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임1 : 추혜선 의원 발언 내용>

명절 연휴에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애쓰시는 언론노동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추석을 하루 앞둔 23일, 포스코 노무협력실은 모처에서 은밀하게 노조 무력화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작성 중이던 문건과 회의 참석자의 노트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포스코의 노조 와해 방안 문건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국민의 기업 포스코에서 무노조 경영 50년의 역사를 뚫고 민주노조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지난 주 월요일, 17일에 이 자리에서 발표했습니다. 그 날 아침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노동조합과 만나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19일에 포스코 김순기 노무협력실장 등이 제 사무실에 방문해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1일에는 노무협력실장 명의로 현장 관리자들에게 메일을 발송해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공지했고, 그 메일 내용을 저에게도 전달해 줬습니다.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부당노동행위 방지 교육을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포스코의 진짜 모습이 불과 이틀 후에 드러났습니다.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동안에는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더니 포스코 노동자들을 비롯한 온 국민들이 명절 연휴를 보내고 있는 사이에 은밀하게 노조 와해 공작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23일 포스코 노무협력실 팀장과 직원들이 포스코 인재개발원 강의실에 모여 앉아 노조 무력화 대책을 수립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작성 중이던 문건과 대책회의 참석자가 작성한 노트를 입수했습니다.

문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현장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입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대한 악의적 선동과 다른 기업의 노동조합에 대한 명예훼손, 직원들의 오픈채팅방에 대한 지속적인 사찰 흔적, 문재인 정부가 노사관계에 깊숙이 개입해왔다는 근거 없는 비방, 그리고 헌법적 권리인 ‘노조할 권리’ 위해 저와 정의당이 노력하는 것에 대한 왜곡들로 가득합니다.

다른 하나는 직원들 배포용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호소문인데, 호소문 작성자 명의가 ‘포스코를 사랑하는 직원’으로 돼있습니다.

회사 노무협력실이 익명의 직원을 사칭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음해하고 노조 가입을 막으려는 선전물을 배포하려 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이명박 정권의 폭력적 진압과 박근혜 정권의 재판거래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안타깝게 희생됐던 쌍용자동차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매도하는 파렴치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회의 참석자가 작성한 노트에는 포스코 최고위층의 지시가 없이는 작성할 수 없는 내용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논리가 일반 직원들에게 전달되는지 시범부서를 선정해 조직화해야“ 한다면서 “행정부소장 또는 제철소장이 해야, 미션 분명히 줘야” 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제철소장은 사장급 또는 부사장급입니다. 이들에게 미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또 ‘직책자 소통 강화 방안’을 메모한 내용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소통데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계획과 함께 “위는 노 코멘트, 밑에서 프로그램 정해서 추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회사가 조직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도 문제가 생기면 일선의 관리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꼬리자르기를 하겠다는 것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이 모든 것이 말해주는 것은 지금 포스코에서 최고위층의 지시 내지 동의 하에 종합적인 노조 무력화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는 관리자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회사의 공식적인 업무로서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삼성의 미래전략실이 노조 파괴 문건을 작성하며 깊숙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포스코는 올해 들어 노무협력실 산하에 노조 이슈 대응을 담당하는 노사문화그룹을 신설했고, 이 그룹이 노조 와해 문건들을 작성했습니다. 이 실행단위를 만드는 것도 최고 윗선의 결재 없이 불가능합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 삼성의 미래전략실이 노조 파괴에 나섰던 것과 지금 포스코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헌법을 유린하는 범죄 행위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합니다.

자원외교와 국정농단에 부실화된 포스코를 국민의 기업으로 다시 세우기 위해, 포스코의 전근대적이고 억압적인 조직문화를 바꾸고 인격적으로 대접받기 위해 포스코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이 노동조합이 건강하게 활동해나갈 수 있는가가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경제개혁의 가늠자입니다.

그런데 노조 출범 기자회견을 한 지 일주일 만에, 부당노동행위 방지 교육과 안내를 한 지 이틀 만에 노조 파괴 공작을 벌이는 범죄 현장이 드러났습니다. 노조와 대화하겠다고 했던 최정우 회장이 지금의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을 내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