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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정치위원회] [읽을거리] 건보하나로 자본의 의료민영화 전략에 맞선 사민주의 정치실천전략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자본의 의료민영화 전략에 맞선 사민주의 정치실천전략!

 

 

정의당 건강정치위원회 정책교육팀장 김종명

 

   

자본의 치밀한 전략하에 추진되고 있는 의료민영화

 

박근혜 정권의 의료민영(영리)화 정책의 본질은 보건의료를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 자본의 수익창출 수단으로 본다는데 있다. 즉, 의료민영화란 보건의료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약화시키고 보건의료를 시장화시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자본의 이윤추구 대상으로 삼으려는 정책이다. 정부는 흔히 ‘의료산업선진화’,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보건의료 규제완화’라는 표현을 흔히 사용해왔는데, 이것이 바로 ‘의료민영화’에 다름아니다.

의료민영화 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전매 특허는 아니다. 그 이전 노무현 정부에서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활동을 통해 의료민영화를 추진해왔으며,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실손의료보험의 도입이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노무현 정부의 실손의료보험의 도입의 배후에는 ‘삼성’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좀 더 과감하게 영리병원허용, 당연지정제 폐지, 건강보험 민영화 등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다 촛불에 의해 좌절된 바 있었다.

이와 같은 의료민영화 정책의 근저에는 자본의 전략이 숨어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자본은 한국사회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삼성이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의료서비스산업 고도화와 과제]와 [유헬스(U-Health)시대의 도래]라는 2개의 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자본의 입장에서 의료민영화를 위한 치밀한 전략을 담고 있다. 전자의 보고서에는 영리병원허용, 당연지정제폐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의 필요성을, 후자의 보고서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원격의료’뿐 아니라 건강관련 서비스 전반의 영리화와 자본참여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그 정책은 자본의 전략을 추진하는 사령탑 구실을 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서비스산업정책에 담겨져 구체적인 실행프로그램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즉, 10여 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정책은 모두 이 자본의 치밀한 전략 하에 추진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간 정부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보건의료를 강화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바로 자본의 치밀한 전략을 실행하는 데에만 매진해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복지 무력화에 사활을 건 자본의 이해관계

 

자본이 보건의료와 같은 사회복지 영역을 이제서야 이익창출의 수단으로 여기고 눈독을 들이는 것은 아니다. 자본은 취약한 사회복지에 힘입어 이미 깊숙하게 진입해왔다. 취약한 건강보험으로 민간의료보험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고, 취약한 국민연금과 같은 노후보장은 개인연금과 같은 사보험시장을 팽창시키고 있다. 지난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각종 사보험을 판매하여 거둬들인 보험료 총수입은 198조에 이른다. 국민 1인당 연간 400만원씩 보험사에 쏟아붓고 있다. 거의 모든 재벌들이 보험사 하나씩 갖고 있을 정도로, 너나할 것없이 사보험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들은 보험시장을 막대한 현금을 굴릴 수 있는 캐시카우로 인식하고 있다.

사보험 시장은 사회보장의 강화와는 풍선효과와 같은 상관관계가 있다. 사회보장이 튼튼해지면 사보험시장은 위축되고 반대로 사회보장이 취약해지면, 사보험 시장은 팽창한다. 보험자본이 의료와 같은 사회보장을 강화시키는 것을 한사코 반대하며 사보험 활성화에 매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자본은 사회보장 무력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편, 보험사는 재벌의 순환출자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의 경우,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에서 이건희 일가가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핵심 역할이 바로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주식의 51%가 이건희 일가(이건희 21%, 에버랜드 19%, 기타 11%)가 소유하고 있어 그 지배구조가 매우 탄탄하며 매년 순이익의 40% 내외로 고배당정책으로 사실상 이건희일가를 위한 주식배당을 하고 있기도 하다(삼성생명은 2012, 2013년 각각 총 3,940억, 2,900억을 배당하였음).

 자본이 사회보장제도를 약화시켜야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 때문이다. 2102년 건강보험 재정수입 42조 중 사용자가 부담한 건강보험료는 14조원 이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된다면 기업의 사회보장기여금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건강보험 하나로 방식으로 사회연대적 보험료 인상할 시에 사업주가 추가로 부담해야할 건강보험료는 4.4조에 이른다. 자본이 건강보험 확대를 절대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될 경우, 대략 연간 40조에 이르는 민간의료보험시장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자본에게 사회보장기여금 부담은 증가하는 대신 사보험 판매는 줄어 보험자본이 타격을 받게 되니 어찌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찬성할 수 있겠는가.

