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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칼럼

  • [칼럼] 선거법 개정을 바라보면서 -네덜란드 연동형 비례대표제 사례 소개 및 시사점-, 장광열 전 위원장

선거법 개정을 바라보면서
- 네덜란드 연동형 비례대표제 사례 소개 및 시사점 -

 

장 광 열 (네덜란드 거주 당원)
민주노동당 유럽지구당 5대 위원장
진보신당 유럽당원협의회 초대 위원장

 

최근의 국회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과정을 바라보면서 국회의원들은 철밥통을 쥐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법 개정은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이 합의에 배제되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정작 선거법을 개정하기로 한 시한 내에 협의하기로 약속한 날에도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자유한국당이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자신들에게는 가장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굳이 바꿀 필요를 못 느끼는 것 아닐까? 촛불 민심이 거세었을 때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것도 결국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던 것 아닐까?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았을 때는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낮았다. 하지만 2등만 하면 차기를 넘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친일파 친재벌 반공 반북 반외국인의 굳은 지지율 30% 대를 기반에다가 몇 퍼센트만 더 얹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게임의 철칙을 굳건히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기에 FAST TRACK이라는 방법으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들이 합의를 하고 추진할 때 자유한국당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막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결국 자신들에게 불리한 선거법은 못 받겠다는 것이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법은 결사항전의 자세로 지키겠다는 것이다.

소선거구제에서는 1등만 살아남는다. 2등은 1등이 실수하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공천은 최소한 2등은 따낼 수 있는 보증수표다. 선거판에서 자신들은 유력주자이고 유권자들은 관객이다. 유권자는 동원의 대상이고 박수부대일 뿐이다. 유권자들을 자신들의 촘촘한 조직망으로 잘 구워삶으면 이긴다는 게 이들의 속셈 아닐까? 총선에서 경북의 우세는 확실하다. 수도권에서는 경제 이슈가 중요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부동산 시세에 관심 있는 중상류층에게는 정권에 반대할 중요한 명분이 된다. 세계 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서민층조차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릴 것이다. 소선거구제만 지키면 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참정권의 핵심은 선거를 통해서 자신들의 대표를 뽑을 기회가 국민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선거제도는 무엇보다도 선거과정이 공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행 선거구제는 공정한가? 현역의원은 평소에도 지역구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후보들은 선거운동 이전에는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되고,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 2004년 울산 북구에서 여유있게 당선되었던 조승수 의원은 노조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쓰레기소각장 건립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는 이유 때문에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고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기까지 했다. 이런 선거제도를 우리는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소선구제가 유일한 선거제도라면 모를까 민주주의 나라들에서는 소선거구제보다 훨씬 공정한 제도가 있다. 바로 정당명부제이다. 네덜란드는 인구가 1700만이고 국토는 한국의 40% 정도이다. 인구밀도로는 한국보다는 적지만 유럽에서는 최고수준이다. 네덜란드 선거개표방송은 축구경기 빅매치만큼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인기방송이다. 그 이유는 선거가 끝나면 바로 출구조사결과가 나오고 정당들은 득표율만큰 의석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중요한 하원선거를 보자. 하원의석수는 150석이다. 10%의 표를 얻으면 15석을 가져간다. 20%면 30석, 30%면 45석을 가져간다. 50%가 넘으면 76석을 얻어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의회의 입법과정을 거쳐서 모든 법을 통과시킬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제도하에서 소외되는 지역은 없을까? 정부의 지원을 못받는 지역은 자기 지역 출신의 후보를 찍으면 된다. 지역에서 몰표를 받은 후보는 자기 당에서 당선권 밖의 순번에 있더라도 정당명부에 자기가 받은 표에 기반해서 당 내 득표순으로 순번이 올라갈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녹색좌파당이 10%의 지지를 얻어서 15석을 확보했다고 치자. 그럼 정당명부의 1번부터 15번까지 당선되는 수도 있지만, 20번 후보가 당에서 10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면 그의 순위가 당내 10위가 되고 당선권이 된다. 이 후보가 아인트호븐 같은 중견도시에서 많은 표를 받았다면 아인트호븐 시민들은 자신들의 대표를 당선시킬 수가 있다. 그러기에 네덜란드 선거에서 불공정 시비는 거의 없다. 지난 주 3월 20일에 있던 지방선거는 광역지방의원 선거를 뽑는 선거였다. 12개 도에서 광역지방의원을 뽑고, 그들이 상원의원 75명을 선출한다. 이번 선거에는 유럽의 우파 바람 속에서 신생 우파 정당인 FORUM FOR DEMOCRACY (민주포럼) 이라는 정당이 14.4%의 지지를 얻었고 암스테르담이 있는 북 홀란드, 로테르담과 헤이그가 있는 남홀란드, 신도시인 알미어른가 있는 플레보란드에서 제 1당이 되었다. 이 지역은 네덜란드의 수도권이라고 보면 된다. 전국적으로는 570 광역의석 중 86석을 가져가게 되었다. 이 당은 지난 총선에 처음 나서서 1.5%의 지지로 하원에 불과 2석을 가지고 있지만, 네덜란드의 트럼프 격인 당수 체리 보데이(Thierry Baudet) 의 인기에 힘입어 두번째 선거에서 제 1당이 되었다.

