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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레시안) 김형모 칼럼] 문재인 '포용국가'=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효과는 낮고 후세대엔 무책임, 김형모 정의정책연구소 정책자문위원
문재인 '포용국가'=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효과는 낮고 후세대엔 무책임
  김형모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저자 입력 2018.09.13. 02:37 수정 2018.09.13. 14:11댓글 5
 

[김형모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저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내걸며,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안으로 '소득대체율 50%'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정책기획위원회 김연명 국정과제지원단장(중앙대 교수)의 '공적연금 급여 100만 원 보장 안(案)'이 모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본 안 내용은 '기초연금이 30만 원으로 오르는 2020년까지 소득대체율 50%로 인상'하는 것이다. 보도에서 김연명 단장은 "이번 보고서와 향후 나올 복지부 안에 차이가 없으며, 양 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정책기획관은 "(정책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것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정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명 '김연명 플랜', 국민연금 재정목표 포기?

최근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위원회 및 제도발전위원회가 '2088년 적립배율 1배'라는 재정목표에 합의한 걸 감안하면, 김연명 교수의 제시는 사실상 '70년 후 적립 배율 1배 재정목표 포기'로 판단된다. 현재 한국의 노인 빈곤은 분명히 공적연금이 턱없이 부족하고 불평등해 생기는 문제다. 현 기초연금은 '선별적 사회부조' 수준이고, 국민연금은 성숙 기간이 짧아 수급비율이 전체 노인 중 40%도 안 된다. 평균 수급액도 38만 원 남짓이다. 즉, 노인 빈곤의 심각성은 당장 눈앞의 현실인데 '포용국가'를 얘기하며 내건 연금개혁의 핵심은 '소득대체율 50%'이다.

하지만 포용국가를 내세우며 거론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현재 노인 빈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소득대체율 효과는 상당히 오랜 기간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납부하면서 형성된다. 같은 이유로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종료가 다가오는 장년층에도 별 상관이 없다. 물론 현 수급자도 이미 결정된 급여기준으로 연금을 받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더군다나 4차 재정추계를 통해 이미 드러났듯, 2028년 40%라는 당초 소득대체율로 가더라도 우리 후세대엔 심하면 30%를 넘나드는 연금보험료 부담이 예측됐다.

소득대체율 인상, 노후빈곤 해결 효과 낮아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지만 본질적으론 소득비례 연금이다. 노동시장에서 좋은 처우를 오래 누린 이들이 노후가 되어서도 많은 연금을 받는다. 이미 자산축적과 퇴직연금 등으로 노후 준비가 상대적으로 잘 된 계층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으로도 노후보장 혜택을 더 누리는 구조다. 또한 소득대체율 인상은 국민연금 수급액 인상 측면에서도 반쪽짜리 대안이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정률로 인상되기에 인상에 따른 혜택 역시 고소득층이 크다.

국민연금 지급수준을 높이려면 소득대체율이 아니라, '가입자평균소득:A값'을 높이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A값 상승은 국민연금 가입자 모두에게 이익이며, 연금인상액 자체가 동일하기 때문에 인상비율은 저소득층일수록 크다. 더군다나 A값 적용은 연금수급 시점부터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더라도 그 혜택은 앞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기간이 많이 남은 이들만 해당되지만 A값 인상은 연금수급이 얼마 남지 않은 장년층까지 혜택을 누린다.

김연명 단장이 국민연금 수급액을 늘리고 싶다면, 소득대체율 50%가 아니라 A값을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소득'으로 바꾼다거나 468만 원 초과자 소득을 강제로 468만 원 이하로 낮춰 평균값 결정에 집어넣는 '강제하향평준화' 제도 개정부터 제안하는 게 옳다. 더불어 50%로 소득대체율 올릴 경우 ''2088년 적립 배율 1배' 국민연금 재정목표에 맞는 적정 보험료율', '향후 보험료율 인상계획', '2088년 시점 후세대가 부담할 예상 보험료율'에 대해서도 함께 제시하길 바란다. 그것이 연금학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이다.

어찌 됐거나, 국민연금은 약속된 금액을 지급하는 확정급여형 연금제도이자 낸 돈에 비해 훨씬 많이 받는 설계로 필연적으로 재정 지속에 위협을 받는다. '기금소진 후 부과식 전환'을 쉽게 얘기하지만, 우리가 누릴 혜택 때문에 태어나지도 않은 후손에게 은행 저축보다 훨씬 못한 '국가연금보험'을 강요할 수 없다.

국민연금이 중심부 노동시장 출신들에게 좋은 제도라는 문제도 있지만, 재원 마련의 비효율도 분명하다. GDP 대비 국민연금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총액(예측)은 2018년 27.8%, 2040년 27.8%, 2060년 28%이다. 이 말은 국민연금이라는 제도를 유지할 재원이 우리 사회 총 부가가치 중 30%도 되지 않는 범위에서 마련된다는 얘기다. 100그루 사과나무가 있는데 30그루도 안 되는 나무에서만 집중적으로 사과를 따는 꼴이다. 더군다나 세금과 달리 정률 징수라 저소득층 체감 부담이 크다. 고소득층일수록 보험료 상한제로 보험료율은 오히려 낮아진다. 국민연금 체납자 통계에서도 보험료 체납도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소득이 낮을수록 가입 기간도 짧다. 400만 명에 이르는 납부예외자도 마찬가지다. 가처분소득이 가뜩이나 낮은데, 연금보험료 납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50% 대신 '기초연금 50만 원'을!

그렇기에 대안은 기초연금의 획기적 강화이다. 현행 40% 소득대체율 유지가 됐건, 김연명 교수 주장처럼 50%로 올리건 보험료 인상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국민연금 제도 특성과 보험료 징수 한계상 비용부담 대비 노인 빈곤 해결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만약 50%로 소득대체율을 올린다면, 최소 보험료를 9%에서 13%로 4%는 당장 올려야 한다(제도발전위가 발표한 '가' 안에서 45% 소득대체율을 위해 보험료 2% 즉각 인상 제시). 보험료 수입 4%는 2017년 기준으로 17조5000억 원이다.

200만 원 소득자라면, 더 내야 하는 보험료가 8만 원이다. 먼 훗날 받을 국민연금을 위해 200만 원 소득자에게 당장 26만 원(13%) 보험료를 내라는 게 최선일까?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소득 대비 소비지출비중이 높은데, 보험료 인상에 따를 소비 위축은 또 어쩔 것인가? 그럴 바에야 소득세와 법인세 등 소득비례 세금에서 17조5000억 원을 더 걷어 기초연금을 50만 원 선까지 대폭 올리는 게 합리적이다. 참고로 17조5000억 원은 소득세, 법인세 세입 122조 2348억 원의 14.3%이다. 부양가족 1명 중 월 200만 원을 받는 이가 14.3% 소득세 인상으로 추가 부담할 세금은 월 1000원 남짓이다.

지금 당장 노인 빈곤 해결과 함께 고령화로 인해 노인부양 비용은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적정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사회는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비용을 능력만큼 부담하며, 형평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과감히 나아가야 한다.

30그루 사과나무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100그루 사과나무에서 골고루 열매를 얻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란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공적연금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제도개혁에 집중하길 소망한다.

김형모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저자, 정의정책연구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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