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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강. 정당조직의 변화 1 : 정체성과 경쟁성

 

 

 

 

4부. 정당 조직과 체계의 변화

 

28강. 정당조직의 변화 1 : 정체성과 경쟁성


1) 28번째 시간이다. 오늘부터는 4부 “정당 정치의 변화”를 정당조직과 정당체계의 차원으로 나눠서 살펴보겠다. 1부에서 간단히 언급했던 정당체계론과 정당조직론을 심화 학습하는 기회도 될 텐데, 1부 강의 때보다는 훨씬 쉽게 이해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야기의 순서는, 정당 이론에서의 논의를 먼저 살펴보고, 이를 기준으로 우리의 정당 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 내지 개선해야 할 문제를 이어서 살펴보는 식으로 하겠다. 28강과 29강은 정당조직 문제를 다룬다. 30강과 31강은 정당체계의 문제를 다룬다. 32강과 33강은 오늘의 한국 정당 정치가 안고 있는 중심 문제로서 “제3시민”과 “정치 양극화”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시작하겠다.

 

2) 하나의 조직으로서 정당은 “변하지 않기 위해 변화하는 존재”라는 말을 앞에서 했다. 그렇기에 정당은 나라마다 그 특성이 다르고 같은 나라, 같은 정당이라 할지라도 어느 시기나 늘 같은 모습으로 있지 않고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 왔다. 우리보다 앞선 민주주의 국가들이 1백년 이상 가는 정당을 지금도 갖고 있는 것은 안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기체적 특성을 갖는 조직이 자신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만고의 진리가 아닐 수 없다.

 

3) 정당이론에서 정당조직의 변화는 두 차원의 제약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 왔다. 하나는 ‘정체성(identity)’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성(competition)’이다.

 

4) “정체성”은 유사한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거나, 유사한 이해관계와 열정을 갖는 시민과 사회집단을 결집하는 노력을 말한다. 정체성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체성이 급진적으로 달라지면 조직은 유지가 힘들어 진다. 새롭게 제기되는 변화의 과제가 어떠하든 안정된 조직의 틀 위에서 수용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도 가능하고 또 그래야 변화를 통해 조직이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다.

 

경직된 이념 강령을 앞세우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이것만 말하고 선언하는 것으로 끝내면, 그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념 강령에 대한 강박관념은 버리더라도,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정책 강령은 오히려 더 잘 준비해야 한다. 유능하고 책임 있는 정책팀 내지 예비내각을 통해 그러한 변화를 안정적으로 조직할 수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념과 가치의 측면만이 아니라 조직 문화 내지 활동 양식 등의 차원에서 동질성을 단단하게 형성하지 않으면 지지자는 물론 조직 구성원의 헌신을 이끌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소년 민주당원/청소년 공화당원(young democrat/young republican)”이란 표현이나, “나이든 사민당원/젊은 사민당원(old social democrat/young social democrat)” 등의 표현에서 보듯, 교육을 통한 사회화와 어느 정도 승계가 가능한 "정당 일체감(party ID)" 속에서 새로운 세대의 특징을 담아가는 것은 오래가는 정당의 생명과 같은 일이다.

 

정당 일체감은 가족 안에서 어느 정도 대물림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선거만 하면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사이의 정치적 선택이 극단적으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정당 정치가 사회 속에서 뿌리내리고 있지 못함을 실증하는 현상이다. 식탁에서의 정치사회화 교육이 자연스러워야 하고, 그래야 가족도 사회도 안정된다. 오늘날의 당원이란 당에 소속되어 교육과 연수를 받고 당비를 내고 이런저런 당 활동에 참여하는 전통적 당원에 한정되지 않고, 비당원이지만 정당일체감을 갖는 적극적 지지자를 포함하는 의미를 더 많이 갖게 되었는데, 이 역시 안정된 정체성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정당 정치가 사회 속에서나 정부 영역에서 잘 자리를 잡게 되면, 사실 당에 소속되는 것(membership)이 아니더라도 지지하는 당과 일체감을 갖는 것(partisanship)으로 충분하게 된다. 특정 정당과 연계되어 있는 결사체의 다양한 발달도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청년 조직도 노동 조직도 지역 조직도 협동조합도 그 자체로는 자율적 결사체이지만, 특정 정당이 정부가 되는 것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당의 외연을 이루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도 자연스러워야 한다. 유사한 인간관, 사회관을 갖는 사람들끼리 가까워지듯, 지지하고 반대하는 정당에 대한 판단이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이 시민 삶의 한 기준으로 자리 잡을수록 사회가 훨씬 더 평화로울 수 있다.

