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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강. 차이와 이견은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인가
 

 

 

 

 

 

 

 [지상 강의 : 정당의 발견]을 시작하며

 

중요한 주제일수록 소홀히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정당 내지 정당 정치의 문제가 그렇지 않을까 싶다. 분명 현실의 민주주의 내지 민주정치에서 정당만큼 영향력 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없다. 그렇지만 정당에 대한 야유나 비난은 많아도 “민주주의에서 정당이 얼마나, 왜, 어떻게 중요한가”에 관해 그리 체계적인 논의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런 이유에서 2014년 10월 7일부터 11월 4일까지 본 강사가 학교장으로 있는 [정치발전소]에서 “정당의 발견”을 주제로 강의를 개설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정의당 부설)진보정의연구소]와의 공동 기획으로 그 내용을 재정리해서 하루 15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지상 강의”의 형태로 연재하려 한다.

 

약 40회 정도를 염두에 두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주 5회를 올릴 계획인데, 현장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에게는 복습과 심화 학습의 기회가 되면 좋겠고, 강의를 듣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정당론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강의는 정치발전소 홈페이지 http://www.politicalpowerplant.kr에서도 열람할 수 있다.)

 

 


제1부 왜 정당인가


1강. 차이와 이견은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인가

 

1) 첫 시간이다.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라 어색하지만, 어떻게든 흥미를 잃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2) 전체 강의의 목적은 “민주적 정당 정치론”이라는 주제를 좀 더 넓고 깊게 이해하는 데 있다. 다섯 개의 부로 그 내용을 구성했는데. “1부. 왜 정당인가, 2부. 정당 정치의 원리와 역사, 3부. 정당의 기능과 역할, 4부. 정당의 변화 : 체계와 조직, 5부. 정당 정치를 좋게 만드는 방법” 순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먼저 1부에서는 여덟 차례에 걸쳐 “정당이 중심이 되는 정치”라는 주제를 둘러싼 ‘문제 상황’이랄까 혹은 ‘논의의 전체적 맥락’에 대해 이야기할 텐데, 그 가운데 오늘은 “차이와 이견을 이해하고 다루는 민주적 태도”에 대해 말하겠다.

3)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애증과 찬반이 동반되는 갈등 상황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정치 분야에서도 가장 당파적인 차이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정당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게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지난 해 말에 했던 “현장 강의”에는 새누리당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까지 여러 정당 사람들이 함께 참석했었다. 일단 지금의 “지상 강의”에서도 같은 청중을 두고 말한다고 가정하고 싶다.

나는 여러 정당의 당원들이 함께 자리한 이 상황을 환영한다. 하나의 정당 사람들이었다면 오히려 흥미롭지도 평화롭지도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마도 새누리당 당원이 없었더라면, 대통령이나 집권당에 대해 나머지 사람들의 말과 태도는 쉽게 공격적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이 없었더라면 그 정당에 대해 조롱조의 논조가 지배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존재가 인지된 상황에서는 최대한 설득력과 보편성을 갖춰 말하려 노력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같은 원리로 약자들을 대표하는 정당도 민주정치에 참여해야 소외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다원적 구성이 갖는 평화적 효과”를 본 강사는 충분히 누리려 하는데, 강의를 통해 강조하겠지만, 사실 정당이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된 것 또한 바로 여기 - 다원적 구성이 갖는 평화적 효과 -에서 기인한다. 다원적 구성을 불편해 하고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동질적 사회를 만들려는 성향이 강하면 정당 정치를 잘 할 수 없다. 차이와 다른 생각을 관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원적 구성은 평화의 효과를 낳기보다 내전의 충동을 자극할 뿐이다.

 

4) 민주적 토론이라는 가치에 맞게 의견을 형성하는 방법은 “옳고 그름의 전선(戰線)”을 만들지 않는 데 있다. 옳고 그름을 두고 다투는 것은 상대를 제압하고 배제하려는 열정을 만든다. 그러면 이견과의 공존은 어렵다. 그와는 달리 민주적 토론은 “좀 더 나은 것”을 모색하고 “좀 더 바람직한 것”을 주장하는 접근을 특징으로 한다. 그래야 평화롭게 싸우고,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차이가 남는다면, 조정과 타협을 모색할 수 있다. 조정과 타협은 차이와 이견, 갈등을 전제로 한 개념으로, 민주정치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가운데 하나이다. 정치에서 비타협과 불퇴전의 결의는 자신을 과시하는 데는 유익할지 모르나, 민주적 방법을 선용하는 데 꼭 필요한 “성실한 노력의 가치” 즉, 좀 더 설득력 있는 논리와 대안을 준비하려는 자세를 경시하기 쉽다.

