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 다문에서 놀다
강주영 정의당전북도당 기획위원장
남쪽 별채 용마루의 부드러운 현수선 끝에 솟은 망와에 보름달이 걸렸다. 마음도 맑아진다. 전주 한옥마을 은행로 남쪽에서 서쪽 골목으로 꺾어 들면 '다문'집이 보인다. 정갈한 음식으로 이름난 집이다. 운이 닿으면 월에 한 번 다문 마당에서 국악 놀이를 만날 수 있다.
삼합토 마당의 다문에서 연꽃 망와의 추녀 내림선을 따라 바람이 흐른다. 전주의 바람통인 좁은목을 지난 바람이 오목대숲을 헤치고 와 달빛을 다문 마당에 쏟아 낸다. 사내들은 다문 마당의 우물가에 앉아 탁배기를 마신다.
"이보시게, 전녹두나 개또 아재(김개남)가 이 우물물을 마셨다는 말은 없는가"
"1930년쯤 다문이 지어졌으니 동학혁명 때는 이 집이 없었으나 그리 생각하면 그런 것이지 무에 따질 것이 있겠는가? 두 장군이 여기를 지나시기야 했겠지. 이제 몸을 식혔으니 담근 술이나 묵은 김치에 내오시게."
다믄 주인장이 대소반에 살얼음 뜬 동치미와 호리병에 든 탁주를 내오며 호방하게 한 문장을 읊는다.
"기린의 자락이/ 왕조의 서기를 토하니/ 월암산 달빛은 / 죽도의 칼날에 베이고/ 서방바위 각시바위 애기바위/ 두물 아래 초록 바위에 수장하니/ 건곤에는 동서의 모반이 서려/ 광야의 진혼은 물위에 비친 촛불이라"
" 하! 편하게 놀 일이지. 이 밤에 소춘수 당원이 지은 글이 역적모의하자는 소리네. 사내가 모이면 할 일이란 역적모의라더니 다문이 딱 그짝이네. 술맛이 오르겠는데......"
다문은 오늘날 한옥마을 탄생의 산파이다. 놀게라 불리는 동무가 다문에게 한마디 한다. 놀게는 섬진강 장구목 어름에서 차밭을 일구며 지낸다. 차밭을 '놀게다방'이라 불러 동무들은 그를 '놀게'라 부른다. 놀게는 20여 년 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던 전주 한옥마을에서 다문을 열고 산조 축제 등의 골목 촉제를 하며 한옥마을을 살려낸 동무들 중의 동무이다. 지금의 주인장 소춘수 당원에서 다문을 내주고 차밭에서 지낸다. 동무돌과 놀려고 종종 다문에 내려온다.
"다문이 지은 글이 혁명가네 혁명가여. 근데 전주를 모르는 이는 무신 소리인지 모르겄네."
강 목수가 말을 보탠다. 다문이 강 목수에게 이른다.
" 아따, 한 잔 마시면서 성님이 풀어보쇼."
"기린은 전주의 주산이니 후백제와 조선의 본향으로 왕조를 품었지. 다문에서 십오여 리 전주천 상류에 있는 월암산은 천하공물 정여립의 생가 터가 아니던가! 기축옥사로 진안 죽도에서 정여립 선생이 자결하였다지. 그러니 '월암산 달빛은 죽도의 칼에 베에고'가 맞네. 호남 선비 천여 명이 죽임을 당했으니, 그 한들이 흐르고 흘렀겠지. '한'이란 슬픈 애상이 아니라 간절한 마음이거나 다시개벽(후천개벽 後天開闢)이 꺾인 마음이지라지."
탁주를 목울대를 떨며 마신다. 살얼음에 팽팽해진 동치미 무를 으드득 베어 무니 아삭하다. 강목수가 말을 잇는다.
"두물 그러니까 동학과 서학이겠지. 서학인과 동학하는 이들이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려고 냇물에 급히 뛰어드는 형상인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 초록바웨어서 처형되었지. 그 산이 곤지산이지. 곤지산이 전주 이씨 시조 인한 공을 모신 건 지산과 서로 대칭하니 동서의 모반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흘러서 징게 멩경(김제 만경) 노른 들로 나가 서해로 가니 광야의 진혼에 비친 촛불, 곧 동학혁명이지. 아니 그런가. 다문이 신동학혁명이 간절한 게지."
