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두 번째 집은 공항 가까운 저지대 반지하 원룸이었습니다. 지방 평범한 딸부잣집 K장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새벽 폭우가 엄청났던 그 날, 14시간이 넘는 밤샘 비행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스며들어 몸을 누인 순간은 언제나처럼 세상 꿀맛이었습니다. 저 멀리 어렴풋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비몽사몽 투덜대며 침대 밑으로 발을 딛는 순간 온 몸이 굳어 손가락 하나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무릎까지 차올라온 물! 상황을 이해할 여유 따위는 없었습니다. 물은 화장실에서도 역류하고 있었고 문 쪽도 이미 같은 높이로 잠겨있었습니다. 일단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순간도 회사는 출근해야 한다며 여권을 찾아 손에 꼭 쥐고 나선 제 모습을 확인한 것은 조금 정신이 든 후였습니다.
한강물이 너무 불어 저지대 하수관들이 역류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분주히 다니는 모습이 티비 속 먼 풍경과 겹쳐졌습니다. 출근했던 동생을 불러 종일 물 퍼내고, 가재도구 닦고 말리고 며칠을 고생했습니다. 이 동네 오래 살았지만 자신도 처음 맞는 일이라며 큰비를 원망할 뿐, 집주인 또한 마땅히 대책이란게 나올리 없었습니다.
115년 만의 홍수, 역대급 태풍의 연속상륙을 이어 겪으며 기억세포 저 밑에 있던 그 날이 소환되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비보가 사방에서 전해졌습니다. 침수로 신림동 주택 반지하에서 네 사람이 사망했습니다. 도로는 통제되고 삶이 곳곳에서 멈췄습니다. 코로나로 신산한 삶들에 또 커다란 상처가 새겨졌습니다. 비통한 죽음 앞에서 익숙한 조문과 대책을 나열합니다. 오세훈 시장도 대책을 내놨습니다. 자신이 시장이었던 2010년 내놓은 반지하 일몰제를 제대로 하겠다고 말하지만 근본 대책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약 60만명 정도 되는 반지하 주민들은 형편에 맞춰 고시원과 옥탑으로 밀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모여살기는 더욱 어려워질테지요. 지금 당장 비참한 장면만 덜어낼 뿐 다른 곳에 넘실대는 위험은 또 다른 희생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말해야 합니다. 오세훈 시장은 이번 서울시 참사를 겪으면서도 기후위기라는 실체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불평등이 재난의 속성이며 원인임을 외면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오세훈 시장의 핵심정책인 재개발과 지천르네상스는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깊게 지구를 갉아먹습니다. 동시에 위험은 더 깊숙하게 아래로 흐르며 끔찍한 불평등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이제는 분명하게 선언해야 합니다. 하나 밖에 없는 생명의 토대를 지켜내기 위해 자본주의에 저항하고 서울에서부터 우리 세상을 다시 쓰겠다고 용기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길에 정의당 서울시당이 앞장서야 합니다.
저는 지난 6월 실시한 제8회 동시 지방선거에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로서 함께 만들고자 하는 서울을 시민들께 말씀드렸습니다.
“부동산 폭등, 인구 밀집, 교통 혼잡, 환경 오염의 도시는 더이상 서울의 또다른 이름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 인구를 적정화하고 서울 주도의 균형발전전략을 시행하여 해체 수준으로 서울시를 재구성하겠습니다. 수도 이전에 협력하여 대한민국과 서울시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최초의 시장이 되겠습니다.
꿈이 깨지는 서울이 아닌 함께 꿈을 이루는 서울로 전면 수정하겠습니다. 서울형 확대재정정책을 시행하여 서울형 주거 및 일자리보장제도를 도입하겠습니다. 친노동 서울정부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으로 노동부시장을 신설하겠습니다. 서울의 모든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인권과 직장 민주주의를 지키는 호민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젠더정책국, 서울젠더안전진흥원을 신설하겠습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젠더평등 교육을 전면 의무화 한것을 넘어 시민들께 기회를 전면 확대하고, 젠더폭력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위한 전담변호사를 지원하겠습니다.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꿈을 이루는 진정한 상생의 도시로 수정하겠습니다.
