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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불공정 계약 눈감고 스태프에게 책임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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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드라마 제작현장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 오늘로 벌써 세 번째입니다. 지난 7월 드라마 방송스태프의 불공정 용역계약서를 공개했고 8월에는 드라마 제작현장의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을 폭로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방송사, 제작사, 정부를 아우르며 실효성 있는 노동환경 개선 대책마련을 주문해왔고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통해 작은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체결된 지상파 방송사와 노조의 산별 협약에 장시간 노동 근절 및 개선방향이 논의되고 대형 제작사에서는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때문에 방송스태프들도 희망을 가지고 방송제작현장의 불합리한 관행들을 개선하고 인간다운 노동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현장 간담회나 노동환경 개선 권고와 같은 전혀 실효성 없는 조치들만 취해오더니 이제는 불공정한 계약에 의해 피해를 받고 있는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을 사용자로 둔갑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는 드라마 제작현장 근로감독을 실시했습니다. 아직 최종 근로감독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드라마 제작현장의 조수급 이하 스태프들을 노동자로 보고, 턴키계약을 맺은 감독급 스태프는 사용자로 분류하여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법률 위반에 따른 ‘주의 조치’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말 현장의 상황을 조금도 모르는, 탁상행정을 넘어 근로감독을 제대로 실시한 것인지 확인하고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결과입니다.
턴키 계약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스태프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계약 방식입니다. 지난 턴키 계약의 불공정성이 폭로된 이후에도 조명감독이 개별 근로계약을 요청하면 제작사는 바로 다른 팀을 찾겠다고 답변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당장의 일이 떨어지는데 어떤 감독이 턴키 계약을 맺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들고 있는 이 자료는 지상파 3사를 포함한 드라마 팀 조명감독과 조수 스태프들의 연서명입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188명에 달하는 스태프들이 차기 작품에서 배재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전면에 나섰겠습니까? 여기 계신 감독들을 포함한 모든 방송스태프들은 턴키 계약이 아닌 개별 근로계약을 원하고 있습니다.
결국 고용노동부가 발표해야 할 결과는 감독들에 대한 ‘주의조치’가 아니라 스태프들의 실제 사용자인 방송사, 제작사에 대한 ‘주의조치’와 일방적인 턴키 계약 근절 요구입니다. 살인적인 24시간의 근로기준과 정산 기준도 없는 용역료만 들어있는 턴키 계약서가 아니라 스태프 한 명 한 명 개별적으로 근로계약을 맺도록 개선해야만 방송제작현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은 근로감독 결과를 철회하고 방송제작현장의 턴키계약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또한 방송사와 제작사 역시 의지를 가지고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 붙임
1) 기자회견문
2) 추혜선 의원 발언자료
3) 턴키계약근절 비상대책위원회 참여 KBSㆍMBCㆍSBSㆍJTBCㆍTVNㆍ
MBN 등 드라마제작현장 조명감독ㆍ스태프 연서명 (총 188명 참여)
4) 고용노동부 턴키계약 감독에게 보낸 시정공문 사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