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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공감 3호] 정책이야기 -탈핵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길
탈핵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길

 
정태석 정책자문위원(전북대 교수)


 

지금 탈핵은 첨예한 정치적 대치선이 되었다. 자유한국당은 탈핵 반대를 핵심적인 당론으로 내세우면서 겉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핵발전을 지속하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찬핵을 통해 지지 세력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 이것은 과거 박정희 시대 경제성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전략과도 맞닿아있다.

핵에너지, 즉 원자력에너지는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급속한 공업화과정에서 급증한 공업용 전기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래서 동남해안 중공업단지 근처에 많은 핵발전소들이 지어졌다. 석유가 나지 않았던 한국사회에서 부족한 에너지를 대량생산하기 위해서는 값싼 에너지원이 필요했는데, 당시로서는 원자력이 전기를 가장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었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리가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시기였기에 가능한 계산이었다.

그런데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유럽 선진국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고, 핵 발전의 중단과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유럽 선진국들이 탈핵의 시기를 앞당기도록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경우에도 체르노빌 사고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핵발전소는 안전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정부의 홍보 속에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핵 발전 불가피론이 우세했다. 사실 오랫동안 지속된 군사정권 하에서 언론을 통해 핵 발전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 자유화가 이루어지고 개혁적, 진보적 언론들이 출현하면서 반핵 여론이 조금씩 확산되기 시작했고 반핵환경운동 단체들의 노력으로 핵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굴업도, 위도 등에 핵폐기물처리장을 지으려고 했던 시도들이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게 되었고, 노무현 정권에 와서야 지역개발을 위한 각종 금전적 지원을 앞세워 경주에 중·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을 지을 수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의 안전한 관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반핵 정서가 확연히 커졌고,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0년 후에 원전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선거에서 심상정 후보를 내세운 정의당 역시 탈핵을 중요한 공약으로 제시했다. 탈핵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핵심적인 과제였다. 정의당에서는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이 전력수요 과다예측, 대규모 발전설비 확대, 공급과잉에 따른 전력수요 충족을 위한 전력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왔다고 진단한다. 그동안 정부는 핵발전소를 계속 짓기 위한 정당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정책보다 소비확대를 유도하면서 핵발전소 건설을 늘리는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세계 5위의 핵발전소 보유국이면서 핵발전소 밀집도는 세계 2위였고,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OECD 평균인 17.4%에 훨씬 못미치는 2.1%에 불과했다. 정의당은 민주당보다 좀 더 적극적인 탈핵 실현계획을 내세웠는데, 2040년까지 점진적으로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과도한 인하 혜택을 받아온 산업용 전기의 요금을 인상하고, 태양광 에너지를 비롯하여 다양한 재생에너지 생산을 활성화하여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에너지 전환에 왜 ‘정의로운’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것일까?
첫째, 그동안 정의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평등의 가치를 떠올렸는데, 오늘날 환경파괴로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과 건강 역시 정의의 또 다른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이다. 게다가 아동, 청소년, 저소득층 등이 환경피해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평등의 가치에도 반한다.
둘째, 핵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핵발전소를 계속 지으면서도 일반소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핵산업계와 기업에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분배의 면에서도 정의롭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이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평등의 가치와 환경의 가치를 함께 추구하면서 이루어가야 할 사회적 전환의 큰 방향이다. 정의는 어떤 하나의 가치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인간사회가 추구해야 할 다양한 가치들을 민주적으로 공정하게 실현해나갈 때 비로소 성취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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