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안 쓴 것과 못 쓴 것의 차이.
- 을지대학교병원에 대한 체불임금 및 부당노동행위 시정조치에 관해
옛날에 여우와 두루미가 살았습니다. 어느날 여우가 두루미를 여우네 집으로 초대했어요. 여우네 집에는 맛있는 음식이 있었습니다. 여우는 두루미를 반겨주며 맛있는 음식을 주었어요. 하지만 두루미는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 중에서
여기 한 대형병원이 있다.
88년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이 후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단 2명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병원. 동급의 다른 사립대병원에서는 한 해에만 30명씩 육아휴직을 한다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대전지방노동청은 ‘육아휴직 사용을 거부하는 위반 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사업장 분위기상 사용하지 못하였다‘라며 그저 ’육아휴직 사용환경 조성 권고‘ 조치만을 내렸다. 안 쓴 것과 못 쓴 것의 그 큰 차이를 대전지방노동청은 애써 무시했다.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지 못한 건 그저 두루미 탓이라는 비교육적 결말이다.
우리 지역의 대표 대형병원 중 하나인 을지대학교병원 이야기이다.
지난 20일 고용노동부는 노조가 제기한 미지급임금 집단진정과 관련해 근로기준법 제 43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7월 4일까지 시정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을지대학교 병원측은 24일 공식입장을 통해 이 결정에 대해 불복하고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며, 노동위원회가 심판회의를 통해 인정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극히 당연한 체불임금 지급요구를 하면서도 최초 진정인 330명 가운데 무려 76명이 진정을 취하했다. 회유와 협박, 탄압이 있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
고용노동부가 지급을 명령한 체불임금은 2013년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마련한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지도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 지침은 사실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해 대단히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을지대병원은 이 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며 시간을 끌고 있다. 을지대병원은 ‘채권자 이익을 최대화하도록 채무자가 일체 비용을 부담하는 소송’을 한다는데 경제적 손실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 소송을 을지대병원이 도대체 왜 하려는 것일까 의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 해 말 을지대병원 노동조합이 설립된 후 을지대병원은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노조파괴’경력 인사를 영입하기까지 하며 온갖 노동탄압을 계속해 왔다.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노사협의회 소집을 통한 임금인상 의결과 조합원, 비조합원 분리 적용 △조합원 가입 권유 및 경로, 가입 시점 조사 △정당한 홍보활동 방해 △체불 진정인 모집에 대한 폭력 행사 △직제규정 신설을 통한 조합원 가입범위 제한 △조합간부에 대한 조합 활동 사실 조사 및 징계, 보직해임 △조합탈퇴 종용, 등 온갖 방법을 총동원했던 을지대병원의 지난 행태는 이번 시정조치 불이행 역시 노조탄압이 그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여우와 두루미 우화의 결말은 여우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두루미에게 사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다. 을지대병원은 이제라도 그간의 부당노동행위들에 대해 사과하고 노동조합과 성실한 대화에 임해야 한다.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2016년 6월 27일
정의당 대전시당 정책실장 남가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