 반대로 의료민영화가 실현된다면, 자본의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건강보험은 더욱 취약해져 기업이 사회보장기여금이 줄어들 뿐 아니라 민간의료보험시장은 더욱 팽창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가 4대중증 질환 100% 약속을 파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노후의료비보장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에 매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 허용은 의료장비?정보통신 시장의 급격한 팽창을 가져오며,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허용 등은 영리기업이 의료기관을 지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자본은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걸쳐 수익창출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진보의 무기력증, 사회연대전략으로 돌파해야

 

위와 같은 자본의 전략에 대응하는 진보진영은 매우 무기력하다. 단순히 의료민영화 반대운동만으로 거대한 자본의 전략을 막을 순 없다. 단지 잠시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다. 우리의 보건의료체계는 이미 자본의 성장 발판으로 변모하고 있다. 현재 민간의료보험의 규모는 대략 40조원정도로 건강보험의 재정에 근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노후의료비 보장보험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민간의료보험이 개발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는 법적으로 외국인 영리병원이 허용되고 있으며, 의료관광과 같이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하는 영리추구적 의료행위도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은 하나씩 보건의료를 집어삼키기 위해 차근차근 목표를 이루어나가지만, 우리의 대응은 단지 저항하고 비판하는 수준에 그쳐 있다.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무상의료라는 외침은 구호로만 들릴 뿐 자본에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자본에 대응할 진보는 고립되어 있으며, 계급내부의 양극화는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자본의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계급 내부의 격차를 줄이고, 단결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것은 단연코 사회연대전략일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본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힘과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사회연대 전략에 입각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운동이 바로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다.

 무상의료를 위한 사회연대전략-건강보험하나로 운동

 건강보험 하나로운동은 사회연대적 보험료인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자는 운동이다. 건강보험의 재원은 국민이 부담하고 있는 건강보험료, 사업주부담금, 국고지원으로 대략 55:30:15 정도로 분담하고 있다. 이를 지렛대로 대략 국민이 6.5조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하면, 총 14조원가량의 재원이 확보되며 이것을 보장성 확대에 사용할 경우,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걱정을 해결할 수 있기에 민간의료보험 지출도 대폭 줄일 수 있다.

 현재 국민들은 세가지 방식으로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다. 첫째, 건강보험료다. 이는 소득에 부과되기에 능력에 따른 부담의 원칙을 따른다. 둘째, 본인부담금이다. 이는 소득과 무관하게 지출하고 있어 소득이 낮을수록 부담이 매우 크고 과중한 본인 의료비부담으로 가계파탄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고, 이로인해 소득간 의료이용의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셋째, 민간의료보험 지출이다. 민간의료보험은 건강보험료 지출의 2배이상 지출하고 있으나, 젊고 건강한 사람만 선별적으로 가입시키고 있어 의료불안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 대신 오히려 보험자본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의료보험 역시 소득간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첫째 부담을 늘리고 둘째, 셋째 지출을 줄이자는 것이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의 성격 - 의료비 부담해소, 사회연대, 반자본 운동

 건강보험 하나로운동은 몇 가지 함의를 안고 있다. 먼저 이 운동은 전체적인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운동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소득에 따라 부담할 뿐 아니라 기업주부담과 국고지원이 보태지므로, 소득과 무관하게 부담해왔던 본인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 즉, 국민은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으로 6.5조원을 부담하게 되지만, 그것으로 14조원에 이르는 본인부담금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의료비 부담은 중산층이하에서 더욱 뚜렷하게 줄어든다. 더불어 대략 18조~25조원에 이르는 실손의료보험료를 당장 지출할 필요가 사라지므로 가계실질소득도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다.

둘째, 건강보험 하나로 방안은 계급 내부의 격차를 완화시키고 계급내 결속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일수록 그 혜택이 크게 나타나므로 지금의 극심한 의료이용의 불평등이 해소될 뿐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임금의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이 운동을 민주노조운동진영이 주도할 경우, 그간 기업복지와 시장임금에 집중함으로써 유발된 계급내부 격차의 심화와 반목, 고립 등의 한계를 극복하고 계급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연대를 통한 계급내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은 노동과 자본과의 계급간 이해를 둘러싼 가장 치열한 투쟁전선을 형성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보건의료체계를 둘러싼 계급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영역이다. 자본과 노동간의 사활을 건 가장 강력한 투쟁의 전선이 될 것이다. 그간 복지 영역은 노동과 자본간의 계급투쟁의 부산물로 획득하는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해왔던 것이 흔히 좌파들이 가진 인식이다. 이것은 한국사회는 유럽 복지국가와는 전혀 다른 조건을 갖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복지영역은 이미 자본과 사활을 건 치열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보의 무능한 건정심 대응은 오히려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는 꼴

