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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악구위원회

  • 총리추천제 - 당 지도부는 국민을 기만하지 마십시오
아래의 글은 당원게시판에 04/05에 올린 글입니다. 옮겨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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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추천제 - 당 지도부는 국민을 기만하지 마십시오>

개헌이슈와 관련하여 최근 심상정 의원께서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총리추천제를 추진하겠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총리추천제는 연초 발표되었던 정의당 개헌 시안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인데도 별다른 공론화도 없이 급하게 주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자한당과의 타협이 없이는 개헌이 불가능하므로 자한당이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보다는 조금 완화된 총리추천제를 절충안으로 협상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검토도 되지 않은 정부제도를 협상안으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요? 

정부제도를 함부로 변경하는 것은 차후 수십년간 국정 혼란을 야기할 뿐만아니라 국민의 여론에도 반하는 것입니다. 정의당 지도부는 총리추천제라는 급조된 제안을 철회해야 합니다. 자한당과의 협상에서 줄수 있는 것과 줄수 없는 것의 구분을 확실히 하여야 하며, 정부 제도를 타협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기 위해 아래의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1. '분권형 대통령제' 주장의 배경

자한당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0년도 이전부터도 이미 동일한 주장이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주장의 속내는 여러 매체에서 수차례에 걸쳐 이미 분석해왔기 때문에 다시 언급하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입니다. 일본 자민당식 영구집권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자한당의 의도라는 사실입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말기에 이러한 의도가 더욱 분명해졌었는데, 야권에 비해서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던 새누리당에서는 이 상황을 타계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분권형 대통령제가 더욱 필요하였던 것입니다. 분권형 대통령제가 되면 비록 타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통령의 권한은 유명무실해지고, 지역 감정에 기반한 의석수를 통해서 자신들이 실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던 것입니다.

자한당이 주장하는 총리선출제,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정부제, 내각제가 모두 같은 의도를 깔고있는 사실상 동일한 용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2. 총리추천제가 분권형 대통령제와 과연 다른가?

심상정 의원이 주장하는 총리추천제란, 분권형 대통령제와는 달리 국회는 총리를 추천만 할 뿐이고, 대통령이 이를 임명하도록 함으로서 대통령의 임명권은 유지시키겠다는 절충안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분권형 대통령제와 다를까요? 대통령이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거부하는 것은 어짜피 불가능합니다. 의회에서 동일인이나 또는 비슷한 성향의 다른 인물을 재차 추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총리추천제란 곧 총리의 임명권을 사실상 국회가 갖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총리에 대한 인사권이 국회로 넘어간다면 어떤일이 발생할까요. 총리는 더이상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동반자가 아니게 됩니다. 대통령과 총리의 국정철학이 다를 경우 당장 국무위원을 인선하는 부분에서부터 대통령의 임명권과 총리의 제청권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게 됩니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고건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 사이에서 의견 차이로 인해서 총리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던 전례가 있습니다.(2004년 5월)

뒤에서 이야기할 프랑스 사례를 미리 살펴보면,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1986년 총선에서 패배한 결과로 야당이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해야 만 했을 때, 대통령이 갖고있던 내각에 대한 임명권도 모두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내각에 대한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제청권은 총리에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심상정 의원도 인터뷰에서 총리추천제가 총리의 제청권을 강화하는 제도가 될 것이라며 어느정도 인정하신 바가 있습니다.

한편, 제청권만으로 끝나는 문제일까요? 정치적 이유와 더불어 제도적 취지를 살리기 위한 명분 때문에라도 총리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가적인 개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결국 총리가 국정 운영의 실권을 갖고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 수반에 머물게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총리추천제가 분권형 대통령제와 다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 장난에 불과합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그냥 받아들이겠다는 말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3. 프랑스의 사례로 본 분권형 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를 대통령이 외치, 총리가 내치를 나누어 담당하는 아름다운(?) 협력체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들이 있지만 이것은 빛좋은 개살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외치와 내치가 무자르듯 엄격하게 자를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내정의 실권을 쥐는 총리가 모든 면에서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한 대표적 국가인 프랑스의 사례를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에서 대통령은 국가 수반으로서 대외정책과 안보를 책임지는 지위를 갖습니다. 내각과 행정에 대한 책임은 총리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총리에 대한 임명권은 여전히 국회가 아닌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사실상 총리는 대통령에게 종속되며,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제도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상황이 되면 총리에 대한 임명권은 프랑스 의회로 넘어오게 됩니다. 프랑스 의회는 내각불신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야당이 다수당이 되면 의회가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에 대한 불신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따라서 정치적으로 대통령은 총리와 내각에 대한 인사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대통령은 의회가 추천하는 야당 출신 총리를 임명할 수밖에 없고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적대적 관계에 놓이는 '동거정부' 상태가 됩니다.

