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유지 조례를 만들자
강주영 정의당전북도당 기획위원장
해마다 수십조 원의 돈이 도시 재생과 농촌에 투자된다. 그 많은 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2018년 도시 재생 사업비만 해도 약 9조 5천억 원이다. 갚지 않아도 되는 보조금이 각종 명목으로 쏟아져도 현실은 개선된 것이 없다. 농촌은 여전히 몰락하고, 자영업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파산하고, 세입자들은 산전수전 겪으며 거리를 활성화했더니 임대료가 너무 올라 쫓겨난다.
대한민국이 부동산공화국이라는 것은 따로이 증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일이다. 연구에 의하면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은 2015년 국내총생산의 22.1%에 해당하는 346조 2000억 원, 2016년은 국내총생산의 22.9%인 374조 6000억 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부동산 불로속득은 국민총생산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부동산 소득은 세금으로 도시 개발을 하여 토지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발생한다. 부동산 주인의 노력을 크게 인정한다 하여도 20% 이상은 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음 토지(건물 포함) 정의라고 본다. 국가 차원에서는 토지와 개발 이익에 대한 조세 정의가 필요한 일이지만 마을이나 지역 단위에서는 공유지를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 국가의 세제 개혁은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만 지역의 자치에서는 지역 주민의 뜻만 있으면 의외로 쉽게 마을 단위에서의 토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여기서 공유지는 마을에 주민등록이 있는 모든 주민들이 권리를 가지며, 어떤 이유로도 배제되지 않는 토지와 건물을 말한다. 마을의 도로는 지역 주민 누구도 그 사용에 지장을 받지 않으며, 외부인들도 자유롭게 이용한다. 지역 주민에게 공유지가 있다면 마을의 생산과 분배, 마을의 자치 복지가 가능하다.
농촌 마을에서는 공유지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소농 연합 협업화 공동 목장'이 가능하다. 도시에서는 자본 중심 대형마트에 대항하여 마을 주민이 직접 운영하고 그 수익금은 마을 복지에 쓰는 마을 생협이나 소비조합 운영이 가능하다. 학교 급식 식품 작업장을 도시 마을의 공유지에 설치할 수 있다. 마을의 생필품을 생산하는 마을 작업장이나 문화 공간을 둘 수도 있다. 현재 운영되는 주민자치센터의 공간 개념이 아니다. 주민이 직접 운영하고 생산, 교환, 분배가 이루어지는 대안 경제의 구심체로 공유지는 작동한다. 도시 공유지와 농촌 공유지는 서로 연대할 수 있다.
갯벌을 예로 생각하면 공유지에 대한 이해가 쉽다. 갯벌은 법률적으로는 국가의 공유 수면이지만 대대로 연안의 어민들이 갯벌을 자치관리해왔다. 갯벌은 어촌 마을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유지였다. 하딩이 말한 공유지의 비극 같은 것은 마을의 자치관리 규약을 통해 발생되지 않았다. 새만금 사업처럼 주민 공유지 갯벌을 간척을 통해 국가와 자본의 만리장성으로 만드는 것은 강도 짓이고 마을 민주주의의 파괴이다.
특정 지구에 돈을 쏟아붓는 도심재생사업은 결국 뜨는 동네, 지는 동네를 반복할 뿐이다. 위의 갯벌 자치관리 경제는 분명 비자본주의적인 호혜경제이고 공동체 공유경제이다. 빈방이나 도구를 같이 쓰는 짝퉁 공유경제가 아니다. 문중의 땅은 문중의 가난한 이를 구제하기도 하였다.
공유지는 특정 단체, 법인, 기관의 것이 아니다. 마을의 총유 자산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민법 제262조에서는 수인의 소유는 공유로, 제271조에서는 주인이 조합체로 소유할 때는 합유로, 제275조는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에는 총유로 하고 있다.
민법대로라면 마을사단을 별도로 등록해야 한다. 정확히는 마을은 소유권의 주체로 성립되어 있지 않다. 마을총유를 별도의 사단을 형성하지 않아도 주민등록상 마을 주민이면 마을 공유지, 공유건물에 대해 소유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장과 몇몇의 심의위원들이 판단하는 지자체 공유가 아닌 마을의 총유 자산이 되어야 한다.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공공 건물이 십여 개소이다. 이것의 위탁관리 지정은 전주시에서 한다. 한옥마을에 살지도 않는 심의위원들이 결정한다. 이것부터 마을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마을 총유로 돌려야 한다.
대의결정이 아닌 마을에 의한 직접민주주의이다. 시장은 권력을 마을에 주어야 한다. 이것은 가능하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내쫓김이 없는 마을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일은 법률을 바꾸지 않고 조례만으로도 가능하다.
공유지 확보는 주민의 직접 소유권과 마을 권력을 세우는 직접민주주의이다. 지역의 노동, 생산, 소비, 교환을 바꾸는 비자본주의 호혜 경제의 시작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바꾼다'는 말을 할 수 있다.
도로, 소공원, 하수처리장, 학교 용지 등 공유지가 통상 도시계획할 때에 25% 정도를 차지한다. 이것은 도시의 필수 기능을 하지만 직접적인 생산과 분배, 복지 기능을 하지는 못한다. 현행 법으로 가능한 토지비축제를 활용하여 연간 마을 공유지 확충 목표를 정하고 이를 중장기적으로 실천하면 마을 대안 경제의 물적 토대가 확보될 것이다. 마을 공유지 확보가 진짜 공유 경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