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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석준 칼럼] 한국 부동산 시장은 정말 '자유 시장'인가?
한국 부동산 시장은 정말 '자유 시장'인가?
[장석준 칼럼] 농지개혁으로 시작한 나라, 이젠 '주택소유상한제'다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


최근 <한겨레21>이 조기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 1053명을 심층면접조사(FGI)하고서 분석 기사를 실었다(제1201호, 2018년 3월 5일자). 그 중 눈길을 끈 대목은 현 정부 정책을 둘러싼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평가였다.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정책은 다름 아니라 부동산 정책이었다. "잘 한다"는 응답은 31.8%로 여러 정책 중 가장 적었고, "잘 못한다"는 57.2%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이미 다주택자 양도세를 올렸고(4월부터 시행) 보유세 인상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을 나름 진지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한다. 이와 더불어 집 없는 서민과 젊은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도 치솟는다. 부동산 정책이 잘못 됐다는 평가는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의 표현일 것이다.  

부동산 투기와 불평등에는 정말 백약이 무효일까? 보유세까지 인상했는데도 별 효력이 없다면, 정말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다른 처방이 없지는 않다. 대다수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현 주택 소유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이를테면 주택소유상한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검토했던 주택소유상한제  

10년 전인 2000년대 중반에 부동산 문제는 어쩌면 지금보다 더 뜨거운 쟁점이었다. 오죽 하면, 이제는 열혈 극우파가 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조차 이 무렵 '반값 아파트'를 들고 나왔겠는가. 그때 민주노동당도 주택 정책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대안 중 하나로 2007년에 김정진 당시 법제실장(현재는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이 입안해 발표한 '주택소유제한법(안)'이 있었다.  

이 법안은 한 가구가 소유할 수 있는 주택을 한 채로 제한했다. 두 채 이상 보유한 주택은 5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처분하지 않으면, 초과소유부담금을 부과한다. 2007년도 법안에는 부과율이 2년까지는 공시가격의 2%, 2년을 초과할 경우는 4%, 처분의무기간인 5년을 넘으면 9%로 돼 있었다. 한편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 보유자에게는 처분의무기간 안에 부과금을 물리지 않는다고 예외를 두었다.  

만약 이 내용이 실행된다면, 다주택 보유자는 부과금 압박 때문에 실거주용 아닌 주택을 매각해야 한다. 시장에 다량의 매물이 나오면서 주택 가격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게 되고 상당수 전세 거주자들이 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자기 집을 구입하게 된다. 그래서 대다수 가구가 자가를 보유한 '1가구 1주택' 상태가 된다.  

이 법안이 처음 제출됐을 때는 '1가구 1주택' 법안이라 불렸다. 토지공개념이라는 역사적 용어에 빗대어 '주택공개념' 법안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명칭은 법안 제목대로 '주택소유상한제'라 하겠다.  

이런 부동산 소유 제한 제도는 이미 선례가 있다. 지금은 폐지된 택지소유상한제다. 한데 이 제도는 폐지 이후에 뒤늦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주택소유상한제 역시 입법이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주택소유제한법(안) 입안자인 김정진 소장은 2007년 당시 민주노동당 내 토론회에서 택지소유상한제의 모든 내용이 다 위헌 판정을 받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히려 헌법재판소는 택지소유상한제의 기본 취지가 헌법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토지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이라고까지 판결했다.  

"입법자는 중요한 공익상의 이유로 토지를 일정 용도로 사용하는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토지의 개발이나 건축은 합헌적 법률로 정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내에서만 가능한 것일 뿐만 아니라 토지재산권의 강한 사회성 내지는 공공성으로 말미암아 이에 대해서는 다른 재산권에 비하여 보다 강한 제한과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 (헌재 1998. 12. 24. 89헌마214)

택지소유상한제가 위헌 판결을 받은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택지소유 상한을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는 점(서울의 경우 200평) 그리고 자가 주택에도 택지소유 제한을 두었다는 점이 위헌의 근거였다. 바꿔 말하면, 택지소유 상한선이 적정하거나 보유 목적에 따른 적절한 예외를 인정한다면 충분히 합헌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주거권과 관계없는 다주택 소유를 제한하는 입법 역시 당연히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통계청의 2016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전체 1936만8000가구 중 무주택 가구는 889만5000가구에 이른다. 반면 289만 3000가구가 두 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가구의 15%가 안 되는 이들이 개인 소유 주택 중 약 46%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주택 소유 불평등이야말로 "토지재산권의 강한 사회성 내지는 공공성"을 고려하는 "재산권의 강한 제한"을 통해 해결돼야 할 문제 아니겠는가.  

주택시장 안정화는 주택소유상한제로부터  

아쉽게도 주택소유상한제는 민주노동당의 공식 당론이 되지는 못했다. 민주노동당조차 소유권 개혁은 부담스럽다고 느낀 것일까. 아무튼 이 정책 구상은 이후 오랫동안 먼지 속에 잠자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 정의당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에서 다시 햇빛을 보았다. 당시 심상정 후보와 경쟁하던 강상구 후보는 촛불 항쟁이 일어난 이유를 한국 사회가 어느덧 "특권세습사회"에 접어든 데서 찾았다. 무엇보다도 불평등한 자산 소유 구조 때문에 소수 특권층이 불로소득을 향유하며 이를 대물림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토지, 주택 같은 부동산 소유 불평등이다.  

