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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칼럼

  • [진보정의연구소 칼럼] 동성애, ‘소수의 문제’를 넘어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심은정 (진보정의연구소 연구위원)

 

 

동성결혼 합법화, 한국에서도 이루어지나

 


퀴어 축제 이후 한국에서는 최근 3주 동안 이른바 '동성애'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성소수자의 ‘평등 권리주장’은 ‘혐오할 수 있는 권리’로, '사랑'은 '죄'로, ‘축제’는 ‘이익집단의 놀이판’으로 왜곡되며 부정적으로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당당한 목소리는 터져 나왔다. 지난 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된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의 첫 심리가 바로 그것이다. 소송의 주인공은 2013년 9월 청계천에서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이다. 국내 최초 '동성 결혼 혼인신고 소송'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 첫 재판은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헌 결정으로 한국 법조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지에 대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 동성결혼 합헌, 대중의 지지가 핵심 요인

 

국내에서는 처음 열리는 동성 결혼 인정 소송은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미국에선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미국 내에서 결혼제도는 연방정부가 아닌 주 정부가 그 권한을 가짐으로써,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소송과 논쟁은 주 별로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다. 2004년 5월 17일, 메사추세스 주에서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또 전 세계적으로는 6번째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가 이루어졌다. 그 후 지난 달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 합법화가 인정받기까지는 사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조사한 미국 내 대중의 동성결혼 지지도는 2009년 37%에서 2015년 57%로 증가했다. 또 1988년 미국 종합사회조사에서 동성혼 권리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불과 12%였지만, 20년 만인 2008년에는 세 배 넘게 증가해 39%에 이르렀다. 이 후, 2015년 갤럽 조사에서 동성결혼 지지도는 60%로 집계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한 세대를 30년으로 본다면, 한 세대가 채 지나기도 전에 동성결혼 지지 여론이 다섯 배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방증이라도 하듯, 동성결혼 합헌 판결 당시,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대중이 동성 결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언급했다. 동성결혼 합헌 결정 이후, 미국 주요 기업들 대부분이 회사로고와 광고를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으로 변경하는 등 적극적으로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것은 주 별로 인정되던 동성결혼의 이번 합헌 결정이 2000년대부터 미국 내 끊임없이 이루어지던 소송뿐 아니라 대중의 지지가 한 몫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성결혼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어떻게 증가하는가?

 

동성결혼 합법화의 대중의 지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는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왔다. 그동안 연령, 교육수준, 그리고 동성애자와의 접촉이 동성결혼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강조돼 왔다. 하지만 과연 나이가 어릴수록, 많이 배울수록, 그리고 동성애자가 늘어날수록 동성애에 대한 지지가 증가하는 것일까?

 

그림1. 세대별 동성결혼 지지도


먼저, 연령의 경우, 낮은 연령이 높은 연령에 비해 진보적인 이념성향이 있기 때문에, 연령이 동성결혼 지지에 주요 변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림1]과 같이 최근 조사된 동성결혼 지지도 추이는 연령과 무관하게 2005년부터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교육수준이 동성결혼 지지와 긍정적인 관계를 가지는 요인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많이 배울수록,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이른바 ‘세련된 판단’을 통해 동성 결혼 지지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한국의 경우에는 적실성이 떨어진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미국 못지않을 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률도 OECD국가 평균 수치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높은 교육수준을 대표하는 대학의 진학률이 높아지고, 고학력자들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동성애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소수자와의 사회적 접촉이 동성결혼 지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사회적 접촉을 통해 상대방을 알아가고 그 속에서 습득하는 새로운 정보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줄인다는 것이다. 또 그것이 결국엔 스스로가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동성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지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설명에 따르면, 개인의 사회적 네트워크에 성소수자들이 급격하게 유입되어야한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은 동성결혼에 관한 대중의 지지가 증가한 2000년대 이후 이에 맞춰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많은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을 했다고 해도 동성 결혼 지지자가 10년 사이 대략 20%p 증가했다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사회적 접촉 하나만을 가지고 미국 내 급증한 동성 결혼 지지도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회적 공간의 확장, 동성애에 대한 ‘공감’ 폭 넓혀


위 세 가지 변수를 고려하여 미국 여론의 동성결혼 지지도를 경험적으로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동성결혼 지지에 교육과 사회적 접촉이라는 두 변수가 ‘동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가 순전히 “많이 배워서”도 아니며 또 단순히 “성소수자를 접해서”도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교육”이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장(場)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냄으로써 성소수자에 관한 “사회적 공간”의 확장이 대중의 지지에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 

 

한국에도 수도권의 거의 모든 대학에 성소수자들을 위한 모임이 있다. 그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어린 시선에 숨죽인 채 아무도 모르는 지하조직을 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 또 그들이 받고 있는 이유 없는 차별들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적극적인 사업들을 벌인다. 그렇게 양지화 되어가는 성소수자의 모임은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들과 접촉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 준다. 내 주변은 아니더라도, 친구의 친구가 성소수자일 수 있고, 성소수자들의 모임이 양성화되면서 다양한 주체들을 접하게 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 된다. 즉, 성소수자에 관한 ‘사회적 공간’이 확장됨에 따라 성소수자에 대한 ‘공감’의 폭 역시 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내 점점 더 확대되는 고학력시대 그리고 훨씬 더 다양해지는 개인의 네트워크 경로까지 고려한다면,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상은 다만 미국 내 독특한 현상으로만 남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406?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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