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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강. 다른 무엇보다도 정당은 자율적 결사체다

 

 

 

 

3부. 정당의 민주적 기능과 역할

 

24강. 다른 무엇보다도 정당은 자율적 결사체다

 

 

 

2월 10일 오후 4시, 박상훈 학교장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의당 중앙당 회의실에서 만납시다.

읽으시다가 궁금하신 점,
박상훈 학교장님께 직접 질문하세요! 

 

 

1) 24번째 시간이다. 오늘 강의에서는 “정당이란 무엇인가” 하는 정의(definition)의 문제에 대해 살펴볼 생각이다. 관련해서 정당에 대한 법률적 정의 내지 교과서적 정의가 안고 있는 문제도 다룰 것이다.

  

2) 정당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일은 어렵다. 사실 정치학 안에서도 정당에 대해 이런저런 정의가 많지만, 확고한 동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당이 아닌 조직 내지 인간 활동과 비교해 정당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번 시간과 다음, 그리고 그 다음 시간의 강의로 나누어 이 문제를 폭넓게 살펴보겠다.

  

3) 무엇보다도 정당은 “자발적 결사체(free association)"이다. 무리를 짓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정치 사회적 본성이다. 무리 짓기를 없앨 수는 없다. 그건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분명 정당은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을 구성원으로 삼는 무리들이다. 공통의 이익과 목표를 추구하고자 모인 사람들의 자발적 결사체이자 사적 집단의 성격을 분명히 갖는다. 그렇기에 정당의 내부 문제는 구성원 스스로의 자치에 맡겨진 문제로, 국가나 법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데 이견을 갖는 정치학자들은 없다.

 

그렇다면 정당이란 자율적 결사체와 정당이 아닌 자율적 결사체는 어떻게 다른가? 글쎄. 애매하다. 그런데 애매한 것이 당연하고 그 애매성이라는 특징이 중요하다. 애매한 것이 싫어서 정당을 지나치게 분명하게 구분하려고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고, 특히 정당 활동에 대한 규제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우리 헌법에서 정당에 대한 규정을 보자. 헌법 8조는 다음의 4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①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②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③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 ④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

 

위 헌법 조항에 따르면 “정당은 민주적이어야 하고 필요한 조직을 반드시 갖춰야 하고 그것을 법률로 정해 규제해야 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는 해산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정당에 대한 과도한 입헌적 규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헌법에 정당 규정 자체가 없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기본권으로서 결사의 권리만 확고하면, 정당을 만들어 활동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4) 정당법에 대해 살펴보자. 정당법은 위와 같은 헌법적 요청에 따라 제정되었는데, 정당법은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반민주적 나치당의 경험 때문에 정당법을 제정했던 독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정당법이 없다. 독일의 정당법 역시 우리처럼 그렇게 규제가 많은 것도 아니다. 정당이 되려면 넘어야 하는 진입장벽(threshold)은 우리에 비해 매우 낮다. 그런데 우리는 정당법 “제2조(정의)”에서 “이 법에서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고 해 놓고는 그 나머지 조항 대부분은 정당 활동을 온통 규제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솔직히 말해 지금 정당법 규정대로 한다면 본 강사 같은 사람조차 정당을 만들고 유지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무슨 재주로 전국 5개 시도에서 1천명 이상씩 당원을 모으는 것에서 시작해 그 많은 조건을 채울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지금 정당법은 시민으로 하여금 “정당은 무슨, 그냥 투표나 하라!”는 강제 명령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규제 조항들을 두고 있는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확보하고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라는 데, 정당을 법률의 규제를 통해 발전시킨다는 발상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충돌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애초에 정당법은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에서, 아르헨티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리 제정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5) 처음 제헌헌법에는 정당에 관한 조항이 없었다. 정당에 대한 조항이 처음 포함된 것은 1960년 제2공화국 헌법에서였는데, 그 내용은 국민의 권리 장(章) 안에 있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조항에 있었다. 그 뒤 1963년 제3공화국 헌법이 채택되면서 다시 정당 관련 조항은 ‘국민의 권리’ 장이 아니라 ‘제1장. 총강’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런 체제가 1987년 헌법까지 유지되었다. 당시 박정희 세력은 선거를 하면서도 집권당의 안정적 우위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했는데,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정당법”이다. 이로써 정당 조직에 대한 법적 규제는 정당화되었고 선거를 통해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때의 정당법 체제가 지금까지 그 골격 그대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6) 물론 지금에 와서 정당법을 폐지하고 정당과 자율적 정치단체들에게도 평등한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정치자금법 등 기타 정치관계법과 연동되어 있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특정 직업 집단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 조항들도 문제이고, 분단이라는 현실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다른 단체와는 달리 정당은 자율적 결사체이면서 늘 공적 책임을 부과 받으며, 정부 예산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등 선거공영제의 문제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정당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정당 정치의 발전보다는 억압 하는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언젠가 지금의 정당법은 대폭 개정되어야 한다. 정당이 되려면 전국 5개 이상의 시도당에 각각 1000명의 당원을 보유해야 한다거나 중앙당은 서울에 두어야 한다거나, 등록된 정당이 아니면 정당이나 당의 명칭을 쓸 수 없다거나 하는 식의 규제 등등, 민주주의의 원칙과 충돌하는 조항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본 강사는 주로 서울 마포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 동네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기존 정당과는 다른 “마포당”을 만들어 지방 선거에 나서려 했다. 그런데 정당법에 따르면 “당”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기에, “마포파티”라는 이름을 내걸고 모임을 했어야 했다. 세상에 이 무슨 코미디인가? 지금 우리에게 정치 결사체를 만들 권리는 진정 주어져 있는가, 아닌가?

