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 대표 임순례와 카라 경영진의 경영문제 인식 각성을 촉구한다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는 2년째 ‘동물권행동 카라’ 노동조합에 연대하여 카라 경영의 문제를 지적하는 거리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이 과정을 지켜본 바, 우리 위원회는 카라의 전 대표이자 전 이사인 임순례 감독이 7월 7일 게재한 글에 대해 연대자로서의 책임을 가지고 입장을 밝힌다.
임 감독이 자신의 글에서 밝힌 내용은 주로 카라 수뇌부가 노동조합의 주장에 반박하면서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주장의 대부분은 카라 노동자(활동가)들과 회원들의 질문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답변이었다.
- 임 감독은 글에서 “일시적으로 혹은 단기적으로 많은 동물을 돌봐야 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 필요한 인력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카라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것은 ‘상시 업무 인원의 정규직화’이다. 사내 단기계약직이 늘어나고 활동가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응책을 요구한 것이다.
- 임 감독은 자신의 반-노조적 발언이 담긴 메신저 내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고발이 법리적 해석이 아직 안 나왔다며 평가를 피했다. 그러나 합법/불법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 자유를 비난하고 카라 내의 (노동조합 없는) 기존 대화체만 인정하는 것은 경영자로서 매우 잘못된 태도고 노동자들의 신뢰를 잃기에 충분하다.
- 임 감독의 글에서는 노동조합이 문제제기한 카라 회계투명성 관련 의혹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해당 글에는 카라가 법적으로 분명히 제재받은 사안들에 대한 해명은 매우 부실했다. 여기에는 이른바 ‘친-사측’ 노조 설립 시도, 사측 직장내 괴롭힘, 각종 부당징계/부당노동행위 판정 사례들이 있다.
이상의 내용은 그저 ‘노동조합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다. 노동조합과 연대하는 카라 회원들이 경영진에게 밝히길 요구하는 사항이며, 카라의 노사갈등을 취재한 여러 주요 언론들이 경영진의 해명과 동등하게 다룬 핵심 갈등사항들이다.
카라 경영진의 문제에 주목하는 것은 노동자 뿐만 아니라 카라 회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7월 10일에는 카라 활동을 위한 핵심 시설인 더불어숨센터 건물의 매각 여부를 다루는 카라 임시총회가 열렸다. 카라 이사회가 매각을 결정했다고 하나,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이 의문의 결정에 반대하는 많은 수의 후원회원들이 결정 철회를 위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이다.
카라 경영진은 카라를 신뢰 잃은 조직이 되도록 내몰고 있다. 노동현장의 신뢰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의 근간인 회원들의 신뢰를 뒤흔드는 상황으로. 이때문에 카라에 대한 후원액이 급감하고 카라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된다는 것은 카라 경영진조차 인정하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임순례 감독과 경영진은 카라 조직의 회복이 아닌 자신들의 억울함 해소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임 감독은 자신의 글에서, “갑자기 노조가 결성되었다는 소식에 당황하여” 올린 반-노조적 발언이 담긴 메신저 내용이 유포된 것, 자신이 제작한 MBC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의 제작발표회에서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것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카라 경영진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둔 임시총회에 대한 자료집을 회원에게 배포하지는 않으면서, 그 시간에 공식 홍보채널을 통해 노동조합을 단체 파괴세력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을 배포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은 자기를 변호하느라 카라 조직 회복을 위한 회원과 경영진의 직분을 방기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사회의 진보를 추구하는 정당이다. 마포구위원회가 동물권행동 카라 내 갈등을 주목한 것은, 사회 진보를 함께 만드는 관내 핵심 시민단체이자 사업장으로서 동료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미약한 개개인들이 동물권 신장의 뜻을 이루려고 회원으로 노동자(활동가)로 경영자로 모인 카라가 아니던가.
임 감독은 자신의 글에서, 〈노무사 노무진〉이 “민주노총이나 노동계에서 갖고 있는 큰 투쟁 목표와 상이하지 않고 공중파에서 노동권 담론을 얘기할 수 있는 아주 귀한 기회”이며 “아무리 임순례 개인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좋은 기회를 방해하는 것이 자신들의 노동운동 방향에 맞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냐며 물었다.
이 질문에는 안타깝게도 동료의식이 아니라 ‘나의 예술작품과 나의 카라 활동이 세상을 진보하게 이끈다’는 독선적 확신이 읽힌다. 이것이 작금의 카라 조직 내 문제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임순례 감독의 질문에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는 노동현장을 다룬 또다른 명작 드라마 〈송곳〉의 대사로 답한다. 노동운동은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이다.” 우리 위원회는 더 좋은 사회운동, 더 좋은 사회서비스를 만드는 동물권행동 카라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카라 노동자들과 회원들, 그 ‘시시한’ 사람들과 계속 함께할 것이다.
2025. 07. 11.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위원장 장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