 

 

 

5) 민주주의는 무엇이 옳은지를 확신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 위에 서 있는 체제다. 누구의 의견도 틀릴 수 있다고 가정하지 않으면 존립하기 어려운 체제다. 더 나은 대안을 말하려면 상대의 의견과 내 의견을 서로 “공존 가능한 이견(異見; dissent)”으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상대를 규정함에 있어 거부감을 갖게 하는 용어를 앞세우는 일은, 민주적 토론을 위해 요구되는 규범성과 거리가 먼 일이다. 체제의 전복을 지향한다면 이견 집단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민주주의는 전쟁론이나 혁명론과 양립하기 어렵다. 이견과 차이를 인간 삶의 자연스러운 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혹은 그런 차이와 이견을 통해 배울 수 있어야 민주정치를 이끌고 또 지킬 수 있다.

 

6) 민주정치는, 일거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근본주의 내지 급진주의보다는 계속해서 변화를 확장해가려는 점진주의와 양립하는 가치이자 규범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강한 주장과 센 비판을 통해 부당한 현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변화를 조직하기 위해 나날이, 끊임없이 그리고 좌절하지 않고 또 다시 시작하는 것을 중시해야 하는 것이 민주정치이기 때문이다. 준비와 노력, 끈기와 성실함의 가치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변화와 개선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태도나 자세도 중요하다. 제한된 조건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은 어딘가 예비되어 있다고 믿고 꾸준히 찾고 추구해야 한다. 그런 “가능주의(possibilism)”에 기초를 둔 민주주의는 “오래 걸리지만 동시에 오래 가는 변화”를 지향한다. 진보나 보수를 막론하고 정치에 대한 우리사회의 지배적 태도가 대체로 “조급함의 문제”를 갖고 있다고 보는 본 강사로서는 이 점을 정말로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싶다.

 

7) 이상과 같은 전제가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느 정도 공유될 수 있다면, 혹시나 본 강사와 의견이 달라 싸우기 위해 달려온 분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웃음).

 

8) 이번 강의를 준비하면서 고등학교에 사회과 교과서에서 정당을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살펴보았는데, 깜짝 놀랐다. 우리사회에서 “정당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해석”의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철수 씨가 “새정치”를 주창하면서 보여주었던, 일종의 “반정당적” 정치관을 본 강사는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지금의 교과서 내용 거의 그대로였다.

 

교과서의 내용 가운데 정당 정치를 이렇게 저렇게 바꿔야 한다는, 일종의 “처방적” 주장을 요약한다면 이렇다. “정당이 다양한 이익과 요구를 반영하기 어려우니 정당의 역할을 축소하고 의원수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 정당 조직은 과두화되고 관료화되어서 문제이니 중앙당을 축소하고 당 조직을 국민 여론에 맞게 민주화해야 한다. 특정 인물이나 지역 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구당을 폐지하고 국민경선제를 실시하는 게 좋다. 의원들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의회 표결 시 소속 정당의 당론에 구속되지 않는 교차투표를 해야 한다. 정치 부패를 막기 위해 정치 자금의 모금과 운용을 철저하게 법의 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

 

9) 글쎄, 강의를 듣는 수강자 가운데 위와 같은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고, 따라서 “그게 왜 문제인가”를 반문할지 모르겠다. 강의를 계속하면서 이런 처방 내지 개혁 주장들이 왜 문제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암튼 사정이 이렇다보니 안철수 씨에게만 책임을 돌릴 일이 아닌 것 같다. 또 더 멀리 생각해보면 이런 정치관은 기존 정당들이 주장해왔던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

 

기득권을 축소하자며 의원 수를 273명으로 줄인 것은 1998년 집권 민주당이었다. 중앙당 폐지 역시 열린우리당 때부터 늘 들었던 주장이다. 국민 경선제를 확대하고, 여론조사와 모바일 투표를 불러들이는 문제에서 민주당만큼 적극적인 정당도 없었다. 현직 대통령의 당적을 없앤 문제에 있어서도 기록을 세운 것은 재임 중 295일간 무소속이었던 김대중 대통령과 595일간 무소속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지구당 폐지를 비롯해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이 가난한 보통사람들의 참여를 억제시킨 내용을 갖게 만든 것도 2004년 여야와 시민운동이 참여한 정치관계법 개정의 결과이기도 하다.

 

10) 앞 뒤 사정이 이러니, 또 이런 환경에서 기존의 지배적인 해석과는 다른 정당 정치관을 말해야 하니, 걱정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열심히 본 강사가 갖고 있는 정당 정치론을 계속해서 움츠리지 않고 말해보려 한다는 각오를 밝히며, 오늘의 첫 강의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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