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제2의 토지개혁 제안, 토초세는 합헌 법률”
- 4.7재보궐 선거 ‘내 삶을 바꾸지 못한 정치’에 대한 국민 심판
- 토지공개념 실현, 부동산투기 불모지 되도록 땅 갈아엎어야
- 토지초과이득세법 재도입, 유휴토지 불로소득 환수해야
- 기업 보유 토지 전수조사 촉구, 유휴토지 대규모 존재
[2021. 4. 12. 토지공개념 도입과 토치초과이득세 부활 토론회 모두발언]
민심이 천심이었습니다. 4.7 재보궐 선거 결과는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었습니다. 국민들은 과거 시장주의 세력, 투기세력의 손을 들어준 것이 결코 아닙니다. 부동산 투기세력과 전쟁하겠다며 거창한 말만 앞세우며, 투기를 확대재생산하고, 심지어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이 그 투기세력의 일원이 되었던 집권세력에게 정신 차리라고 죽비를 내리친 것입니다. 보수야당이 이 민심을 읽지 못하고, 박근혜 시절, 이명박 시절로 퇴행한다면 똑같은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LH 직원 투기 사건 이후, 더 이상 부동산 투기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성난 민심의 요구에 따라 투기 근절을 위한 입법적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민변, 정의당 등이 입법 청원하고 발의한 공공주택특별법도 개정되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는 조항도 만들어졌습니다. 공직자부패 방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이해충돌방지법도 4월 임시국회 안에 반드시 제정되도록 할 것입니다.
아마 정부는 이 정도면 대책이 마련되었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부동산은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협하는 근본문제입니다. 공직자부패 방지대책이나 투기감독기구 설립, 단기적인 시장조절로만 해결될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부동산 공화국으로 불리겠습니까? 우리나라 땅값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최고 수준입니다.
그와 함께 토지부동산의 불평등한 소유와 그로 인한 막대한 불로소득이 누적되면서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불평등사회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주거 불안, 임대료 상승, 가계부채 증대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는 결혼 격차와 저출산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공동체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낳고 있습니다. 따라서 LH 직원 투기사건을 계기로 조성된 국민의 분노와 정치권 성찰의 국면을 부동산공화국 해체의 변곡점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공동토론회를 개최하는 취지입니다.
무엇보다 다시는 투기의 싹이 자라나지 않도록 땅을 갈아엎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부동산 투기공화국에서 주거안정공화국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 출발점이 ‘토지공개념’입니다. 토지는 공공재라는 기본 원칙을 명확하게 수립하고 이를 구현하는 제도들을 도입해야 합니다. 토지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생활과 생산의 터전으로서 모든 국민들과 후손들이 누려야 할 공공자산입니다.
또한 토지는 원칙적으로 생산이나 대체가 불가능하고, 특히 우리나라는 5천만 국민이 좁은 국토에 의지해 생산활동과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필요에 따라 개인과 기업의 토지 소유가 보장되지만, 그 재산권 행사는 공동체의 이익에 앞설 수 없으며, 특히 토지로 인한 사익추구는 조세를 통해 엄격히 통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토지공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우리 헌법정신을 둘러싼 오랜 논의과정에서 정립된 것으로서, 이미 헌법재판소 판례가 축적되는 과정에서 법률용어로서 규범적 의미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오늘의 현실은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땅을 과다보유하고, 땅의 의미는 불로소득을 쌓아가는 특권 자산으로 전락해 있습니다. 역대 정부들도 부동산 부양책을 명분으로 토지 투기를 부추기거나 방치해 왔으니 모두 부동산투기공화국을 이루어 온 공범이고 불평등사회를 만들어 온 주범입니다. 그래서 정치권의 진정한 성찰의 결과는 토지공개념의 실현으로 모아져야 합니다.
저와 정의당은 토지공개념의 원칙에 기초한 ‘제2의 토지개혁’을 제안합니다. 제가 제2의 토지개혁으로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주제는 유휴토지입니다. 토지공개념을 정면으로 훼손하면서 투기 이익을 도모하는 핵심 대상이 바로 유휴토지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다시 토지초과이득세법을 도입해야 합니다. 토지초과이득세는 평균지가 상승을 넘는 초과이득에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국민 모두의 공공자산인 토지를 필요 이상으로 보유하지 말라는 취지의 법률입니다. 토지초과이득세의 효과로 유휴토지가 시장에 나오면 국가가 적극 매입해 공공적 목적의 토지 몫을 확대해갈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종합부동산세가 유휴토지에도 적용되지만 토지과세 부분은 세율이 지나치게 낮아 그 목적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재벌들이 과다보유한 사내유보금 상당 부분이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통해 사회적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토지 부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인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에 따라 토지공개념의 원칙에 따른 토지초과이득세 재도입의 현실적 필요성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꼭 토지초과이득세를 도입해 토지 투기를 사전에 막고 토지가 꼭 필요한 곳에서만 이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우선 농지는 헌법의 내용대로 경자유전 원칙이 구현되도록 사용되어야 합니다. 전체 농지를 전수 조사해 토지를 정비하고 나아가 농지법을 개정해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담아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곧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셋째,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의 전수조사를 정부에게 요구합니다. 기업들의 비업무용 토지를 포함해 사실상 사용 목적이 없는 유휴토지가 대규모로 존재합니다. 최근 10여 년간 형해화된 종부세를 뚫고, 기업의 토지 소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규모와 이 중에서 실제 생산에 사용되는 토지 비중, 그리고 비업무용 토지는 얼마나 되는지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업무용으로 포장되었지만 사실상 필요 목적과 거리가 먼 토지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합니다.
넷째, 정부는 국토의 소유 및 이용 현황에 대해 3년마다 공개해야 합니다. 공공자산이 국토를 누가 보유하고 있는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전수 조사하고 국민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토지공개념 이야기만 나오면 “위헌이다”, “시장원리를 부정한다” 등의 비판이 등장합니다. 토지초과이득세는 대한민국헌법에 부합하는 합헌 법률입니다. 투기공화국을 해체하고 서민 주거안정공화국을 만드는 초석이 될 제도입니다. 오늘 토론회를 시작으로 토지공개념의 도입과 이를 구체화할 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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