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우의 한 컷 만화, 진보정당 STORY] 65. 1인2표 선거제도가 만든 기적

65. 1인2표 선거제도가 만든 기적
     :3회 지방선거, 민주노동당이 자민련을 누르고 제3당으로 도약하다

 

 

 

 

행운의 여신은 준비한 자에게만 미소를 짓는다

2002년 3회 지방선거가 치러진 6월 13일 민주노동당에게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지었다. 국회의원 하나도 없는 신생정당이 17개의 국회 의석을 가진 자민련을 제치고 일약 제3당으로 도약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준비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 운동을 비롯해 민생을 돌보는 강력한 캠페인도 있었겠지만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현행 선거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적금을 부어두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은 노회찬 부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기존의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기존 방식은 별도의 정당투표를 하지 않고 지역구 출마자의 득표를 합산해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지역구 후보에게 던진 표를 통한 간접투표이므로 ‘직접’투표라는 헌법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 민주노동당 주장의 핵심이었다. 헌법재판소는 민주노동당의 헌법소원을 받아들였고 2002년 3회 지방선거 때부터 적용되게 되었다.

 

1인2표제라는 획기적인 선거제도 변화를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기성 정당들은 그래봤자 광역 의회 의석 1석 정도에 불과하다고 가벼이 여긴 것이다. 그러나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정당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제의 문을 여는 첫 선거였고, 제3당으로 도약하는 교두보를 구축하는 관문으로 보고 여기에 총력을 쏟아 부었다. 선관위가 변화된 선거제도, 1인2표제 홍보에 소극적이라며 항의하기도 했으며 선관위를 대신해 모의투표용지까지 만들어 홍보했다.

 

3회 지방선거는 붉은 악마의 열기로 가득찬 월드컵 한 복판에서 치러졌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비리를 물고 늘어진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부패정권 심판 대 원조 부패 심판이라는 진흙탕 공방전 속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그런 탓에 투표율은 사상 최저인 48.9%를 기록했지만 민주노동당의 “한 표는 현재, 다른 한 표는 미래를 위해”라는 선거 캠페인 전략은 정치적 냉소를 뚫고 나아갔다.

 

1인2표 정당투표제가 처음 도입된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8.13%, 133만표를 득표함으로써 6.5%에 그친 자민련을 넘어섰다. 울산에서 2명의 기초단체장을 당선시켰, 광역비례 9명을 포함해 총 11명의 광역의원을 당선시켰다. 언론들은 3회 지방선거 결과를 “한나라당 압승, 민주당 참패, 자민련의 몰락, 민주노동당 약진”이라고 정리했다. 이로써 민주노동당은 2004년까지 22억여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제3당이 되었다. 그 힘으로 연말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를 선거방송 토론에 당당히 내보낼 수 있었으며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를 안방 구석구석까지 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후 민주노동당은 44년 진보정당의 역사에서 10석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제도 변화가 정치를 어떻게 바꾸는지 유감없이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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