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선거제도 개혁의 과제
정태석 정의당전북도당 정책자문위원(전북대교수)
지금 국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을 이루려는 노력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당정치가 이루어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회가 국민의 의사를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게 하려면 정당들이 국민들로부터 얻은 지지율에 비례하여 의석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법과 정책이 국회에서도 다수의 찬성에 의해 제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득표율에 정비례하여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를 비례대표제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비례대표제는 정당을 선택하는 투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선거제도는 지역구선거제인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제도이다. 총 의석 300석 중 지역구선거로 253명을 뽑고 비례대표선거로 47명을 뽑는다. 그런데 소선거구제로 의원을 선출할 경우 당선자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에 투표한 유권자들의 표는 사표가 되어 의회에서 대표되지 못한다. 게다가 최악의 후보를 피하려고 최선의 후보를 선택하기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모든 지역구에서 이렇게 많은 사표들이 발생하고 또 국민들의 의사가 정당지지율에 따라 공정하게 대표되지 못하므로 의회는 국민의 정당지지 비율에 맞는 대표성을 지니기 어렵다. 특히 소수정당, 신생정당의 경우 지역구에서 의원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서, 이 정당들을 대표할 의원들이 선출되고 이를 통해 그 정책들이 의회에서 논의되고 선택될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그나마 47명의 비례대표의원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 기회를 제공해줄 뿐이다.
사실 그동안 현 집권당인 민주당은 소선거구제를 통해 정당지지율에 못 미치는 의석수를 차지하는 불이익을 당해왔고 그 이득은 주로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이 누려왔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크게 낮아진 반면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소선거구제의 이득이 민주당에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래서 민주당은 지금 이전의 당론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 다시 저울질을 하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그런데 12월 17일에 이루어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5당 대표들의 합의에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단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힘(세력)의 논리를 내세워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거대양당을 압박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렇다면 정의당이 적극 지지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도대체 무엇인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재와 같이 총 의석수를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미리 배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서로 연동시키는 방식을 택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비례대표제와 완전히 다르다. 이것은 우선 정당별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당하고, 이 의석수를 먼저 지역구(소선거구)에서 당선된 사람으로 채우는 제도이다. 이처럼 지역구와 연동시킨다는 점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부른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할 경우에 문제는 정당에 따라 어떤 정당은 지역구 당선자들이 비례대표로 배당된 의석수보다 더 많을 수가 있고, 어떤 정당은 더 적을 수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례대표선거 지지율 40%로 총 300석 중 120석을 차지하게 된 정당이 지역구선거에서 100명의 당선자를 냈다면 2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추가로 당선시킬 수 있다. 반면에 비례대표선거 지지율 50%로 150석을 차지하게 된 정당이 지역구선거에서 160명의 당선자를 냈다면, 10명이 초과하게 된다.
이 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총 의석수가 늘어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지역구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자와 같이 총 의석수가 늘어나는 것을 허용한다. 선거제도 합의에서 현실적인 쟁점이 발생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 국회의원들은 현재의 지역구 수를 줄이기를 원치 않는다. 그런데 국민들은 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나는 것을 탐탁케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의석수 초과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지역구 선거의 비리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전국 비례대표제를 적절히 혼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한 이러한 방안은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다양한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공정한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우선 정당은 보수-중도-진보 등의 차이를 통해 계급·계층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다. 그리고 녹색당처럼 환경/생태 가치를 대표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외에도 지역, 성별, 세대, 직업과 직능, 소수자 등 다양한 이익과 가치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지역 대표성은 비례대표제를 지역구 선거와 연동함으로써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이익이나 가치를 공정하게 대표하려면,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 후보의 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정한 후보선출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당내 민주주의를 법제화하는 것도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한 과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