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정의당 비상구,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 집중상담 결과 발표
[논평] 정의당 비상구,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 집중상담 결과 발표

- 가장 많이 접수된 내용은 감시단속적 노동자 제도 문제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감단직 규정과 고용노동부의 형식적 승인은 노동자에게 공짜로 일하라는 갑질이자 ‘노동자 무료 이용권’에 불과한 일종의 사기
-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기본급 인상을 위해 상여금을 삭감하면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동의 규정(집단적 회의 방식이 아닌 동의 서명부만 회람) 위반한 사업장, 노동자는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어
- 노노간의 갈등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발생, 회사는 마치 임금이 오르는 것처럼 설명을 하고 있으나 대리, 과장급들은 자기들 월급을 깎아서 사원들 최저임금을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해 직원 간 반목 심화
- 원래 있었던 수당을 없애고,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근로계약서 서명하지 않자 해고 압박에 시달려
-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내몰린 감단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 위해 정의당 이정미 의원 발의한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 감시단속적 노동자 제도 폐지 조속한 국회 통과 필요, 고용노동부 최저임금 안정적 안착을 위한 홍보사업 강화하고, 신고 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사업장에 대한 위법 여부 조사, 적극적으로 사업장 지도해야


 정의당 비상구가 지난 1월 10일(수)부터 26일(금)까지 비상구 전화와 비상구 홈페이지게시판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 집중상담’을 진행한 결과, 노동현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 집중상담 기간 동안 정의당 비상구에 가장 많이 접수된 내용은(7건) “감시단속적 노동자”에 대한 형식적인 휴게시간 늘리기와 해고에 대한 압박이었다. 특히 아파트나 건물의 기전기사, 시설관리인 등 단속적 노동자들의 제보가 많았다. 정의당 비상구 홈페이지 게시판에 ‘감시단속적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외감’(작성자: 노동의 가치)이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게시글은 최저임금 인상 핑계로 감단직 노동자에게 어떤 불이익이 발생하는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아파트 기계전기실에 근무하는 단속적 노동자인 A씨는 24시간 일하고 24시간 휴무하는 격일제 노동자로 2017년에 휴게시간은 점심시간(1시간)+ 저녁시간(1시간)+야간 휴게시간(1시간)으로 총3시간이었다. 24시간 중에 21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 받았지만 단속적 노동자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제도, 휴게, 휴일, 시간외근로수당 등을 지급 받지 못하고, 명절이나 성탄절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한다. 2018년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주간 휴게시간 3시간(1시간 늘어남), 야간 휴게시간 2시간(1시간 늘어남)으로 휴게시간을 2시간 늘려서 임금 인상을 0원으로 한다고 결정했다. 24시간 근무 중에 휴게시간이 3시간에서 5시간이 되었지만 실질적으로 24시간 내내 아파트 내에서 대기하고 휴게시간에도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면 해고하겠다고 협박했고, 실제로도 해고를 많이 당했다고 한다. A씨는 휴게시간을 엿가락처럼 늘리는 근로기준법의 감시단속적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는 단속적 노동자 B씨는 교대 근무자가 연차를 쓰면 며칠 동안 혼자 장시간 근무하는 경우도 있고, 한 달 동안 최대 96시간도 근무한 적도 있다고 한다. 휴가는 언감생심이고, 최저임금이 인상이 되어도 단속적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급여 인상이 아닌 형식적으로 주어지는, 휴게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는 것이다.

 B씨는 단속적 노동자의 휴게시간이 어떻게 악용되는지도 알렸다. 2018년, B씨가 근무하는 아파트의 휴게시간은 점심 1시간 30분, 저녁 1시간 30분, 야간 4시간의 휴게시간을 부여 하고 있었다. 2017년의 휴게시간은 점심 1시간, 야간 3시간 30분이었다. 올해에는 2017년에 비해 휴게시간을 추가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간단히 상쇄해 버렸다며 이와 같은 휴게시간은 추가비용 없이 노동자를 24시간 근무현장에 묶어둘 수 있는 법적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주간 근무자와 동일한 업무를 한 후 비상 또는 돌발 상황 발생 시 조치를 위해 다음 날 아침까지 대기해야 한다면서 비상시를 위해 대비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2006다41990, 2006.11.23.)에도 불구하고 휴게시간과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비상구 게시판에 ‘아파트 기전기사 휴게시간은 없어져야 합니다’라고 쓰여진(작성자: 익명) 내용을 보면 보통 아파트 경비원만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생각하는데 아파트 기전기사도 감단직 노동자라며 정전, 누전, 동파, 엘레베이터 사람 갇힘, 소방감지기 오작동, 배관누수, 난방급탕시설 고장 등 24시간 내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황을 휴게시간에도 대처하면서도 그 대가는 하나도 못 받고 있다며 혼자 교대 근무하는 24시간 아파트 기전기사에 대해서 법적으로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경기 성남 중원구 도촌동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D씨는 기전기사들에 대한 휴게시간 꼼수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근로감독을 요구했다. 항상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각종 허드렛일, 노가다, 세대 민원, 공용부 전체시설관리 등등 모든 잡일은 다하고 있다며 한명씩 맞교대하는 아파트는 휴게시간을 줘도 절대로 쉴 수가 없다고 한다. 일은 일대로 다하고 명목뿐인 휴게시간은 “공짜로 일하라는 갑질이고 없어져야 할 나쁜 관행”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경기도의 한 공공기관 사업장에서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기전기사에게 막무가내로 감단승인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강요했다. 근로기준법은 제63조에서 사업의 성질 또는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업무의 시작시각과 종료시각을 엄격히 정할 수 없거나 노동시간이나 휴게시간의 적용이 적절치 않은 업종, 직종, 근로형태에 대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노동시간, 휴게, 휴일이 적용되지 않는데 그중 하나가 감시·단속적 노동자로사 사용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자이다. 감시적 노동자란 감시업무를 주 업무로 하며 일반적으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의미한다(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 10조 제2항), 그리고 단속적 노동자는 근로가 간헐적·단속적으로 이루어져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의미한다(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10조 제3항) 주로 경비원, 수위, 보일러실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그 대상이다.

