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정치공학적 행정통합이 아니라 주민민주주의 자치분권 국가로 나아가자
정의당은 주민의 삶과 국가의 장기적 비전에 대한 충분한 숙의 없이, 6월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졸속으로 추진되는 정치공학적 행정통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주민 민주주의와 자치분권의 가치가 결여된 통합은 야합에 불과하다.
지역 시민들은 오늘도 일자리·의료·문화 인프라를 찾아 서울로 향하고 있다. 서울 중심의 불균형한 인프라는 지역 시민들의 삶을 고립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5극 3특’ 구상은 지역의 아픔을 직시하고 치유하기보다 정치공학적 수사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의 대전·충남 행정통합 지지 이후 전국이 통합 경쟁에 휩쓸리고 있다. 재정 분권에 대한 구조 개혁은 외면한 채, ‘연간 5조 원, 4년간 2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정 지원을 미끼로 지자체를 경쟁에 내모는 방식은 ‘오징어 게임식’ 생존 경쟁일 뿐이다.
통합론자들은 초광역화를 통해 수도권에 맞서겠다고 주장하지만, 부산의 쇠퇴가 보여주듯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중앙집권 구조다. 세수와 산업 정책을 중앙이 틀어쥔 상황에서 진정한 분권 없는 통합은 몸집만 큰 ‘종이호랑이’를 만들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초광역도시라는 거대 권력을 만들어 단체장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한시적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기 동네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치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기계적 통합의 산술이 아니라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맹신하는 거대 통합은 행정과 주민 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여 지방자치를 질식시킨다. 주민들의 생활권 중심의 ‘다극화 행정체계’로 전환하고, 외생적 성장 모델이 아닌 지역순환경제와 내생적 발전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수평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형식적인 통합 선언보다 앞서야 할 것은 낡은 제도의 옷을 갈아입는 일이다. 지역 정당 설립을 허용하는 선거법·정당법 개정, 다양한 정치 세력이 지역 정치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선거 제도 개혁, 그리고 지방정부의 입법권과 재정권을 보장하는 헌법 개정은 자치분권 국가로 가는 필수 통과 의례다.
정의당은 졸속 통합을 즉각 중단하고 충분한 국민적 숙의를 통해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단순한 일회성 예산 지원을 넘어 국세·지방세 비율 조정 등 실질적인 재정 분권 로드맵을 법제화하라. 지방의회 비례대표 봉쇄조항을 폐지하고, 읍·면·동장 직선제 도입과 예산·과세 결정권 일부 이양을 통해 진정한 풀뿌리 자치를 보장하라.
더 큰 대도시를 하나 만드는 것만으로는 지역소멸의 터널을 벗어날 수 없다. 권력을 쪼개어 주민의 손에 쥐여주고, 자치의 꽃이 마을마다 피어나게 할 때 진정한 균형발전이 가능하다. 정의당은 정치공학적 야합에 맞서 주민 민주주의와 자치분권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국민 곁에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6년 1월 30일
정의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