 

7) 정치 개혁을 한다면 지금의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선거법 등 정치관련 제도들이 갖는 억압적 조항들을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의 정치관계 법률은 본 강사가 보기에 “민주주의 억압법”이라 이름 붙일 만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자유롭게 정당을 만들 권리도 너무 많이 제약되고 있고, 정당이 되더라도 자유롭게 정치 활동을 하기엔 규제가 너무너무 많다. 자유롭고 평등한 참여? 지금 정치관계 법 안에서는 있을 수 없다. 손발이 묶은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정치관계 법률을 개선하는 일은, 정당 간 유-불리의 차이가 분명한 “제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를 중시한다면 어느 정당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기본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과 같이 억압적인 정치관계법 체제에서는 “평등한 참여”, “공정한 경쟁”, “비례적 대표” 등과 같은 민주적 요건은 전혀 충족될 수 없다.

 

그런데 여야 일각에서 말하는 정치 개혁안 가운데는 “오픈프라이머리의 법제화”처럼 아예 정당 내 공직후보 선출방법까지 법률 체제 안에서 강제하자는 주장이 많은데, 이것이야말로 억압적 정치관계법 체제를 정당화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천 방법이야 그야말로 각자의 정당들이 자율적으로 할 일인데, 이 모든 것을 법으로 정해 모든 정당들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게 하자는 발상도 놀랍다. 법으로 정치를 규제하는 일을 정당과 정치인들 스스로가 하는 일을 어떻게 봐줘야 할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8) 본 강사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들이 표명한 노선이나 가치에 대해서는 더더욱 동의하지 않는다. 더욱이 그 당의 지도급 인사들의 주장이 드러나 문제가 되었을 때, 정치적으로 책임 있게 해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늘 비판적인 의견을 말해왔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이 청구되고 헌재가 이를 받아들여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통합진보당 내부의 자율적인 논의와 판단, 생각을 달리하는 시민의 자유로운 비판과 다음 선거에서의 유권자의 결정만으로 충분한 일을 정부와 법이 나서서 강제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것이야말로 국제적 망신이자 민주적 가치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최장집교수가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민주주의]라는 칼럼( http://openlectures.naver.com/contents?contentsId=79421&rid=253)에서 충분히 비판한 바 있으니, 꼭 읽어보길 권한다. 정당법 등 정치관계 법률을 통한 규제도 모자라, 헌법의 해석자들까지 나서서 어떤 것은 정당이 될 수 없고, 어떤 것은 정당이 될 수 있다고 결정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전쟁 중인 것도 아니고, 전체주의나 공산화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는 세계 15번째 안에 드는 나라이자 최고 학력 수준을 자랑하는 이 시점에서, 헌법재판관들에 의해 계도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식의 결정문을 받아 안아야 하는 현실이 회화적이다.

 

8) 결론적으로,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다른 무엇보다도 자율적 결사체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정당의 존폐가 법의 처분에 따른 것이 된다면, 결사의 자유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오늘 강의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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