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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소수자위원회] 헌법재판소의 후천성면역결핍증 전파매개행위죄 합헌 판결 규탄한다!
헌법재판소의 후천성면역결핍증 전파매개행위죄 합헌 판결 규탄한다!
-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예방, 진정 맞서야 할 것은 HIV 감염인이 아닌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다


26일, 헌법재판소가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19조, 제25조 제2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YTN_10.26 헌재, '에이즈 전파행위 처벌' 예방법 합헌 첫 판단)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규탄하며, 전파매개행위금지 조항의 폐지를 요구한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예방법 제19조는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이 전파매개행위죄에 대해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HIV/AIDS 감염인을 향한 낙인과 범죄화를 초래하는 제도적 차별이라고 주장해 왔다. 또한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을 폐지하고 대신 익명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 조문에 대해 처음으로 이뤄진 이번 위헌법률심판은 변화한 시대에 맞추어 HIV/AIDS 감염인의 삶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변화를 거부하는 합헌 판결로 답한 것이다.

합헌의견은 감염인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전파력이 없으며 처벌할 수 없음을 인정했음에도, 비감염인의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감염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감염인 누구나 처벌받을 여지를 만드는 모호한 조문에 대해 같은 날의 군형법 제92조의6 합헌 판결과 마찬가지 논리로 용인한 것이다. 이런 일괄적인 처벌조항을 방치하는 것은 결국 HIV 감염인에 대한 혐오, 차별이자 낙인 찍기이다.

합헌의견에서는 HIV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HIV 감염 사실을 더욱 숨기게 만드는 것은 감염인 당사자의 의지가 아니라 감염을 죄악시하는 사회의 편견이다. 그리고 그 편견을 조장하고 공고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조항과 같이 감염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제도적 차별인 것이다. 감염인이 치료를 중단할지도 모른다는 근거도 마찬가지이다. 위헌의견에서 밝히듯이, 감염인 본인의 생존과 직결된 치료를 고의로 중단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오히려 감염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없어져야만 HIV/AIDS 진단과 치료에 대한 문턱이 더 낮아질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합헌 판결은 일견 과학적 자문을 참고한 것으로 보이나, 결국 전파 가능성이 미미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게 둠으로써 HIV 감염인에 대한 비과학적 편견이 사회에 깊이 남아있다는 것만을 증명했다. 이와 같은 편견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도 결부되어, 지금까지 감염인 뿐만 아니라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터부시와 낙인에 큰 빌미로 작용해왔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 사회가 동성애를 에이즈의 원인이라고 잘못된 낙인을 찍음으로써, 남성 동성애자와 HIV 감염인 당사자를 비롯해 그 누구도 에이즈에 대해 대응할 수 없게 하는 사회적 압력을 만들어 온 것이다.

국제사회는 더이상 HIV/AIDS를 통제할 수 없다고 보지 않는다. UN 에이즈 예방 활동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다수의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HIV 미검출=미전파’(Undetectable = Untransmittable) 캠페인을 펼쳤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2022년 이 법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헌 판결을 받은 전파매개행위죄는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HIV 감염인에 대한 편견이 진정한 문제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과 감염인의 일상에 대해 우리 정치와 사회가 터놓고 이야기 해야 한다. 감염에 취약한 곳에서의 선제적 예방과 과감한 예산 투입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이상 감염인을 터부시하고 멸시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지난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질병을 소수자 혐오와 연결짓고 손가락질 하며 비과학적 공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오히려 공중보건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혐오자들과 미디어, 심지어 보수정치인들까지 에이즈 뿐만 아니라 엠폭스 등 특정 질병, 마약중독 등을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연결짓는 등 차별을 감행해 왔다. 이와 같은 비과학적 편견은 감염인·질환자와 성소수자 모두를 사회로부터 밀어내고, 다시 편견을 증폭시켜 인권과 공중보건을 해치는 악순환의 연속일 뿐이다.

제도 개선을 위해 이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당이 할 일을 다 해야 한다. 정의당은 HIV/AIDS 감염인에 대한 대표적인 차별인 전파매개행위금지 조항 폐지와 함께, 감염인의 건강 개선을 위한 공중보건의료 강화를 약속해 왔다. 이와 함께 성소수자위원회 역시 특정 질병·감염을 성소수자와 부정적으로 결부시키는 질병혐오 및 성소수자 혐오를 비판해 왔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앞으로도 HIV 감염인의 인권을 지키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싸울 것을 약속한다.

헌법재판소의 후천성면역결핍증 전파매개행위죄 합헌 판결 규탄한다!
맞서야 할 것은 감염인이 아닌 차별과 편견이다. 전파매개행위금지 조항 폐지하라!

2023년 10월 30일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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