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머리 묶어라, 귀걸이 떼라… 여성노동자 통제하는 ‘매뉴얼’ 당장 폐기하라!
한국마사회 사업장 내 경비·미화·시설관리·콜센터 등 업무를 처리하는 ‘한국마사회시설관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기관에서 ‘표준응대매뉴얼’을 운영하는데,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온갖 외모통제 규정들로 가득합니다.
목걸이·귀걸이 두께와 개수, 염색 가능한 색깔, 립스틱 색깔, 머리카락 길이, 손톱 모양 등, 노동자의 온몸을 통제하는 수준입니다. 옛날 옛적 만든 거면 모를까, 작년 6월에 만든 매뉴얼이라는 사실에 또 놀랍니다. 시대착오도 이런 시대착오가 없습니다.
회사 측은 해당 매뉴얼이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노동조합인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는 실제 적용되는 규제는 모두 여성 노동자만을 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 매뉴얼이 공론화된 것은 작년 12월 한국마사회 수원지사의 한 관리자가 여성 청소노동자를 향해 “머리 묶어라”, “귀걸이 떼라”라고 강요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네일아트 파츠가 뜯어지면서 다칠 수 있고, 앞머리가 눈을 덮으면 업무에 불편할 수 있다”라며 ‘노동자 안전’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런 건 노동자들이 알아서 합니다. 그럴듯한 명분 아무리 끌어다 써봐야 결국 노동자 통제 목적이고 성차별일 뿐이라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회사가 정말 노동자 안전과 처우를 고민한다면 불안정한 고용계약 구조와 휴게공간 개선에 힘쓰는 것이 먼저입니다.
공론화가 이뤄지자 회사 측은 “과도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고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애초에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관점으로 제작된 매뉴얼인데, 몇 군데 손 본다고 고쳐질 리 없습니다. 2025년에 존재해선 안 될 문건입니다. 당장 폐기하기 바랍니다.
2025년 2월 20일
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