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타임스 2019-13호] 학생부 종합전형, 믿어도 되나?, 김준영 기자

학생부 종합전형, 믿어도 되나?


 

 지난해 숙명여고 내신 시험 답안이 학교 교사의 쌍둥이 자녀에게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드라마 SKY캐슬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입시를 치르는 학생, 이미 입시를 거친 학생, 그리고 학부모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현상들의 기저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있다.



출처 : 대학저널(http://www.dhnews.co.kr)


 2020학년도 서울지역 대학교의 수시 정원 내 전형별 모집인원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독보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즉 수능 성적이 주가 되어 선발하는 정시 전형보다 수시 전형의 모집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재 입시제도 아래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은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2013년부터 정부의 방침에 따라 급속히 확대되어 현재는 수시 정원 내 55%를 차지하게 되었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전신은 입학사정관제인데 정권이 변화됨에 따라 명칭도 함께 변화했고, 사교육비 경감 효과,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 등을 기대하며 입시에 도입됐다. 학생부교과전형처럼 내신과 같이 정량평가적 요소도 반영하는 한편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 면접 등에 근거해 정성평가도 함께 반영한다. 즉 학생의 학업 성적만을 평가하는 기존의 입시제도를 보완하여 학생의 다양한 잠재적 능력을 평가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이 1일 9시간 근무한다는 가정 하에 평균 1시간에 1명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 시간 동안 제출된 모든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여 계량화하는 것이 현실적인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합격한 학생과 불합격한 학생 모두 그 결과가 나타난 이유를 알 수 없는데 많은 대학이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부산교육대학교 이광현 교수의 연구에서 학생부 종합전형 도입 목적의 달성 여부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2013년 이후 3년간 급격히 확대되는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더불어 이광현 교수는 학생들이 입시를 위해 비교과 활동에 충실한 것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한 것과 동일한 의미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숙명여고 사건 등을 통해 학생부 종합전형의 불공정성에 대한 의심은 깊어지지만, 선발인원을 유지하는 원인으로 학생을 자유롭게 선발할 수 있는 자율적 권한, 경쟁체제 속에서 빠른 시기에 우선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의 열망, 정부의 재정지원정책 등을 지적했다. 덧붙여 대입선발제도를 사교육비 감소와 연계시켜 사고하기보다 학생들의 역량을 비교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잘 측정하는 수학능력시험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시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능을 다차원적인 사고력과 학생역량을 더 잘 측정하도록 개선해 나갈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광현 교수는 “뿐만 아니라 학생부 종합전형은 상위 계층이 교육을 통해 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유지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과 유사한 입학사정관제는 유럽에서 채택하고 있지 않은 방식으로 미국에서 정성적이고 주관적인 방법으로 상위 계층의 학생을 상위권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도입되었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실제 학교에서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입시 전략으로 세운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의 수상실적을 채워주기 위하여 상장을 남발하는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120여 개의 상장을 채운 한 서울대 입학생이다. 사실상 방학을 제외하고 매주 하나씩 받았을 때 채워지는 실적이다. 뿐만 아니라 독서 란을 채우기 위하여 읽지도 않은 책 내용을 검색해 읽은 흉내를 내기도 하고, 심지어는 교사가 생활기록부의 과목별 세부특기 사항란에 적을 내용을 학생들이 직접 적어 담당 과목 교사에게 제출하면 그 내용을 그대로 실어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은평고등학교 김학한 선생님은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의 영역을 가능한 줄여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보탰다. 수능으로 학생부 종합전형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겠지만, 수능이 공정하다는 판단 역시 ‘형식적 공정성’에 불과하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전형의 빈자리는 가능한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메울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생부교과전형이 학교 수준의 격차로 인한 불공정성을 초래할 위험이 있지만, 학생부교과전형의 확대 시행은 고교 평준화와 더불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김준영, aseobaa@naver.com

 


참고자료 : 이광현, 2018, "학생부 종합전형의 쟁점 분석과 대입제도 개선방향" 『교육사회학연구』, 제28권 제3호, pp. 5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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