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제24회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메시지·혜화동성당 고공농성 관련 입장문
“천주교가 사랑과 자비로 탈시설지원법 지지하기를”
오늘은 제45회 장애인의 날입니다. 달력에는 그렇게 써 있습니다. 장애계는 오늘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바꿔 부릅니다. 장애운동 활동가 박초현·민푸름·이학인님이 서울 혜화동성당에 종탑 위에 올라 농성을 시작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며, 일요일 부활절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날들이 교차하는 길목에 ‘탈시설 권리’가 있습니다. 장애인 시민들이 비장애인 시민과 동등하게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권리를 보장할 수 없으니 ‘시설’에 격리시켜 살아가도록 제한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강제해 온 규칙입니다.
그 규칙 속에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는 규범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감옥 같은 시설에서 장애인들은 수시로 인권침해에 노출됩니다. 작년 11월 한 피해자의 고발로 드러난 울산의 한 시설 실태가 대표적입니다. 확인된 학대피해 의심사례만 500여건에 달합니다.
장애인들은 이러한 반인권적 현실을 거부하고 동등한 시민으로서 살아갈 자유를 요구하며 탈시설 권리를 주장해 왔습니다. 정의당이 지난 국회에서 발의했으나 끝내 통과시키지 못한 탈시설 지원법과 장애인 권리 보장법에 그 목소리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법들은 22대 국회에도 발의되었으나 더 멀리 나아가지 못한 채 표류되어 있습니다. 천주교는 전국에 장애인 거주시설 175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탈시설 권리가 ‘전체주의적 정책’이고 ‘생명권 침해’라며 왜곡, 폄훼하면서 탈시설 지원법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대표적인 기관입니다.
박초현·민푸름·이학인 세 사람이 혜화동성당 종탑 위에 오른 이유입니다. 천주교가 하루빨리 탈시설 입장을 바로잡아야 세 사람이 땅으로 내려올 수 있습니다. 정의당은 천주교가 사랑과 자비로 장애인들과 함께 탈시설 권리를 외치는 날이 가까워지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2025년 4월 20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