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대표 공동행동 대표단 투쟁 결의발언문]
- 일시 : 2025년 2월 10일 오전 10시
- 장소 : 국회 앞
재벌특혜와 장시간 노동 조장하는 반도체특별법 폐기하라!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탄핵 재판과 내란공범들에 대한 수사가 한창인 시점을 틈타, 정부와 국회가 온갖 재벌특혜와 주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를 규정한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은 어떤 법인가?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을 보면, 국가경쟁력을 명분으로 삼성전자와 SK 등 반도체산업 재벌에게 전력, 용수, 도로, 폐수처리 등 모든 인프라 구축과 필요 인력 양성 지원, 반도체클러스트와 산업기반시설 조성 지원, 특별회계의 설치 등을 통한 다방면의 행정적?재정적 지원, 아울러 조세 감면 특례, 예비타당성조사 특례, 수도권 입지에 대한 특례, 인허가 의제 특례, 근로시간 예외 특례 등 그야말로 온갖 특혜로 가득 차 있다.
민간 반도체 재벌들의 이익을 위해 공기업 내지 국유산업에 맞먹는 공적 지원과 특혜를 부여하고 있는 법이다. 공적 지원을 통해 반도체산업을 육성함으로써 민간 재벌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을 어떻게 환수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과점과 환경 파괴와 같은 문제점들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안전장치는 전무하다. 오로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지원 규정으로만 채워져 있다.
반도체산업은 엄청난 전력과 물(용수),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화학독성물질의 사용을 필요로 한다. 필수재이자 기본권인 물과 에너지를 기업의 사적 이익을 위해 무한정 빨아들이고 환경파괴와 건강 위해에 대해 제한 없이 허가하는 반도체특별법은 재벌 특혜이자 기후 부정의로서, 인근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삶까지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앞당기게 될 것임은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이와 더불어 근로기준법에서 인간다운 노동을 위해 정하고 있는 주52시간 상한제 노동시간 규제를 반도체 특별법의 특례조항으로 풀어헤치려 하고 있다. 지난 2월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정책 토론회를 주재하면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되냐고 하니 할말이 없더라”라며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를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논란이 가중됐다.
윤석열식 주69시간제 노동을 강하게 비판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갑자기 ‘몰아서 일하는 게 왜 안되냐’는 주장에 호응하며 장시간 불규칙 노동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정말 몰라서 묻는 말인지 되묻는다. 노동시간 단축과 불규칙 노동에 대한 규제는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과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인류가 근대 이래 오랜 시간 투쟁으로 쟁취한 역사의 성과이다. 또다시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노동과 삶을 근대 이전으로 돌리려고 하는가? 생산력과 기술력 발전이 장시간 노동을 불러온다면 그 발전이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윤석열은 주120시간을 이야기했지만 상식 있는 모든 정당은 주4일제와 주32시간을 비롯해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했다. 이재명 대표도 당시 주 4.5일제를 이야기하며 이에 호응했다. 노동시간 연장은 그 자체가 시대를 퇴행시키는 역사적 과오다.
그리고 근로시간 특례 조항은 삼성전자의 경영실패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그 손실을 떠넘기기 위해 삼성전자의 민원에서 비롯된 것임은 공지의 사실이다. 지난 4년 동안 SK하이닉스는 특별근로인가제 사용이 “0”인 반면 삼성전자는 “39”회나 사용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주52시간 상한제를 준수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승승장구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추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산업의 위기가 HBM과 시스템 반도체 등에 대한 경영진의 판단 오류에서 발생한 것임은 아는 사람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반도체 연구개발 직원들에 대해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 연장야간휴일근로를 당사자 합의로 근로기준법과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근로기준법의 법정근로시간 기준을 산업 관련 특별법으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조선업계에서도 건설업계에서도 우리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바로 달려들지 않는가? 삼성전자의 경영진 잘못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노동자들을 쥐어짜겠다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주52시간 상한제 예외적용 가능성을 열자 온갖 산업계에서 자기들도 예외로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건설업계, 조선업계 등에서 ‘건설특별법’ ‘조선특별법’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모든 산업계로 번져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비용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노동시간에 관한 예외가 존재해선 안 되는 이유다.
하나의 하늘 아래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거대 양당이 반도체 재벌 특혜와 노동자의 과로를 조장하는 특례로 구성된 반도체특별법 제정에는 한 치의 차이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윤석열 퇴진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가? 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상속세 기준 완화(18억원까지 면세) 등과 같은 부자감세이고,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시간 연장과 재벌특혜인가?
재벌특혜, 기후위기와 환경파괴, 그리고 장시간 불규칙 노동을 조장하는 현재의 반도체특별법안 폐지하고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광장은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광장의 요구를 배신하지 말라.
2025년 2월 10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