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부상병이지만, 함께 걷겠습니다.

진보정치가 위기입니다. 2000년 민주노동당의 창당 이후 25년을 이어온 진보정치의 역사가 힘겹습니다. 많은 이들이 진보정치의 원칙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독자적 진보좌파의 미약함을 우리는 지난 총선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그 어려운 길을 가고자 하는 동지들이 있기에 저 역시 함께 걷고자 합니다.

1999년 9월 민주노동당 창준위부터 진보정당 운동을 시작해서 이제 25년이 되었습니다. 2000년 처음 민주노동당 성북갑 지구당을 창당하고 성북에서의 진보정치의 험로를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오류와 실패를 거듭했고, 그 과정이 심히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그래도 어디 도망가지 않고 한 길을 지켜왔습니다.

이제 병에 걸린 몸으로 제가 얼마나 힘이 될지 모르겠으나 누군가는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누군가는 걸어야 할 길이 있다면 함께 하려고 합니다.

제가 많은 일을 하지는 못합니다.

일주일에 3일을 신장투석을 받아야 할 처지이기에, 다른 동지들처럼 적극적인 정치활동도, 지역사업도, 투쟁 현장에 연대하는 발걸음도 힘겨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내가 해야 할 몫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보려고 합니다.

우선, 성북지역에서부터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은 진보좌파 정치세력의 정치블럭을 형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진보정치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진보정치의 독자적 성장/발전에 동의하는 정치세력들(정의당+녹색당+노동당)과 체제 전환을 지향하는 사회운동 세력 등을 포괄하는 새로운 진보좌파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작은 지역에서부터 해야 합니다. 성북이 그 토대를 마련하는데 힘을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2026년 지방선거를 지역에서부터 준비하겠습니다. 중앙당이 원외정당인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정의당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원내정당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의 모든 활동은 2026년 지역 의회 입성을 위해 맞춰져야 합니다. 미약하나마 수많은 선거를 경험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북에서부터 ‘지역 원내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향후 진보정치를 이끌 미래 주역을 길러내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저 같은 오래된 활동가가 어쩔 수 없이 나서는 상황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성북에서 진보정치를 책임질 동지들이 커나가고 뜻을 펼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운동이라는 것이 무엇이 되기를 원해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젊은 시절에는 허명(虛名)을 쫓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내게 무슨 대단한 꿈이 있겠냐마는 평생 해온 진보정치 운동이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꿈꿀 수 있는 길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큰 다행일 것입니다.

내게 남은 에너지를 쓸 수 있음에 감사하며 동지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김준수 약력

정의당 성북구위원회 공동위원장(현)

한국사회정치여론연구소 대표(현)

지식을담다 대표(현)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성북구위원회 위원장(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부위원장(전)

정의당 혁신위원(전)

<전환> 집행위원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