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제2의 김용균’ HD현대미포 조선소 청년하청노동자 사망 관련
하청은 잠적, 원청은 책임회피… HD현대미포 철저히 수사하라!
- 작년 말, HD현대미포 하청업체 소속 청년(22세) 노동자 고 김기범씨 잠수 작업 중 익사
- 잠수작업 규칙상 2인1조 구성 및 감시인 배치해야 하나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아
- 안전수칙 위반, 청년 하청노동자... 구의역 김군, 김용균 사건 닮아있어
- 원하청 누구도 사과하지 않아, 하청 대표는 잠적하고 원청은 책임 회피
- 원청 HD현대미포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철저 수사 필요해
지난해 12월 30일 울산 동구 소재 HD현대미포(주) 조선소에서 하청업체 ㈜대한마린산업 소속 청년 노동자 고 김기범씨(22세)가 한겨울 홀로 잠수하여 선박 하부를 촬영 작업을 하던 중 익사했다.
고인은 오전 10시 14분 울산 동구 소재 현대미포 조선소 1안벽에서 동료와 함께 1차로 잠수해 1시간가량 선박에 붙은 따개비 등 불순물을 제거했다. 11시 20분 육상에 복귀했다가 불과 8분 만에 2차 입수를 했다. 2차 입수는 앞선 작업 내용을 수중 카메라로 촬영하기 위한 것으로 단독 입수였다.
회사 관계자들은 오후 1시쯤에야 고인이 복귀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채 뒤늦게 사내 비상 신고를 했다. 소방 당국은 오후 4시쯤 고인을 뭍으로 건져 올렸지만,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였다고 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45조(스쿠버 잠수작업 시 조치)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스쿠버 잠수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잠수작업자 2명을 1조로 하여 잠수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하며, 잠수작업을 하는 곳에 감시인을 두어 잠수작업자의 이상 유무를 감시하게 하여야 한다(제1항). 또 스쿠버 잠수작업을 하는 잠수작업자에게 비상기체통을 제공하여야 한다(제2항).
유사시에 대비해 잠수사는 신호줄을 달고 입수하는데, 뭍에 있는 감시인이 줄을 당기는 식으로 신호를 주고받게 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장에는 비상기체통이나 신호줄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안전보건법령에서 정한 2인 1조 작업수칙도, 감시인 배치 의무도, 비상기체통 제공 의무도 모두 위반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은 수중전문 공사업체 '(주)대한마린산업'에 지난해 9월 입사했다. 잠수 자격증을 가진 그는 과거 2년쯤 잠수 일을 한 경력이 있는데 해군특수전전단(UDT) 입대를 꿈꾸며 그 훈련을 위해 첫 회사를 퇴사한 이후, 대한마린산업에 입사해 선박 검사 업무 등을 수행했다. 대한마린산업은 원청 HD현대미포가 잠수 작업 계약을 맺은 4개 업체 중 한 곳으로, 2018년부터 도급을 받았다.
이번 사고는 2016년 구의역 김군(당시 19세) 사망사건,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당시 24세) 사망사건들과 많이 닮아있다. 위험 업무는 '2인 1조'로 작업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한 모두 원청업체로부터 도급을 받은 하청업체 청년 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이들 청년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으로 2020년 도급인(원청)은 자신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관계수급인(하청업체)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조치를 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더불어 2021년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도 원청업체의 경영책임자가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지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다.
유족은 원·하청 어느 쪽으로부터도 제대로 된 사과나 설명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고인이 속한 대한마린산업 대표는 병원에 입원했다며 잠적했고, 사고 사흘이 지난 올해 1월 2일에야 빈소를 찾은 HD현대미포 관계자는 유감 표명과 함께 장례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도의적 책임도 아닌 인도적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인 HD현대미포 또한 책임 회피는 마찬가지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대한마린 대표가 법적 책임과 조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책임을 하청업체에 전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업장 내에서 작업할 경우, 작업조건에 있어서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결정권한을 가진 원청업체와 그 경영책임자가 자신의 사업장 내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인 HD현대미포(주)와 그 경영책임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철저히 수사하라. HD현대미포는 사고의 가해 당사자로서 ‘인도적 차원의 지원’ 같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집어치우고 유족들에게 법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2025년 1월 13일
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