 지금까지 추진되어온 모든 보건의료정책은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는 정책들 뿐이었다. 최근 10여년간 보건의료정책은 자본의 전략에 따라 추진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진보의 대응은 무능력, 그 자체였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건정심에서의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 건강보험 하나로를 실현하는데, 국회에서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결정하는 구조는 국회에서의 입법형태가 아니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라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결정된다. 이 건정심에서 급여범위, 의료수가, 건강보험료를 결정한다. 건정심은 총 25인의 위원으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가입자대표(노동자대표 2, 사용자대표 2,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농어업대표, 자영자대표), 의료공급자 대표 8, 정부 및 공익대표 8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건정심은 건강보험과 관련한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단위이다. 하지만, 사실상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통과절차로 전락해버린 상태이다.

민주노총은 이 건정심에서 정치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회연대적 보험료인상을 통한 재원확보로 무상의료를 실현하자는 주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보장성 확대를 주장하지만, 그것을 실현해낼 수 있는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기 못하는 한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런 입장은 의도치 않게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는 형태로 귀결되고 있다.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한 보장성 확대에 누가 반대하고 있는가. 바로 자본을 대변하는 세력들이다. 건정심에서는 자본을 대변하는 위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경총 등 사용자 대표들이, 친자본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정부대표들이, 형식적으로는 시민단체나 공익대표지만 실제로는 보험자본을 대변하는 다수 위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한 보장성 확대는 자본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보험시장의 위축을 가져오기에 그렇다. 하지만, 늘상 보장성 확대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보험료인상을 반대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이 엉뚱하게도 전가되어 있다. 자본이 먹어야 할 욕을 국민들이 대신 먹고 있는 셈이다. 이리 된 근저에는 진보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이 건강보험 하나로에 주저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고 한다면, 과한 생각일까.

 건정심을 자본 대 반자본 전선으로 재편해야

 자본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는데 반해, 이에 반대하는 세력은 아직 결집되어 있지 못하다. 특히 건정심에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이해집단들이 참여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예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민주노총 등 진보를 대표하는 측은 찬성하지만, 나머지는 반대하거나 중립의견을 갖고 있다. 의료수가의 현실화 요구는 의료공급자들은 적극 찬성하지만, 나머지는 또 반대하거나 중립이다. 지불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가입자측은 찬성하지만, 의료공급자들은 강력히 반대한다. 보장성 확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데는 목소리가 거의 없다. 그렇다보니 건정심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고, 건강보험보장성은 정체되고 점차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건정심의 구조에 누가 이익을 보고 있는가. 바로 자본이다. 건정심의 무기력한 구조는 사실상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건정심 구조를 자본대 반자본 전선으로 재편하려는 정치력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자본의 의료민영화 전략을 막아내고 무상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다행이도 지금은 그 조건이 조금씩 성숙되어 가고 있다. 특히 의료공급자측이 최근 정부의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면서 그간 자본의 편에 서왔던 입장에서 그들과 대립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자본이 추진하는 의료민영화는 의료공급자조차 희생양 삼아 자본의 이익수단으로 삼으려 한다. 의료공급자들이 자본과 대립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이것은 그간 복잡한 갈등구조를 자본대 반자본 연합이라는 전선으로 재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지금 건정심에 참여하는 이해집단을 크게 3가지 세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즉, 건강보험을 강화하자는 진보진영, 의료공급자 진영,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진영이다. 건정심에서 사실상 다수는 자본을 대변하고 있는 세력이다. 진보파는 가장 소수이다. 진보파는 그간 건정심 구조에서 자본과의 대립과 투쟁보다는 엉뚱하게도 의료공급자와의 갈등에 집중하였다. 의료수가와 지불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대립해온 것이었다. 그것은 자본의 요구이기도 하였다. 진보파는 엉뚱한 싸움을 해왔던 것이다.