강상구 후보는 특권세습사회를 타파할 길을 자산 재분배에서 찾았다. 그래서 정의당 경선 중에 일련의 자산 재분배 공약을 발표했다.  

 

첫 번째로 발표한 공약은 심상정 후보도 수용해 대선 본선에서 제시한 사회상속제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공약이 "주택공개념, 1가구 1주택 확대"였다. 이름에서 연상되듯이 이는 위에 소개한 주택소유제한법(안)의 내용을 되살린 것이었다.

기본 얼개는 민주노동당 법안 그대로였다. 고율의 주택초과소유부담금을 부과해 다주택 소유자가 정해진 기간 안에 실거주용 외 주택을 처분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변한 게 한 가지 있었다. 과거 법안과 달리 강상구 후보 공약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 소유자에게는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단, 전제가 있었다. '사회주택' 협약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상구 후보 공약은 다주택 소유를 해체하고 자가 소유를 늘린다는 주택소유제한법(안)의 기본 정신을 이어받았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요소를 더 고민했다고 할 수 있다. 자가 소유도 늘어나야 하지만 동시에 주택 약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주택소유상한제가 실시된다면, 현재 60%가 안 되는 자가 소유율(2016년 현재 55.5%)이 다른 OECD 회원국 수준(캐나다 66.5%, 프랑스 64.9%)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자가 소유 가구가 늘어날 것이며, 아마도 현재 전세 세입자에 속하는 계층의 상당수가 집 걱정을 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가 소유율이 전체 가구의 2/3 수준으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1/3에 달하는 가구에게는 여전히 임대주택이 필요하다.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임대주택을 늘릴 최선의 방안은 공공임대주택을 풍부히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거 문제가 가장 심각한 서울 같은 대도시는 공공임대주택을 새로 지을 땅이 부족하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이 민간주택을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택소유상한제 같은 처방을 통해 주택 가격을 전반적으로 낮추지 않는 한, 대규모로 추진하기 힘들다. 서민 주거권을 보장하려는 어떤 방안도 현 부동산 시장 구조에서는 이렇듯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강상구 후보가 내놓은 해결책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 소유자의 주택 보유분을 민간임대주택이면서도 강한 사회적 통제를 받는 '사회주택' 부문으로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가령 독일은 자가 소유율이 50% 조금 넘지만 민간임대주택에 엄격한 규제를 가해 '사회주택' 기능을 맡게 함으로써 주거 안정을 실현한다. 우리도 이처럼 임대사업자들에게 임대료 상한제를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별로 임대인 단체와 임차인 단체(세입자조합) 간 임대료 협약을 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늘어난 자가 보유 부문('1가구 1주택' 부문)과 역시 지금보다 늘어난 공공임대주택 부문 그리고 사회주택 부문이 결합해 헌법이 약속한 주거권을 보장하게 될 것이다. 주택 소유 구조가 전반적으로 투기가 아닌 거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주택소유상한제야말로 한국의 거품 주택 시장을 정상화, 안정화시키는 '빅뱅'에 해당하는 조치라 하겠다.  

물론 다주택 소유자를 임대사업자로 등록시키는 방안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현 정부도 이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별 효력이 없다. 유인책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잘 먹히지 않는다. 반면 주택소유상한제가 실시된다면, 다주택 소유자가 투기 목적의 주택 보유분을 처분하거나 아니면 임대 수익에 만족하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주택소유상한제 같은 충격요법만이 민간임대주택 부문을 합리화할 유일한 방책일지 모른다.

특권세습사회를 타파할 길은 소유권 개혁뿐 

물론 주택소유상한제는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여러 처방 중 하나일 뿐이다. 꼭 이 방법뿐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이 나름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그간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이유만큼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모르긴 해도 그 이유는 소유권 개혁이 너무 급진적이라는 지레짐작과 우려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경쟁', '경쟁'을 말하지만 실은 이미 승리한 자들 사이의 담합과 뒤늦게 추격하는 자들 끼리만의 경쟁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특권이 벌써 대물림되는 세상에서 모두가 대등한 시민으로 다시 같은 출발점 위에 설 길은 무엇인가? 특권의 철옹성이 된 소유 구조를 '초기화(리셋)'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 특권세습사회의 고착을 끊어낼 길은 우리 시대의 '희년(jubilee)'이라 할 소유권 개혁뿐이다.

이른바 자유시장을 위해서도 그렇다. 지금의 한국 주택 시장을 정말 '자유시장'이라 할 수 있는가? 불로소득을 누리는 현대판 귀족과 투기꾼들에게는 '자유'시장이겠지만, 오로지 살기 위한 주택이 필요할 뿐인 다수 서민과 젊은 세대에게는 결코 '자유'로운 시장이 아니다. 한국 주택 시장이 후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자유시장이려면 주택소유상한제와 같은 소유권 구조 개혁이 반드시 한 번은 있어야 한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이미 소유권 개혁의 역사적 기억이 있다. 지금 촛불 개헌을 준비하는 이 나라는 세계 역사상 비혁명 시기의 조치로는 가장 대규모였던 소유권 개혁과 함께 시작된 유례없는 나라다. 수천 년 된 농지 소유 불평등을 정치를 통해 뒤집은 경험과 함께 출발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때처럼 낡은 판을 뒤집고 모두 다시 새 출발점에 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잊었던 소유권 개혁이라는 처방을 손에 들 때인 것만 같다. 자유사회가 자유의 원기를 되찾을 '현실적인' 길은 이제 이것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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