구린도시를 그린도시로 전면 수정하겠습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진 도시인 서울이 기후위기에도 선진적인 도시가 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비상한 서울형 그린전환 정책이 필요합니다. 시정의 모든 기준은 기후위기 대응이 최우선이 될 것입니다. 남산과 용산, 한강의 생태축을 잇는 넓은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지키겠습니다. 녹색교통의 도시로 서울을 만들 것입니다. 따릉이와 같은 공유 교통 플랫폼을 확대하고, 시내버스의 완전 공영화를 시작으로 어르신과 아동-청소년 무상교통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목소리 높이며 곳곳을 누볐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일자리와 안정된 주거를 보장받는 서울, 젠더폭력이 사라진 도시에서 평등하게 관계맺는 시민들의 공동체 서울,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인공으로 대접받는 도시 서울, 은하수 흐르는 밤하늘 도시 서울!
토마스 모어는 고작 하루 노동시간을 여섯 시간으로 줄여놓고 그 섬을 존재하지 않는 섬, 유토피아라 불렀지만 어찌보면 더 큰 꿈을 이야기하는 지금도 저는 단지 꿈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이제 이 선택은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에 대한 것이며 이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나태할 수 없습니다. 정의당이 다시 단단히 역할을 찾아야 할 이유입니다.
오세훈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선택, 권수정입니다!
지난 4년 정의당의 유일한 서울시의원으로 활동하며 정치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뒤에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따릉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있다는 것을 드러냈습니다. 직원들이 사비를 털어 안전마스크를 구입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의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차별과 배제가 일상적인 성소수자들의 삶을 드러냈습니다. 서울시가 응답하지 않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냈습니다. 정신장애인 동료상담가 양성이 얼마나 훌륭한 지역 일자리 모델이 될 수 있는지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의회 민주화를 위해 싸웠습니다. 투표장에 뽑을 사람의 이름을 미리 써놓던 구태를 바꿔내고, 시장의 쌈짓돈인 특별교부금의 운영을 바꾸고자 싸웠습니다.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야 했던 코로나 상황에 세비 인상이 부끄러워 인상된 세비 전액을 2년 간 모두 기부했습니다. 3기 신도시 부동산 비리가 발생했을 때 솔선하여 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고 의회 전체가 함께 하자고 촉구하며 싸웠습니다. 시의원들은 모두 부동산부자, 투기세력이라는 오명을 벗고 시의원이 진정한 시민들의 벗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싸워 왔습니다.
이제 그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서울시당 위원장에 출마합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만 구성된 의회, 시민들의 삶보다는 자신의 정치 행보의 유불리를 고민하는 행정가의 놀음판이 된 서울시에서 유일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노련함과 정책 경험, 협력해 온 단위들과의 연대를 이어갈 전문적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전당적 위기 상황을 함께 돌파할 활동가가 필요합니다. 당원 여러분께 감히 저를 내놓습니다. 지금껏 보아오신 것처럼 책임과 헌신으로 서울시당을 운영해 가겠습니다.
가장 먼저 당 조직력 복원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 적극적 연대와 일상 사업 연계 등을 통해 당원 확대와 재정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습니다.
정책역량을 강화하고 진보적 정책대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당의 소중한 자산인 전직 지방의원들의 경험과 활동이 사장되지 않도록 진보서울 전략회의를 만들고 외부전문가들과 협의를 정례화하겠습니다. 소극적 시정 대응을 넘어 우리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실현해 가겠습니다.
돌봄과 안전 사회를 중심으로 시당의 사업을 재편하겠습니다. 특히 노동위원회의 구조를 재편하고 전략사업을 배치하겠습니다.
당원중심. 지역중심 당 운영의 틀을 만들겠습니다. 인력 운영 등 구체적 계획은 앞으로 지역위원장들과 함께 머리 모아 세워가겠습니다.
무엇보다, 당원들과 시민들에게, 함께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회운동 동지들에게 또렷하게 보이는 서울시당을 만들겠습니다.
‘괜찮아. 괜찮아질거야...’
오늘도 스스로 삶의 끈을 부여잡기 위한 안간힘 쓰고 있는 국민들 곁에 정의당은 있어야 합니다. 과감한 전망과 확실한 대안으로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편에서 목소리 내고 움켜잡은 손 놓지 말아야 합니다. 문제가 심각할수록 근원으로 내려가 희망을 찾겠습니다. 지역과 현장에서 함께 숨 쉬는 우리당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보여드렸던 만큼 책임지는 정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모자란 것은 서로의 의지와 지혜로 채우고 나누며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권수정 드림
약력
전) 제8회 동시지방선거 정의당 서울시장후보
전) 정의당 서울시의원(기획경제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현) 정의당전국위원
현) 정의당서울시당강서지역위원장
전) 정의당 대변인
전) 서울시의회청년정책특별위원회부위원장
전)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위원장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여성위원장
전)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