나는 지금의 보건의료를 둘러싼 정세에서 가장 핵심되는 갈등은 의료공급자가 아니라, 자본과의 전선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공급자와는 일정한 연합전술이 필요하다. 최근 의료공급자가 점차 자본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의료공급자와 전술적 연대의 필요성과 조건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의료공급자측과 전술적 연대를 가능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준다. 특히 현행 저부담-저보장-저수가는 국민과 의료공급자가 같이 고통받고 있는 악순환 구조이다. 이 악순환 구조를 적정부담-적정보장-적정수가라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많은 보건의료 운동가들은 저수가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으나, 이는 객관적 사실이다. 의료기관들은 저수가를 보상받기 위해 과잉진료를 일삼고 있고, 비급여를 고수가로 책정하여 남발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 나아가 부대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진주의료원 폐업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적정진료를 하고, 비급여를 최소화하게 되면 적자는 불가피하다. 진주의료원은 어찌보면 저수가구조의 희생양이라 할 수 있으며, 보험수가의 저수가 구조는 공공의료 자체가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핵심 이유임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비급여를 급여화함으로써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할 때,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한 수가인하로 인한 의료공급자측의 손실은 기존 보험수가의 인상으로 보전해줄 필요가 있다. 즉, 총액보전이라는 원칙으로 기존 낮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하에서의 (보험수가의 저수가+비급여의 고수가)의 총액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한 보장성 확대(기존 보험수가의 현실화+기존 비급여는 급여화시 수가인하)시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원칙을 의료공급자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물론 이것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의료공급자와의 연대는 성립될 수 없을 것이다.

다른한편 지불구조 개편문제에 있어서는 의료공급자측과 심각한 갈등구조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충분히 타협이나 합의가 가능하다. 건강보험 하나로가 실현되어 보장률이 확대된다면 실제 건강보험 하나로 측이 추산한 보장성 비용보다는 추가재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즉, 14조원 외에 플러스 알파의 재원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보장성이 확대되면, 그간 높은 본인부담으로 인해 의료이용을 하지 못했던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이 증가한다. 이것은 그간 필요함에도 이용하지 못한 의료이용이 하게 됨에 따라 나타난다. 이는 기존 14조원에는 반영되지 않은 의료이용의 증가이다. 즉,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됨에 따라 소득간 의료이용의 격차가 완화되는데, 그 완화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다른한편, 또다른 이유에서 추가 재원이 소요될 수 있는 데, 그것은 과잉진료 때문이다. 물론 과잉진료로 인한 추가재원은 분명히 통제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시에 지불제도 개편논의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 보장성 확대시에 나타날 수 있는 과잉진료를 통제해야할 필요성 때문이다. 나는 전자, 즉 의료이용의 불평등이 해소되는데 소요되는 재원은 보상해주어야 하지만, 후자인 과잉진료에 대해서는 반드시 통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불제도 개편을 주장해야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이 지불제도 개편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진보일각의 비판은 전적으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록 의료공급자입장에서는 현행 행위별수가제를 고수하려 하겠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인한 의료이용의 불평등이 해소되는 과정에서의 의료수요의 증가는 의료공급자의 경영란을 해소하는데 충분하다고 판단하기에, 그것만으로도 의료공급자가 불리할 것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합의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즉, 이런 조건이라면 충분히 의료공급자와 보장성 확대를 위한 연대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보건의료를 둘러싼 대립은 자본대 반자본 연합세력으로 갈등이 단순화될 것이다. 이렇게 전선을 재편할 수 있다면, 나는 충분히 자본의 의료민영화 추진 전략을 차단하고 보건의료를 사회보장제도로서 튼튼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한 보편적 복지국가의 실현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건강보험 하나로 실현을 위하여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자본의 의료민영화 전략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본의 전략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저항과 반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과 근본적인 저지를 위해서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보건의료체계의 공적 강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야말로 이를 위한 유력한 대안임을 주장하였다. 또한, 전술적으로는 막강한 자본의 의료민영화에 저항하고, 보건의료체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최근 의료민영화 반대와 건강보험 강화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는 의료공급자와의 전술적 반자본 연합전술이 필요하다는 것도 주장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주체적인 측면에서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대한 진보진영의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는 점도 그렇다. 하지만, 대체로 그 비판은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점이 크다고 본다. 이 글이 복지국가를 향한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의 정치전략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또한 일부 진보진영의 건강보험 하나로운동에 대한 오해도 조금은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더불어 정의당을 위시한 진보정치세력들이 힘을 합쳐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을 핵심사업으로 배치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진영이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의 필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고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진보정치세력과 조직노동이 앞장서고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및 생협과 같은 풀뿌리조직들이 함께 한다면, 건강보험하나로 무상의료는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실현은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함께 연대하자, 함께 실천하자. 함께 자본에 맞서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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