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우의 한 컷 만화, 정의당 STORY] 15. ‘각하 빅엿’의 국민판사 서기호의원, ‘전두환 은닉재산 환수에 시효 없음’을 천명하다
 

15. ‘각하 빅엿’의 국민판사 서기호의원, ‘전두환 은닉재산 환수에 시효 없음’을 천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부자감세나 4대강 삽질만 한 것이 아니었다. KBS, MBC, YTN 등 방송사를 장악하고 종편을 허용함으로써 언론생태계에 독극물을 풀어놓았다. 언론의 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공정보도를 지키려던 많은 언론인들이 잘려나갔다. 나중에는 손석희씨가 진행하는 JTBC 뉴스가 공중파와 종편을 포함한 방송뉴스 중 가장 신뢰받는 방송이 될 정도로 공영방송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JTBC 뉴스가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주기 전에 해직 방송인들이 ‘뉴스타파’라는 SNS 유통망을 통한 방송시스템을 구축하고 오직 진실만을 방송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었다.

 

매주 업데이트되는 뉴스타파는 방송마다 특종을 터뜨렸는데 2013년 6월3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하며 거액의 비자금을 관리한 정황을 폭로했다. 그러나 이 페이퍼컴퍼니의 계좌를 관리하는 은행은 고객정보를 밝힐 수 없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뉴스타파 팀은 자체 보도와 별도로 탐사 취재 결과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힘으로써 전두환 은닉재산에 대한 추징 시효 전에 추징을 완료해야 한다는 여론을 환기시켰다.

 

정치권에서 이에 호응한 이는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이었다. 트위터에서 ‘각하 빅엿’이라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멘션으로 ‘국민 판사’ 이름을 얻었던 서기호 의원은  6월 20일 ‘전두환, 노태우 추징금 시효 배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존 몰수?추징에 대한 형의 시효는 3년에 불과해 이를 은닉?처분하여 3년만 경과하면 불법으로 취득한 재산상 이득에 대해 더 이상 집행할 수 없었다. 따라서 3년마다 별도의 시효 중단 조치를 취해야 했다.

 

서기호 의원은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제정 이후 각국은 반인륜범죄 및 반인도 범죄, 전쟁범죄 등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쪽으로 법규를 바꾸고 있고, 우리나라 또한 헌정질서 파괴범죄 및 집단살해에 해당하는 범죄에 관하여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 마당에, 그로 인한 형의 시효에 대해서도 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에 헌정질서 파괴범죄, 집단살해에 해당하는 죄와 경합범으로 판결을 선고 받아 확정된 형에 대하여는 형의 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법안 발의의 취지를 밝혔다.

 

2013년 6월 27일 공무원이 불법 취득한 재산에 대한 추징 시효를 늘리고 추징 대상을 제3자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재석의원 233명 가운데 228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추징시효 연장에 따라 거액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환수 시효는 2013년 10월에서 2020년 10월까지로 7년 연장됐다.

 

정치권에서 이런 조치가 나오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전 정권은 도대체 뭘했나?”라며 자신만이 권력형 비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고, 추상같은 칼날을 들이댈 수 있는 사람임을 과시라도 하듯 7월 16일 전두환의 자택과 그의 아들 전재국이 운영하는 시공사 압수수색 등으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 결과 전두환의 일가는 자신들의 재산을 내놓아 추징금을 완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두환 일가의 대응은 소나기는 피하라는 금언을 충실히 따른 것일 뿐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부과된 추징금은 2205억원이다. 이 가운데 환수된 금액은 지난 2015년 1월 기준으로 1087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2013년 5월 환수팀 출범 이후에도 1년 넘도록 환수율은 절반 언저리에 머무르고 있다. 29만원 밖에 없다던 전두환씨는 그런 가운데도 가신들을 이끌고 다니며 골프도 치고, 비싼 외제 양주도 마시고 다닌다.

 

전재국씨의 전두환 비자금 의혹을 최초로 밝힌 뉴스타파 최승호 앵커는 당시 ‘뉴스타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재국씨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계좌로 얼마의 돈이 흘러들어갔는지, 그 돈이 누구 것인지 검찰과 국세청이 밝혀야 한다. 검찰은 2013년 추징금 징수 시효 내에 전두환씨의 재산을 찾아내겠다면서 전담팀까지 꾸리는 의욕을 보여주고 있으나 솔직히 미덥지 않다. 왜냐면 2004년 전재용씨에게 흘러들어간 전두환씨의 비자금을 찾아내고도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음으로써 추징을 포기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또다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국민은 검찰을 그리고 정부를 더 이상 믿지 않을 것이다. 부디 정부가 전두환씨의 모든 재산을 찾아 추징함으로써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달라.”

 

최승호 앵커의 예언처럼 뉴스타파가 거의 대부분을 밝힌, 전재국씨의 블루아도니스 계좌로 흘러들어간 정체불명의 돈을 검찰이 수사했다는 후속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도대체 이 정권은 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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