체리 보데이는 유럽연합이 회원국의 재정, 경제정책, 노동 환경 등 사회정책 전반을 결정하면서 회원국 정부의 권력이 유럽연합본부가 있는 브뤼셀로 가고 있고, 자신들의 일자리와 보금자리를 루마니아 불가리아 폴란드 같은 동유럽 사람들에게 빼앗긴다는 피해의식을 가진 백인 남성 유권자들의 대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내용을 떠나서 이들의 인기는 표로 연결되었고 자신들의 인기에 비례해서 의석을 얻는 정당명부제 덕분에 이들은 단 2석의 미니정당에서 득표율 1위의 제 1당이 된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는 타협은 비겁하고 비타협적인 투쟁을 해야 인정받는다. 박정희 정권부터 대한민국의 권력핵심을 장악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세력은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김대중 후보에게 패하고 처음으로 권력을 내준 이래로 야당 10년 간 비타협적 투쟁으로 집안단속을 햇고, 뉴라이트를 내세워 권력을 되찾아 이명박근혜 정권을 유지했었다. 촛불항쟁으로 다시 권력을 내주었지만 기득권의 튼튼한 뿌리를 쥐고 있어 권력을 되찾아 올 날만 바라보며 비타협적 투쟁을 줄기차게 하고 있다. 만약 한국에 정당명부제가 들어서면 유권자인 국민들은 사표 걱정 없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게 되고, 한국 정치는 네덜란드처럼 여러 정당들이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대변하며 서로 경쟁하고 타협하는 체제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현재 소선거구제하에서는 기득권세력의 지지를 받는 자유한국당은 30%의 철옹성 득표율을 기반으로 다수당이 참여하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고수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70% 나머지 국민들은 후보 단일화 같은 연합정치를 하지 않는 한 자신들이 원하는 대표를 국회에 보내기 어렵다. 아무리 훌륭한 정치신인이라도 지역기반이 튼튼하지 않고 선거자금이나 조직 기반이 없으면 당선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정당의 정치인을 찍기 보다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찍게 된다. 그 결과 유권자들의 바램은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공직자 집단이 되어 버렸다. 정치가 제대로 서려면 공정한 선거법으로 능력있는 인재들이 국회에 들어가야 하고 그들이 유권자들의 요구대로 자기 본분을 다할 수 잇는 정당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공천권을 쥔 당 대표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어느 정당에 가든 국민들에게 호소해서 표를 얻고 당선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국민들은 정치인을 믿고 민주주의가 꽃 피게 될 것이다. 선거법 논의는 국회의원들끼리의 나눠먹기 게임이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들의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제도를 만드는 과정으로 다시 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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