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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공감 1호] 지역 경제의 밑거름, '전북 사회적경제네트워크 혁신타운'
지역 경제의 밑거름,
'전북 사회적경제네트워크 혁신타운'

 
이현민 전북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세모(歲暮)에도 여전히 화두는 경제위기와 일자리문제입니다.
 

80, 90년대 고도성장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IMF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소득 양극화의 심화를 감춘 저성장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물경제가 2000년대 초반을 거치면서 저성장 기조로 접어든 것과 함께, 부동산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겁니다. 게다가 국민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극심한 정체는 성장잠재력의 소진으로 이어졌고, 결국 재벌중심의 성장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손질 없이 한국경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진단을 받은 지 오래입니다. 저성장 시대는 단순히 경제적 현상만이 아닙니다. 다양한 사회적인 위기를 동반합니다. 비정규직 확대, 양극화 심화, 지역경제 위축, 공공서비스와 복지의 후퇴에 더하여 지방은 인구절벽, 지방소멸, 초고령화 사회 등 업친 데 덮친 격입니다.
 

170여 년 전 영국에서의 이야기입니다. 공장 굴뚝마다 피어오르는 잿빛연기가 온 도시를 뿌옇게 채웠습니다. 제대로 호흡조차 할 수 없는, 이 죽음의 도시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해 갔던 사람들, 빈민들(the poor)이라는 신인류가 출현하였습니다. 누구보다도 하루하루를 성실한 삶으로 채워갔으나, 비참한 생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오랫동안 농사짓던 땅을 하루아침에 양떼에게 빼앗긴 농민이었습니다. 빈민이란 가난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지만, 지역 공동체에서 자신의 역할을 빼앗긴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스스로의 역할을 되찾기 위해 임금을 저축하고, 동료들과 무엇을 할 것인지를 논의하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자주?자립?자조의 경제를 구축해 나간 사회적경제의 선구자들입니다.
 

우리 사회에 현대판 빈민(the poor)이, 역할을 잃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다시 출현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1840년대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 중심의 일극사회(一極社會)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지방에게 더욱 혹독합니다. 마치 블랙홀처럼 정책과 예산,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방은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길 기대하는 처지입니다. 전북의 지역경제는 지역내총생산(GRDP)의 12.1%가 수도권으로 역외유출되고 있습니다. 자그마치 4조 9천억 원입니다. 그 돈이 들어와도 시원찮을 판에 말입니다. 지역경제는 더더욱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군산은 가장 심각합니다. 작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올해 GM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결과입니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전북 전체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북의 사회적경제인들이 오랫동안 준비?계획해왔던 ‘전북 사회적경제네트워크 혁신타운’을 군산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에 신협과 소비자 생협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 한 공간에 모여 개별조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연구?교육?지원?상품개발?금융 등의 집적공간을 조성합니다. 군산시 사회적경제협의회가 구성되어 앞장서고 있습니다. 전라북도와 군산시가 두 팔을 걷어 부치고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내생적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건강한 토양을 함께 일구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역할을 잃은 사람들의 자유를 향한 여정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역할을 찾기 위해 벌이는 자유를 향한 운동입니다. 자유란 본질적으로 무엇을 할 자유를 의미합니다. 지역에서 직장에서 의견을 말하고, 경영에 직접 참여 할 자유입니다. 국가가 민주적으로 경영되어야 하듯이,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규범을 만들고 합의하여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역할을 되찾고, 자유를 위해 시민들이 함께 연대?협력하여 추진하는 사회적경제야말로 경제민주화와 시민적 권리 회복, 공공서비스와 복지를 포함하는 지역경제 선순환 실현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미래는 꿈꾸는 자들의 몫이라고 하지요? 전북의 사회적경제는 새로운 희망의 걸음을 힘차게 내딛고 있습니다. 기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9년 새해에도 복 많이 지으시고, 받으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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