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우의 한 컷 만화, 진보정당 STORY]84. 노무현 연정

84. 노무현 연정
    : 민주노동당은 소연정도 부담스러워

 

 

 

 

 

핵 반대 열풍으로 원내 1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의 말대로 ‘길 가다 지갑을 주운 것’이었는지 실력 이상으로 얻은 의석수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빠르게 까먹어버렸다. 2004년 총선 1년이 지난 2005년 4.30 재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성적표는 6:0 완패, 의석수는 146석으로 줄었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의 원내 과반의석 시대는 1년 만에 끝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6월 24일 당-정-청 수뇌부 인사 11인 모임에서 ‘연립정부’ 이야기를 꺼냈다. 법안 처리도 어려워지고, 윤광웅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막아낼 힘도 없으니 ‘비상사태’라는 말까지 하면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물론 노무현대통령은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끝장내는 정치개혁을 자신의 신념으로 가져온 정치인이고 그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중대선거구제도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혹은 민주노동당이 주장해 온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등으로 바뀌어야 하며 기존의 지역구도에 의존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는 정치개혁이 요원하다는 게 노무현 대통령의 일관된 생각이었다.

 

노무현의 진심은 개헌보다 어려운 선거법을 바꿀 수 있다면 권력도 내놓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원내에서 열린우리당의 단독 과반이 무너진 이후에 나온 ‘대연정’ 제안은 제안 받은 당사자인 한나라당에 의해 “연정 발언은 여소야대에서 절대 밀릴 수 없다는 오기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선거법 하나 바꾸기 위해 대통령의 권력까지 내놓겠다는 건 헌법파괴적 생각”이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주는 권력은 안 받겠다”는 공식선언(8.1 박근혜 당대표 기자회견)으로 간단히 무시당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이라크 파병에 이어 자신의 지지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자해 정치에 가까웠다. 실제로 성사시키기 위해 음으로 양으로 접촉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성의를 다하는 것이라기보다 상대의 의중이나 타산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안함으로써 평지풍파만 불러일으키는 방식이었다. 노무현 정권의 지지자들조차 “민생현안이 산더미인데 대연정 제안이 뭐냐?”며 뜬금없다고 받아들였고, 노무현식 돌출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8월 10일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공식 포기하는 대신 민주노동당과 민주당과의 소연정 추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선거제도 개혁’과의 빅딜로 제안된 대연정 제안이 거부된 상황에서 소연정을 추진한다는 건 여소야대라는 원내 환경을 역전시키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소연정에 대해 유시민 의원은 “소연정을 해서 다수파를 확보하면 국회운영은 다소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선거제도 개선을 통한 한국 정치발전에는 합당한 대안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당내에서는 연정을 한번 생각하는 자체가 정체성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직까지 덜 여문 당이어서 소연정은 자기의 운명을 거는 식으로 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에게 “가령 장관을 준다면 좋아할 것 같지만, 오히려 민주노동당에서는 폭탄이어서 부담된다”며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민주노동당의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였다. 대신 “안정적인 과반수 의석 확보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 연합이 오히려 쉬운 방법”이라며 한발을 빼고 있었다. 민주노동당은 원내 입성해 현실 정치에 발을 담근 지 1년밖에 안 된 아직 ‘덜 여문’ 정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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