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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소장 칼럼

  • [김병권 소장 칼럼. 왜냐면(한겨레 공동)] '김기식 칼럼'에 부쳐: 지금 진보와 보수의 경계는 어디인가,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왜냐면] ‘김기식 칼럼’에 부쳐: 지금 진보와 보수의 경계는 어디인가


김 병 권
(정의정책연구소장)



그 어느 때보다 진보의 의미와 경계선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사회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적절한 기준은 무엇일까? 자신을 진보적으로 분류하는 유권자들은 어떤 근거를 들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른바 적폐라고 불리는 박근혜 정부의 일탈 행위를 기준으로 적폐청산에 동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대체로 진보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까? 미디어에서 규정하듯이 정치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경계선은 정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일까?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최근 <한겨레> 칼럼에서 과거 자신의 경험을 예시하면서, 진보와 보수는 시대와 사회적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제기를 했다(11월11일치 ‘우리 시대 진보란 무엇인가’). 그는 먼저 우리 사회의 진보가 현재 스웨덴식 복지국가를 추구해야 할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유럽 복지국가가 기초하고 있는 사회구조와 한국 사회 현실이 크게 다르게 변해가고 있음에도, 기성세대를 주축으로 한 진보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낡은 생각에 머무른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진단이자 비판의 요지다.

 

그에 따르면 현재 경제활동 급감으로 인해 특히 청년세대가 감당해야 할 복지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는 최소한의 ‘국민복지 기본선’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데 이 정도 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도 기존에 진보가 고수하던 부자증세만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진보는 용감하게 서민과 중산층에게도 증세를 하자고 말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더 나아가 노동시장에서도 진보가 기반하고 있다고 그가 규정하는 기성세대의 정규직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기성세대 진보는 현실 변화에 맞게 과도한 복지 기대치를 낮추는 한편, 용감하게 보편증세를 시민들에게 설득하고 정규직 기득권 포기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재난으로 가뜩이나 불평등과 격차가 커지는 마당에 하필 더 적은 복지에 더 많은 서민과 중산층 양보로 귀결된 그의 결론을 시비하지는 않겠다. 핵심 문제는 정작 그가 제기했던 비판이 바로 자신에게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사회복지세와 같은 보편증세 제안이나 일정한 직무급 전환 등은 이미 진보 쪽에서 다양하게 제안이 나와 있을 뿐 아니라, 이 주제 자체가 그의 말대로 급변하는 사회 현실에서 현재 진보를 가로막는 가장 첨예한 이슈인가 하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김 위원장의 현실감각과는 달리 지금 진보와 보수의 경계선에는 절박한 삶의 이슈들과 서로 다른 미래 전망들로 가득하다. 코로나19 재난으로 무너지는 국민의 삶을 떠받치기 위해 재정건전성 신화에 갇히지 말고 과감한 확장재정을 해야 하며, 그것이 청년들에게 미래의 전망을 열어주는 길이라고 진보는 말한다. 적극적 재정정책이 단기뿐 아니라 길게 봐도 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져 재정을 튼튼히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인정할까? 청년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세대를 이어 강화되는 불평등 문제도 진보와 보수의 최대 갈등 지점이다. 조세는 복지재원 차원에서만 고려되는 것이 아니라 사상 유례없이 심각한 불평등과 격차를 되돌리기 위한 정책 수단이며, 부자증세나 종부세, 초부유세 등을 진보가 주장하는 상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심각한 불평등을 축소하기 위한 과감한 부자증세에 동의할까?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역시 지금 불안정 노동시장의 유일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재난으로 아예 비정규직 바깥쪽의 특수고용이나 플랫폼 노동자 등 불안전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인정조차 받지도 못하고 고용보험체계 안에 들어와 있지도 않은 심각한 상황이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것도 정규직 탓인가?

 

진보와 보수의 쟁점을 복지 재원이나 복지 수준으로 본 것은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의 정책적 경계선이 될지는 모르나 김 위원장의 말과 달리 현실 변화를 무시한 인식이다. 기후위기나 차별금지, 플랫폼 노동 등 진보와 보수의 치열한 전투들이 과연 거대 양당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나? 그런 점에서 자신의 성향을 진보라고 표현한 시민이 다수로 나왔던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면서, 민주당 지지자가 다수가 되었다고 주장한 <한겨레> 박찬수 논설위원의 최근 ‘진보를 찾아서’ 글도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다분히 임의적으로 그은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971164.html#csidx1583402d834aab19adc3d7e6e16f2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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