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책 두 권
『깨어나라! 협동조합』 (2012),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 (2018)
더불어함께 전북지역개발협동조합 이사장 이 현 민
‘사회적 경제는 교육에서 시작되어, 교육으로 성장하고 마친다.’라고 합니다.
곱씹어 볼수록 옳은 말입니다. 사회적 경제는 개인과 지역의 필요와 열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결사체로서, 사업을 통하여 그 목적을 실현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거나, 시장자본주의에 편입될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끊임없이 조직의 구성원과 지역의 시민들과 함께 생각의 차이를 조정하고, 공동의 지향과 목표에 합의하기 위한 회의와 교육으로 민주주의적 사업 작풍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저자인 김기섭은 원주 출신입니다. 강원도 원주는 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고향 같은 지역입니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아버님과 주위 어른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80년대 학생운동과 뒤이은 일본 유학에서 협동조합과 유기농업의 현장을 주유하고, 귀국하여 소비자협동조합인 두레 생협을 설립하고 이끌었습니다.
첫 번째 책 『깨어나라! 협동조합』은 2011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우리 사회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급속하게 확산되던 시기에 출판되었습니다.
로버트 오언과 로치데일협동조합의 역사와 의미, 협동조합의 정의·가치·원칙에 대하여, 두레 생협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협동조합의 주체, 조합 내에서의 노동의 성격과 역할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두레와 계(契)를, 역사적으로 고유의 교환·호혜·재분배시스템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로서 재정립합니다. 선불교에서 마음수행을 그린 ‘십우도(十牛圖)’를 통해 협동조합의 나아갈 방향을 비유하고, 장자(張子)의 ‘호접몽(胡蝶夢)’으로 사회적 경제를 기획하는 상상력을 그려봅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내부의 변화가 동시에 모색되는, 줄탁동기(?啄同機)로서 사회적경제의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결국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도 사람이고, 그 꿈을 향해 정직하게 노력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사람이 변해야 조직이 변하고, 조직이 변하면 사회는 바뀌는 법입니다.
6년의 시간이 흘러 두 번째 책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를 내놓았습니다. 그 사이 저자는 깊고, 넓어졌습니다. 인식의 지평은 ‘인간에서 생명으로. 사이에서 너머로’ 확장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자본의 경제’에 대한 극복으로 제시된 ‘인간의 경제’가, 이제는 인간 사이의 상호행위를 ‘너머’ 인간과 뭍 생명을 위한 ‘생명의 경제’로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럴 때만이 진정한 ‘인간의 경제’, 올바른 인간의 사회는 가능하다는 겁니다. 우리의 생각과 실천이 시장과 국가 ‘사이’에 갇히지 않고, 그 ‘너머’를 상상하고 전망할 때 지속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사회적 경제는 자유한국당이 매도하는 사회주의도 아니고, 단지 국가정책을 보완하는 ‘공익(公益)을 위한 경제’ 또한 아닙니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에서의 구제가 아니라, 공익을 넘어선 실천의 산물로서 ‘사회적 통합’으로서의 목적을 갖는 고유한 영역을 갖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동료와의 상호부조, 이방인에 대한 환대, 자발적이며 동시적인 증여의 역사 속에서 정리하고 ‘생명의 사회적 인간, 생명의 사회적 경제’를 주장합니다.
교역의 역사, 재분배의 등장과 변화, 시장의 역사와 민주주의 그리고 자본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의 태동과 대중소비사회의 등장, 과잉과 소비-소진의 차이를 꺼내놓습니다. 저자의 상상력은 스웨덴의 ‘민중의 집’으로부터 우리 역사에서의 삼한시대 ‘마한’과 ‘소도’로 이어집니다. 결론은 지역과 현장을 향(向)합니다. 사회적 경제가 준비, 태동하여 성장하고 있는 지금 시기에 다시금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구성원 누구라도 존대 받는 ‘성지(聖地)로서 지역사회’를 재구축하자는 겁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이천식천(以天食天)의 사상을 근본으로 하여, 지역사회를 생명의 공간으로 확장하여 수평적 협동을 통한 수직적 연대를 지향하자고 강조합니다.
그렇게 사회적 경제는 계속 진화해 나가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은 한편으로는 너무 많이 앞서나간 ‘도발적인 상상’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솔직하고 겸손한 성품에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천하는 저자와 같은 도반(道伴)이 그리운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