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속상하고 괴롭습니다.
다들 정의당이 위기라고 합니다. 지지하고 응원해왔던 사람으로서 속상합니다.
그런데 지도부는 위기라고 느끼는지, 위기를 느낀다면 돌파할 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어 더 속상합니다.
늘 지지해 왔어도, 이번 총선은 뭘 믿고 정의당을 지지해야 할지 보이지 않아 속상한데, 실망하시는 분들 정말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국사태만 해도 조국 장관을 옹호하진 않습니다. 대단한 범죄는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에게 박탈감을 주는 행태를 보인 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검언유착, 조국보다 더 심각하게 박탈감을 주는 행위를 해온 조중동과 검찰, 미통당이 연합해서 
마치 자신들은 도덕적이고 진보세력은 부도덕하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용인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국사태에서 정의당이 많은 비난을 받았을지언정 고민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비례위성정당에 동참할 수 없다는 원칙도 이해도 되었고
비례1번이 논란이 많지만 게임업계처럼 컨텐츠를 생산하는 업종의 노동환경이 어떤지 노조와 얼마나 동떨어진 노동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암암리에 노동권이 어떻게 묵살당하는지 잘 알기에 이해되는 면도 있었습니다.
메갈의 혐오는 반대하고 메갈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차별의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동등하게 온건하고 도덕적인 방식으로 항의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데 집중하는 프레임은 차별에서 발생한 피해가 있었기에 동등한 곳에 서있을 수 없다는 것을, 피해자의 분노가 도덕적으로 항의할 때 수없이 묵살되어왔음을, 무시하는 프레임이라고 생각하기에 메갈 꼬리표 논쟁이 빨갱이 논란과 유사하다는 불편함도 느낍니다.
메갈과 같은 혐오를 표현했다면 반대했겠지만 오히려 장혜영 후보가 과거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대해 보여온 견해는 지지할만한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이자스민 의원이 위안부기림비를 반대한 것에 분노하지만, 난민이나 다문화문제를 혐오로 가져갈 수는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을 지지하기 어려운 건, 정의당이 보여주는 소신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분노와 실망에 진지하게 응답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왜 류호정 장혜영 후보를 비난하는지, 그들을 택한 정의당을 비난하는지, 조국사태에 대한 장혜영 후보의 발언, 비례위성정당에 동참하기를 가부한 정의당의 소신이 왜 비난받는지를 진지하게 이해하고 심각하게 고려한 후 답변을 내놓는 진정성을 보여주시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류호정 후보를 예로 들겠습니다.
대리게임이 비난받을 때, 그분의 경력이 비난받을 때, 정의당은 대리게임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행위인지, 게임업계의 노동환경이나 노동문화가 어떤지, 굳이 청년을 1번으로 세울때 그분의 경력과 청년후보를 통해 정의당이 가려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고 자세하게 파악하시고 답변을 하셨습니까?
장혜영 후보가 조국사태에서 정의당의 태도를 사과한다고 했을 때, 검언유착에 대해서, 노무현대통령때와 판박이인 보수세력의 기이한 마녀사냥에 대해서는 정의당이 어떻게 생각한다고 느껴졌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에 반대해야 했다면 장혜영후보가 그리고 정의당이 조국후보를 통해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문제, 박탈감에 대해서 진정성있게 얘기했어야 합니다.
검언유착이라는 심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간과할 수 없는 불평등을, 민주당은 못해도 정의당은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그래서 조국 전장관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서서 마녀사냥을 하는 사람들, 나경원과 같이 조국보다 더한 불평등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으로 비난했다면
과연 그 발언이 지금처럼 실망감을 주었을까요?
이자스민 의원의 위안부기림비 반대에 대해서 정의당은 묵묵부답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과와 통렬한 반성을 보이고, 앞으로는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갈 것이며 그럼에도 이자스민 의원을 영입해서 정의당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진정성있게 설명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요?

전 정의당의 위기가 단순히 민주당지지자들을 등지는 몇번의 선택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갇혀진 프레임 안에서 선택한다면 미통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로 보이는 선택밖에 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는 선택을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그 선택을 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진정성있게 생각하고 알아보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진지하게 고민하신 후에, 그 소신을 보여줬더라면 욕을 먹더라도 이렇게 정의당이 버림받고 외면당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 노회찬의원의 6411번 버스 연설이 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을까요? 정의당의 원칙을 잘 표현하셔서요?
전 다르게 생각합니다. 말그대로 투명인간처럼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잘 안 보이고 잘 인지못하는 불평등을
그 분은 같이 겪는 사람처럼 잘 알고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그 청소노동자들이 겪는 불평등의 정서와 본질을 아주 잘 이해하고 계셨기에 논쟁적인 언사가 아니라 '6411번' 버스로 이야기하실 수 있었습니다.
듣지 않는 사람도 듣게 만드는 힘이 거기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할 수 없지만 정의당은 할 수 있는 것, 아니 해야하는 것이 그런 것 아닙니까?
논리속에 머물게 아니라, 이 사회에서 투명하게 여겨져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프레임조차 짜이지 않는 불평등을, 사람들 앞에 아주 생생하게 가져다 놓고 문제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 또는 문제라고 얘기해주는 것, 나아가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권력을 국가를 움직이려고 하는 것.
불평등 문제를 겪는 많은 사람들 중에 지금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정의당 지도부가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그 불평등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을까요?

지금 정의당은 안일한 논리와 머릿속의 원칙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사람들이 반대하는 선택을 할 때, 그 반대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그 선택을 하는 소신을 진정성있게 드러내고 평가받는 선택을 하는 모습으로 비치지 않습니다.
욕을 덜 먹으려고 표를 지키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슬픕니다.

오랜시간을 들여 긴 글을 적으면서도 이 글이 과연 전달될 수 있을까 회의가 드는 것이 더 마음이 아프네요.
지지선언을 하려고 하니 동참해달라는 문자를 받고, 선뜻 동참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슬프고 괴로워서 긴 글을 적는 당원입니다.
정의당이 계속 발전해 나가기를, 그래서 이 사회에 진보적인 가치를 실현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여댓글 (2)
  • 사명

    2020.04.05 09:13:05
    당원이지만 류호정과 이자스민 그리고 조국에 대한 어정쩡한 사과를 보면서 이번에는 정의당에 투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대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당원들이 무얼 원하는지 깊은 성찰의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 ㅋㄹㄴ제발

    2020.04.06 05:59:05
    비례로 먹고살아야 하는 정당이 1, 2번을 그따구로 배정했으니 우리찍지마세요 하는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들 비례후보 경선득표율이 높았다면 정의당은 원래 그런사람들이 모여있나보다 하겠는데 둘다 1.7% 1.6%득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역구에서 고군분투하다 전멸당할 후보들, 그거 쳐다보는 대다수의 당원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바보집단 증명중인 등신정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