"하하, 성님! 아우의 뜻을 그리 헤아리니 술이 석 되요."
"인심 좀 더 쓰소. 쪼잔하게 석 되가 뭔가? 서 말은 되어야지."
놀게가 술을 치며 혀를 찬다. "다문 말대로 새 시대를 창업해도 시원찮을 한옥마을을 시장(market)의 아가리에 밀어넣었으니 천하공물이 울 일이여..... 마을이 어쩌다가 시장에 넘어갔을까? 구도심 재생이 마을을 상품으로 파는 일인가? 마을이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되어야 하는가?"
강 목수가 말을 받는다. "긍게, 상업은 넘치고 정여립이고 전녹두고 아름다운 옛일은 몽땅 죽었네. 우물만도 못하네. 아무때나 누구나 마시면 임자이지. 우물은 마을의 공동 자산이니, 니 것 내 것이 따로 있던가? 한옥마을이 주민의 삶이 자라는 공동 자산은 무슨... 상업 자본과 관광객 놀이터지. 전주시가 가진 10여 개 공공 건물도 무슨 단체 것이지 주민 것은 하나도 없어. 이 마을은 돈이 권력이여. 주민들은 아무 혜택도 없고 세탁소를 갈래도 차를 타고 나가야니 살기 불편한 마을이여."
우물이 네 것 내 것이 따로 있던가? 주인이나 길손이나 마을 사람이나 누구나 마시면 임자이지. 백중날 두레박을 타고 내려가 청소를 하고 관리를 했다.
다문의 주인장 소춘수 당원은 묵자연구회의 살림꾼이자 한옥마을 토박이이다. 키가 껑충한 이 사람은 마을이 항상 생산하고 그로써 마을을 항상 안민하는 항산항심(恒産恒心)의 마을을 생각한다.
소춘수 당원은 공짜(천하공물)로 묵고(묵자의 천하무인) 놀자(노자, 인위가 질곡을 만드니 무위로 놀자)고 한다. 전주 한옥마을에 오면 다문을 찾아 소춘수 당원의 고금소통과 정갈한 밥상과 직접 담근 탁주를 맛 볼 일이다.
삼합토 마당의 다문에서 연꽃 망와의 추녀 내림선을 따라 바람이 흐른다. 전주의 바람통인 좁은목을 지난 바람이 오목대숲을 헤치고 와 달빛을 다문 마당에 쏟아 낸다. 사내들은 다문 마당의 우물가에 앉아 탁배기를 마신다.
"이보시게, 전녹두나 개또 아재(김개남)가 이 우물물을 마셨다는 말은 없는가"
"1930년쯤 다문이 지어졌으니 동학혁명 때는 이 집이 없었으나 그리 생각하면 그런 것이지 무에 따질 것이 있겠는가? 두 장군이 여기를 지나시기야 했겠지. 이제 몸을 식혔으니 담근 술이나 묵은 김치에 내오시게."
다믄 주인장이 대소반에 살얼음 뜬 동치미와 호리병에 든 탁주를 내오며 호방하게 한 문장을 읊는다.
"기린의 자락이/ 왕조의 서기를 토하니/ 월암산 달빛은 / 죽도의 칼날에 베이고/ 서방바위 각시바위 애기바위/ 두물 아래 초록 바위에 수장하니/ 건곤에는 동서의 모반이 서려/ 광야의 진혼은 물위에 비친 촛불이라"
" 하! 편하게 놀 일이지. 이 밤에 소춘수 당원이 지은 글이 역적모의하자는 소리네. 사내가 모이면 할 일이란 역적모의라더니 다문이 딱 그짝이네. 술맛이 오르겠는데......"