프랑스에서 1986년 처음 동거정부가 출현하였을 때, 프랑스 정치판의 반응은 어떠했을까요. 분권형 대통령제의 효과를 드디어 보게되었다고 환호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1986년 총선에서 야당연합에게 의회의 다수를 내주고 총리에 대한 인사권을 (정치적으로) 상실하였을 때, 프랑스내 정치학자들은 미테랑 대통령이 사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동거정부라는 정치적 구도를 프랑스 역시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혼란에 빠졌고, 총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불신임 당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미테랑 대통령은 이러한 요구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적대적 총리와의 동거정부를 구성하고 총리와의 관계설정에 고심하게 됩니다. 결국 미테랑 대통령은 동거정부 기간 동안 총리에게 국정의 실권을 넘기고 식물 대통령으로 지내는 것을 선택합니다.(참고1) 

한편, 총리를 확보한 야당연합 내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요? 당시 실세 총리가 된 자크 시라크는 야당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각 정당들에게 내각 장관 자리를 분배합니다. 그 결과 각 장관들은 소속 정당의 이해를 대변하며 마이웨이를 외쳤고 이때문에 시라크 총리도 내각을 통솔하는데 애를 먹습니다. 국정은 혼란스러워졌고 이런 점들이 요인이 되어 다음 총선에서 미테랑 대통령이 다수당을 다시 확보하면서 동거정부가 끝나게 됩니다. 프랑스는 이러한 동거정부 상태을 1986년 이후로 3번이나 겪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택할 우리나라가 앞으로 겪게 될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이러한 혼란을 3번이나 겪은 프랑스는 2000년에 대통령과 의회의 임기를 5년으로 일치시키고, 대선과 총선을 함께(실제로는 한달 간격으로) 치루도록 제도를 변경함으로서 동거정부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게 됩니다.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를 경우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의회에서도 다수당을 확보하는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여당이 다수당인 상태에서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보다도 더 강력한 권한을 갖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해산권', '내각불신임을 걸고 법안 통과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 등을 갖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한 것입니다. 1958년부터 분권형 대통령제를 50여년 간 운영한 프랑스는 동거정부를 분권형 대통령제의 장점으로 본 것이 아니라 국정 혼란의 원인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추구하는 것이 꼭 옳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프랑스의 반례가 증명해줍니다.

프랑스의 분권형 대통령제가 우리나라 의회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맥락에 있다는 것은 역사적 과정을 보아도 드러납니다. 프랑스는 4공화국 시절(1946~1958) 내각제의 경험을 통해서 내각제가 지나친 국정 불안을 초래하고, 또한 의원들의 이기적인 이합집산을 통해서 민의가 왜곡되는 상황이 심각하였기 때문에 의회를 견제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를 위해 4공화국 시절에는 상징적 지위에 불과하던 대통령의 권한을 크게 강화한 것이 현재 5공화국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취하게된 배경입니다.(의회는 대통령에 의해서 통제받음 = Controlled Controler)(참고2) 즉, 프랑스의 제도는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회를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한 것입니다. 즉, 우리나라에서 주장되는 분권형 대통령제와는 그 역사적 방향이 정 반대입니다.

참고로 오스트리아, 핀란드도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에서 대통령은 실권이 없는 상징적 국가수반에 머무르고 있습니다.(참고3)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오스트리아와 핀란드는 참고할 만한 제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허상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에 우리당 의원들조차 공감하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가 된 것은 어떤 대통령들입니까? 자한당의 대통령들에 한정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닙니까? 오히려 참여정부 시절에는 당시 진보세력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왜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휘두르지 않느냐면서 각종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던 것이 사실 아닙니까? 이처럼 지난 이명박/박근혜 시절에 발생한 문제들을 단순히 대통령의 권한이 과도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허상의 진짜 원인은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은 과거 대통령들이 군부의 무력을 바탕으로한 군사독재정권이었고, 비민주적 정당제도에서 공천권을 휘둘렀으며, 정경유착과 비자금으로 금권 정치를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프레임은 자한당이 자신들이 원하는 내각제 개헌을 이루기 위한 만든 꼼수적 프레임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몇몇 의원들이 부화뇌동하는 것에 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강조되는 케인즈주의 시대에서 행정권이 입법부나 사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갖는 것은 대통령제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와 감사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정부의 행정권을 지방 정부로 분산하며, 정당제도를 민주적으로 개선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가 갖겠다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며,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훼손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5. 대통령제를 지지하는 국민여론이 의미하는 것

우리나라 국민들은 내각제보다는 대통령제를 압도적으로 지지합니다. 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차이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국민이 행정권을 직접 선출하느냐에 핵심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내각제에서 국민은 의회에 모든 국정을 일임합니다. 의회가 스스로 내각을 구성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각을 사퇴시키고 다시 구성하기도 합니다. 국민들은 국가권력의 선출에 있어서 간접적 위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제에서 국민은 의회 뿐만아니라 행정 권력도 직접 선출합니다. 그리고 5년마다 행정 권력의 책임을 직접 묻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대통령제를 지지한다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명칭을 갖고있는 직책를 뽑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은 행정 권력을 직접 뽑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대통령제를 지지하고 있으므로 대통령제는 유지하되, 국회가 행정권력을 선출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자'라는 주장은 국민에 대한 조삼모사나 다름이 없습니다. 국민들을 개나 돼지로 보는 것과 다름없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입니다. 촛불 혁명을 일으킨 우리나라 국민들을 얄팍한 수로 설득할 수 있으리라는 발상을 해서는 안됩니다. 혹시 정의당도 이러한 발상에 알게 모르게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6. 대통령제를 지지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자한당의 꼼수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모르고 따라가는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할 것입니다. 다시한번 강조합니다. 총리추천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곧 분권형 대통령제를 인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제도입니다. 정의당이 국민들을 기만하는 정당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의당 지도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합니다.


* 다음글을 참고했습니다.
- 참고1, 2 - 한국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프랑스 동거정부의 함의 (한동호, 2010)
- 참고3 -  이원정부제 권력구조의 특징-프랑스,오스트리아,핀란드 비교 (국회입법조사처, 2017)
 
(의견이나 문의사항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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