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재심 무죄 환영하며, 기억의 해방은 계속되어야 한다
지난 12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학암 이관술 선생의 통화위조 등 혐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격랑의 해방정국, 진보와 평등을 말하는 목소리를 억압하고자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을 역사 속에 가두었던 공안조작사건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의 무고가 재판 후 79년, 이관술 선생의 죽음으로부터 75년 만에 비로소 인정받은 것이다. 정의당은 역사의 오류를 바로잡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앞장서 환영한다.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은 1946년 5월 이관술 선생 등 조선공산당 당원들이 통화 교란을 위해 위조지폐를 제작했다고 그간 주장되어 온 사건이다. 그러나 해당 사건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해방 이후 수많은 대중의 지지를 받아 온 조선공산당을 불법화하기 위한 미군정과 우익 세력의 조작사건이었음은 사건 발발 당시부터 이미 명백히 드러나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의 판결문은 “관련자들의 자백은 사법경찰관들의 불법 구금 등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판결문의 내용대로 당시 진술조서에는 구금과 고문의 흔적이 명백히 드러나며, 위조지폐와 인쇄에 사용된 원판 역시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미군정과 우익 세력은 ‘공산주의를 억압해야 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증거와 조서를 조작하여 무고한 관련자들을 체포했고, 이후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국군에 의해 학살당하는 등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기에 이번 이관술 선생의 정판사 사건 무죄 판결은 당연한 귀결이자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오류를 바로잡은 판결이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당당히 드러나지 못하고 소수의 기억 속에만 갇혀 있는 수많은 사회주의 독립운동의 역사가 존재한다. 지난 정권의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동상 철거 논란은 여전히 낡은 색깔론을 정치도구로 삼는 일부 세력들이 역사를 취사선택하며 분명히 기억되어야 할 이름들을 고의적으로 지우고 있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사례다.
올해 2025년, 한반도 최초의 노동자 정당이자 진보정당이었던 조선공산당의 창당으로부터 100주년이 흘렀다. 단지 평등과 평화를 외치고 사회주의를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탄압을 받고 때로는 학살의 피해자가 되었던 이들의 기억이 해방되지 못한다면 우리 역사는 여전히 반공주의의 낡은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의당은 이번 무죄 판결을 다시 한번 환영하며, 향후 이관술 선생의 독립유공자 지정을 비롯하여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
2025년 12월 30일
정의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