 

 

5) “경쟁성”은 다른 정당과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한 정당의 승리와 패배는 자신만이 아니라 상대 정당의 변화를 촉진하고, 이런 상호작용은 반복되는 연쇄의 고리를 형성한다. 따라서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지지자의 상실을 막고 더 많은 지지자를 얻기 위해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동시에 새로운 확장성을 갖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정당이다.

 

그러나 정당은 시장 상황에 따라 창업과 업종전환이 이어지는 시장경제와는 매우 다른 조건에서 활동하는 조직이다. 굳이 시장체제에 비유한다면, 정당 정치는 완전경쟁시장이 아닌 독점 시장과 유사한 구조적 특징을 갖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당은 집합적 정체성에 기초를 둔 열정과 충성의 동원 없이 존립도 유지도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경우 민주당의 계통 없는 변화가 당원 없는 정당으로 치닫고 그 결과 정당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위기가 상존하는 사태가 악순환처럼 이어진 것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6) 정체성과 경쟁성의 압박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정당은 한편으로 자신의 지지자과 문화적, 정서적으로 닮은 공동체가 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정당들이 복수로 존재하고 경쟁함으로써 사회 전체를 정치체제에 연결하고 매개하는 기능이 튼튼해진다. 정당들의 정치가 사회 내 다기한 갈등과 차이를 정치적으로 표출하고 대표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관객의 좋은 평가를 받는 축구 리그란 남다른 특색을 가진 팀들이 승패를 쉽게 알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쟁성을 보일 때 가능한 것과 같은 원리라 할 수 있다.

 

요컨대, 하나의 팀이자 공동체, 조직으로 존재하는 정당이 서로 경쟁적으로 ① 유권자 속에 ② 다른 정당과의 관계 속에 ③ 정부와의 관계 속에 존재하면서, 전체적으로 “권위 있는 시민 권력의 조직자”로 역할을 해줘야 민주주의가 그 가치에 맞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축구 경기장에 나온 하나하나의 팀이 최선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 때, 자신의 지지자는 물론 함께 노력한 스태프와 후원자도 보람을 가질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지 않고 경기장에 나온 같은 팀 선수끼리 계파로 나뉘어 다투고 분열하고, 그뿐만이 아니라 경기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상대 팀을 야유하고 모욕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이루어진다면 누가 좋겠는가?

 

7) 지금 민주당은 어떤 정당인가? 무엇보다도 “도구화된 정당관”이 강해지는 것이 걱정이다. 이념이든 가치든 정당으로서의 정체성도, 하나의 조직이자 팀으로서 정당의 경쟁성도 아닌, 이른바 ‘대권’을 획득하고자 하는 개인과 계파들이 대통령 권력에 대한 접근권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도구로 정당을 간주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 정당으로서 집합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시민 다수에게 확신을 갖게 하기 위한 노력보다, 먼저 당내 상대 대선 후보들과의 “네거티브 경쟁”이 더 주가 되었고, 나아가 누가 집권세력과 대통령을 더 세게 공격하느냐 하는 “외부화 경쟁”이 결합된 “양극화 정치(polarized politics)"를 부추겨 왔다. 다수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도록, 대안정부로서의 조직적 준비보다는 누구든 상대를 공격하려는 열정만 지배하는 게 지금의 민주당 모습이다.

 

그것은 일종의 ”쉬운 경쟁“ 내지 ”불성실한 경쟁“이자, 경쟁을 통해 사회가 통합되고 공익이 증진되는 것이 아닌 그 반대로 분열과 사익의 분출로 특징되는 정치를 가져왔다. 당연히 이런 정치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의 출현을 기대하는 심리 갖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한편으로는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철수 현상과 같이 변화에 대한 기대를 아웃사이더에게서 찾고자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것이 민주적 정당 정치의 모습과는 얼마나 거리가 먼 일인가가 오늘의 강의를 통해 어느 정도 이해되었기를 바라며, 여기서 오늘의 강의를 마친다. 다음 시간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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