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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칼럼

  • [청년칼럼 시리즈] 바닥조차 없는 이들을 위한 정치, 정혜연 정의당 부대표
바닥조차 없는 이들을 위한 정치

 

정 혜 연(정의당 부대표)

 얼마 전, 제주도에서 33살, 3살의 모녀가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비혼모로 살면서 아이와 홀로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끝내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언론에서는 수없이 여성을 이야기해왔지만, 실제로 밑바닥에 있는 여성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감내해야했던 비혼모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최근 안타까운 모녀의 죽음을 보면서, 여전히 그 물음에 정치는 답을 못하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우리 한국사회에서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은, 불안정한 노동환경, 치솟는 전월세, 늘어가는 교육/양육비로, 늘 경제적 고통과 불안정을 느끼면서 살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한부모 가족은 양육에 대한 책임을 홀로 떠맡아야 하니, 그 어려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중에는 부모가 여성일 경우가 3.5배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크다. 그로 인해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이들이 누려야 하는 사회적 제도와 지원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한부모 가족, 비혼모는 우리 사회에서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사회는 이들은 위한 튼튼하고 안전한 바닥을 만들지 못하고 있고, 이들은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안타까운 모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이다. 소수의 여성들에겐 더 올라갈 길을 막는 유리천장이 문제겠지만, 다수의 여성들에게는 추락을 막아줄 바닥이 더 큰 문제이다. 유리바닥은커녕 아예 바닥 자체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의 시선을 바닥을 향하도록 하는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로, 땀 흘려 일하는 우리 국민 대다수가 고통을 받고 있다. 또한 이 불평등 구조는 각 계층 내부적으로도 존재하고 있다. 불평등과 세대를 함께 볼 때, 우리는 세대 간의 격차가 아닌, 세대 내부의 격차에 주목해야 한다. 태어나자마자 주식 수십 억을 상속받고 20대에 이미 임대업자가 되는 청년과, 사회 진출 전부터 수천 만원의 빚더미에 고통받은 청년이 같은 청년은 아니다. 자식 등록금 부담하러 허리가 휘는 50대와, 고소득 임대업자로 불로소득을 올리며 살아가는 50대도 같은 50대가 아니다. 20대와 50대 사이의 격차보다, 우리는 20대 내부에서의 청년들 격차 혹은 50대 내부의 격차가 훨씬 더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도 젠더와 불평등 문제를 두고 볼 때, 단순히 여성과 남성을 비교하기보다, 여성 내부의 격차가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임원 중 여성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다수의 여성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혹은 오히려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착취한다면, 그것은 다수의 여성들의 삶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여성 내부에 존재하는 격차의 하층을 이루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 비혼모, 빈곤 청소년 등, 바닥조차 없는 대다수의 여성의 삶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여성 정치는 이들을 향한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최근 청년 내부에서 격해지는 남녀의 갈등에 대해서도, 이런 관점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남녀의 연대의 가능성을, 가난한 남성 청년과 가난한 여성 청년의 삶, 모두에서 존재하는 척박함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어느 누구도,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삶의 위기를 느낄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자는 것이다. 가난한 2030의 연대는 이렇게 가능하지 않을까.

 최근 미국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를 경선에서 이기고 당선되는 이변을 낳은, 오카시오 코르테즈와 일한 오마르가 던진 메세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코르테스는 89년생의 라틴계 여성정치인, 오마르는 81년생 무슬림 여성 정치인으로 미국정치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정치인이라 평가 받는, “젊은 여성 정치인”이다. 이들은 에 출연해, ‘우리 안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같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하나로 뭉쳐 싸우자는 이야기였다. “젊은 여성 정치인”이 이렇게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고통 받는, 바닥에 있는 이들의 삶 모두를 대변할 때, 여성의 삶도 바뀌고 여성정치도 지지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시선은 늘 바닥을 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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