 2015년부터 감단노동자 최저임금 100% 적용을 핑계 삼아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간당 임금을 올려 최저임금을 편법적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빈번해 지고 있다. 특히나 경비노동자의 경우, 경비업무 뿐만 아니라 청소와 분리수거, 화단관리, 택배업무, 시설관리 등 도맡아 처리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휴게시간 적용 제외되는 감시단속적 노동자로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에 해당되어 노동시간에 제한이 없고, 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과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 2013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실태조사’에 의하면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 중 경비업무 외 다른 업무가 80%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업무 성질이 감시·단속 업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건 일종이 사기다. 노동자들의 휴게시간 증가는 임금인상 폭을 조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 보장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방식이나 휴게시간에도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지난해 감시단속적 노동을 폐지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기본급 인상을 위해 상여금을 삭감하면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진행하면서 위법을 저지는 경우도 있다. 충남 서산의 D업체는 상여금을 절반으로 삭감하면서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회의 방식이 아닌 동의 서명만 회람하는 방식으로 서명을 받았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경우,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집단적 회의방식과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노동자간의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즉 집단적 회의 방식을 통해 동의를 얻어야지 개별 노동자들에게 개별적 동의를 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이러한 절차를 위반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에 의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동의 없이 불이익하게 변경된 부분은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던 기존 노동자들에게 효력이 없게 되어 변경 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 경우 개인적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동의한 노동자에게도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미치지 않으나 변경 이후 신규로 입사한 노동자에게는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인정된다.

 노노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사례도 있다. E씨는 회사 내 노동자들끼리 싸움을 유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회사는 기본급을 올리면서 상여금를 깎고 기본급을 높이는 방법으로 마치 급여가 오르는 것처럼 설명을 하고 있으나 대리, 과장급들은 자기들 월급을 깎아서 사원들 최저임금을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 직원 간 내부 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해고 압박에도 시달리고 있는 곳도 있었다. F씨는 회사는 원래 있었던 수당을 없애고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했다. 동료 몇 명과 근로계약서 및 관련 서류에 서명을 하지 않고 있으나 몇몇 동료는 퇴사를 종용하는 말을 듣는 등 해고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공공기관 콜센터와 민간기업 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제보가 날아왔다. 공공기관 콜센터에서 일하는 G씨는 국내 평균 콜센터보다 두 배의 시간을 일하며 ‘’내년은 나아지겠지’ 하는 작은 소망으로 하루를 버티며 살아왔다. 공공기관 용역직이란 이유로 연봉 2천만원도 안 되는데 식대, 근속수당 등을 삭감했다고 한다. 민간 콜센터에서 일하는 H씨는 기본급을 최저임금에 맞춰 인상하는 대신 각종 수당을 일방적으로 삭감하여 실질적으로 전년도 연봉과 동결하는 행태가 발생했다고 한다. 

 미용실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는 I씨는 미용업계 전반에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그림의 떡’이며 실습비 명목으로 제대로 된 임금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고,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는다며 미용업계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근로복지공단)는 지난 26일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사업에 노무사와 업무협약을 통해 영세·소상공인들을 위한 일자리안정자금을 조기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의 안정적 안착을 위한 대국민 홍보사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시 사업장에서 진행된 동의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없는지 작년 말, 올해 초 고용노동부에 신고 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내역을 모두 전수 조사하고, 위법하거나 꼼수가 보이는 내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사업장 지도에 나서야 한다. 국회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 감시단속적 노동자 제도 폐지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위한 논의를 지금이라도 시작해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내몰린 감단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2018년 1월 29일
정의당 비상구 (강은미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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