고 용기였습니다.
여성과 무슬림의 발을 씻겨준 일, 교황청 장관에 최초로 여성을 임명한 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에 분명하게 평화의 목소리를 낸 일도 기억하겠습니다. 그 고귀한 삶의 여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방한 당시 ‘꽃동네’라는 이름의 시설에 방문하신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장애계가 탈시설 권리를 요구하는 가운데 이어진 행보였기에 장애인들에게는 큰 아픔이었습니다. 성소수자와 여성, 무슬림을 인정하지 않았던 가톨릭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대에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었듯이,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의 시대에는 장애인들의 탈시설 권리도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바랍니다.
교황께서 못다 한 실천과 봉사, 성찰을 정의당이 이어가겠습니다. “아주 가난하고, 약하고,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사람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라는 말씀을 제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빕니다.
2025년 4월 21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