다문은 오늘날 한옥마을 탄생의 산파이다. 놀게라 불리는 동무가 다문에게 한마디 한다. 놀게는 섬진강 장구목 어름에서 차밭을 일구며 지낸다. 차밭을 '놀게다방'이라 불러 동무들은 그를 '놀게'라 부른다. 놀게는 20여 년 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던 전주 한옥마을에서 다문을 열고 산조 축제 등의 골목 촉제를 하며 한옥마을을 살려낸 동무들 중의 동무이다. 지금의 주인장 소춘수 당원에서 다문을 내주고 차밭에서 지낸다. 동무돌과 놀려고 종종 다문에 내려온다.
"다문이 지은 글이 혁명가네 혁명가여. 근데 전주를 모르는 이는 무신 소리인지 모르겄네."
강 목수가 말을 보탠다. 다문이 강 목수에게 이른다.
" 아따, 한 잔 마시면서 성님이 풀어보쇼."
"기린은 전주의 주산이니 후백제와 조선의 본향으로 왕조를 품었지. 다문에서 십오여 리 전주천 상류에 있는 월암산은 천하공물 정여립의 생가 터가 아니던가! 기축옥사로 진안 죽도에서 정여립 선생이 자결하였다지. 그러니 '월암산 달빛은 죽도의 칼에 베에고'가 맞네. 호남 선비 천여 명이 죽임을 당했으니, 그 한들이 흐르고 흘렀겠지. '한'이란 슬픈 애상이 아니라 간절한 마음이거나 다시개벽(후천개벽 後天開闢)이 꺾인 마음이지라지."
탁주를 목울대를 떨며 마신다. 살얼음에 팽팽해진 동치미 무를 으드득 베어 무니 아삭하다. 강목수가 말을 잇는다.
"두물 그러니까 동학과 서학이겠지. 서학인과 동학하는 이들이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려고 냇물에 급히 뛰어드는 형상인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 초록바웨어서 처형되었지. 그 산이 곤지산이지. 곤지산이 전주 이씨 시조 인한 공을 모신 건 지산과 서로 대칭하니 동서의 모반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흘러서 징게 멩경(김제 만경) 노른 들로 나가 서해로 가니 광야의 진혼에 비친 촛불, 곧 동학혁명이지. 아니 그런가. 다문이 신동학혁명이 간절한 게지."
"하하, 성님! 아우의 뜻을 그리 헤아리니 술이 석 되요."
"인심 좀 더 쓰소. 쪼잔하게 석 되가 뭔가? 서 말은 되어야지."
놀게가 술을 치며 혀를 찬다. "다문 말대로 새 시대를 창업해도 시원찮을 한옥마을을 시장(market)의 아가리에 밀어넣었으니 천하공물이 울 일이여..... 마을이 어쩌다가 시장에 넘어갔을까? 구도심 재생이 마을을 상품으로 파는 일인가? 마을이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되어야 하는가?"
강 목수가 말을 받는다. "긍게, 상업은 넘치고 정여립이고 전녹두고 아름다운 옛일은 몽땅 죽었네. 우물만도 못하네. 아무때나 누구나 마시면 임자이지. 우물은 마을의 공동 자산이니, 니 것 내 것이 따로 있던가? 한옥마을이 주민의 삶이 자라는 공동 자산은 무슨... 상업 자본과 관광객 놀이터지. 전주시가 가진 10여 개 공공 건물도 무슨 단체 것이지 주민 것은 하나도 없어. 이 마을은 돈이 권력이여. 주민들은 아무 혜택도 없고 세탁소를 갈래도 차를 타고 나가야니 살기 불편한 마을이여."
우물이 네 것 내 것이 따로 있던가? 주인이나 길손이나 마을 사람이나 누구나 마시면 임자이지. 백중날 두레박을 타고 내려가 청소를 하고 관리를 했다.
다문의 주인장 소춘수 당원은 묵자연구회의 살림꾼이자 한옥마을 토박이이다. 키가 껑충한 이 사람은 마을이 항상 생산하고 그로써 마을을 항상 안민하는 항산항심(恒産恒心)의 마을을 생각한다.
소춘수 당원은 공짜(천하공물)로 묵고(묵자의 천하무인) 놀자(노자, 인위가 질곡을 만드니 무위로 놀자)고 한다. 전주 한옥마을에 오면 다문을 찾아 소춘수 당원의 고금소통과 정갈한 밥상과 직접 담근 탁주를 맛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