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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변희수 하사 복직을 위한 전국동시다발 정당연설회 발언 전문


- 일시 : 2021년 3월 6일 (토) 오후 3시 10분
- 장소 : 5기갑여단 앞





□ 추모사 - 박예휘 운영위원 
‘당신이 남기고 간 것은 절망이 아니기에’
어떻게 지내시나요
여기에는
신을 신다 말고 주저앉을 것만 같은
잘만 먹다가 울컥- 숟가락을 놓칠 것만 같은
산 사람의 며칠이 느리게 흐르고 있습니다.

지독히도 야속한 세상이었죠.
여기선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저기선 자격이 없다고 하고
디스포리아를 해결하고자 했을 뿐인데
한쪽에선 삶에 지장을 덜게 됐다며 안도해주고
다른 한쪽에선 이제 당신의 존재가 지장이 된다고 하네요.

차라리 제발 하나만 하라고 울부짖고 싶은 이 이상한 땅 위에서
문제를 똑바로 마주 보던 당신이
주먹을 꼭 쥐고 환한 빛을 내던 당신이
진정 촛불이었습니다.

있잖아요,
끝까지 싸우겠다던 당신의 말이
참 여러 사람 웃고 울린 걸 아시나요.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변희수에게 벌어진 모든 일과
변희수가 한 모든 일이
이토록 여러 사람을
지금보다 더욱더 가만히 있을 수 없도록 만들었으니
얼마나 커다란 힘인가요.

우리 사이 오간 것은
용기와 위로 그리고 힘밖에 없다는 것을
부디 잊지 말아 주세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운 당신..

이제 당신이 굳세게 비춰주던 어둠 속으로 나아갑니다.
어떤 무지갯빛 세상을 아프게 그리면서
우리는 여백을 따라 걸어갑니다.

계속 불편해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몇 번이라도 말할 겁니다.
얼마든 번거로워질 수 있어요.
기꺼이 그럴게요.
그러니 정말로
진실로 진실로 슬퍼하지도 미안해하지도 않기를.
당신이 남기고 간 것은 절망이 아니기에
남은 이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평안하세요.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이해시킬 필요 없는 곳에서
생전에 좋아하시던 꽃과 함께
그저 고운 날만 보내세요.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나요. 다시 만나요.


□ 이지수 양주시위원회 부위원장
 고인의 떠남을 애도하며 우리 양주,동두천, 연천당원들은 분노합니다. 고 변희수 하사는 제5기갑여단에 배속되어 전차를 운전하며, 우리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키셨던 충실한 군인이었습니다. 국가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수호자였습니다. 우리 양주시, 동두천시, 연천군이라는 군사적 대치의 현장에서 불행하게도 전쟁이 발발하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우리 당원들의 가족과 친구, 동료 등 모든 시민을 지키려는 의지를 가진 훌륭한 부사관이자 군인, 우리의 이웃이었던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대한의 육군은 차별과 혐오로 가득한 이유로 이 훌륭한 군인을 내쳐버렸을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그 목숨까지 잃게 만든 장본인이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양주시위원회의 당원들을 내 목숨 바쳐가며 지켰던 변희수 하사님을 결국 우리가 지키지 못했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분노합니다.

 성소수자는 우리의 삶 어디든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존재를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존재를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볼펜으로 쓴 글자에 지우개를 문지른다고 지워집니까? 결국 무리하게 지워지지않는 글자를 지우려다가 종이를 찢어먹고 맙니다. 이처럼 성소수자는 이 땅에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의 존재를 지우려는데 어느 누가 안전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전역에 퍼져있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의 문화는 벌써 이번 달에만 몇 명의 성소수자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육군은 전통적으로 성소수자를 차별하였고 차별의 결과는 나라와 시민을 지킬 의지와 사기가 하늘을 찌르던, 전우들과 소속 부대 지휘관의 인정을 받았던, 아니 응원을 받았던 훌륭한 군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천인공노할 국가폭력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육군, 그 외에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의 온전하고 신속한 제정을 요구합니다. 

정의당 양주시위원회는 정의롭고 차별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모토로 삼고있습니다. 이번 고 변희수 하사의 죽음에 대하여 정의당 양주시위원회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그 곳에서 남은 일은 모두 산 자에게 맏기시고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인이 바라던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 우리가 만들어 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육군은 군인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모두의 마음속에는 영원한 멋진 군인입니다. 그 명예,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기자회견문 - 류세아 위원장
故 변희수 하사를 죽음으로 내몬 군 당국과 성소수자 혐오 사회 규탄한다. 

성소수자 혐오 사회가 또다시 한 명의 트랜스젠더를 죽였다. 지난 3일 성소수자 사회는 변희수 하사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절망에 빠져야만 했다. 성소수자 활동가 김기홍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들은 사인은 자살이 아니다. 성소수자를 거부하고 배제한 사회에 의한 타살이었다.

故 변희수 하사는 누구인가. 그녀는 트랜스여성이었고, 중부전선의 기갑부대인 제5기갑여단에서 복무한 대한민국 육군 하사였다. 그 누구보다도 우수한 군인이었고, 군대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시민을 보호하는 데 있어 군 생활에 가장 충실한 군인이었다.

하지만, 군 당국은 그녀가 자신의 성을 확정한 것 자체를 두고 군대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함으로 보았다. 남근의 유무라는 성별 이분법적 사고에 따라 당연하다는 듯이 변희수 하사를 군대에서 내쫓은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군이 인력 부족이라는 이유로 병역판정기준까지 낮추어가며 병력을 확보하는 상황 속에서 성소수자는 철저하게 배제했다. 군 당국은 규정을 빌미로 성소수자가 군대에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군에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한국 정부에 남근 중심적인 판정에 대해 국제 질병 분류 기준을 위반한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호소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답변 기한이 한참 지난 작년 10월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은 병역법에 의한 정당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답변에서 한국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언급하며 여러 분야를 고려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수많은 국제사회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합의를 언급했던 정부는 성소수자 인권 향상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었다. ‘사회적 합의’의 기틀을 조성하고 모든 시민을 포용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는 사회적 합의라는 단어 뒤에 숨어 성소수자들의 죽음을 방치했다.

 군 당국은 내부의 목소리도 무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 사건에 대해 전역 처분이 부당하며, 처분 취소를 국방부에 권고했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에 유사한 피해 사례의 재현을 막기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변희수 하사를 강제 전역시킨 것에 대해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성소수자 사회는 변희수 하사의 죽음이라는 비통한 소식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었던 변희수 하사는 다시 한번 제복을 입지 못하고 하사 계급에서 군 생활을 영원히 마무리해야만 했다. 만일 군 당국이 국제사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최선을 다해 자신을 바꾸어 나갔더라면, 변희수 하사를 자신들의 전우로서 인정하고 같이 군 생활을 이어 나갔더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마지막 순간이라도 그녀를 전우로 인정하고 예우했다면, 변희수 하사의 슬픔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군 당국은 그러지 않았다. 군 당국은 변희수 하사의 사망 소식에 대해 ‘민간인’이라는 용어를 쓰며 그녀가 군인이었다는 사실 자체도 지워 버리고 말았다. 군 당국은 마지막까지 성소수자 군인을 배제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한 번 군인은 영원한 군인’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변희수 하사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것이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2월 9일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보고서는 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트랜스젠더의 65.3%가 지난 1년 동안 본인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자신의 성별 정체성 때문에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례는 57.1%에 달한다.

트랜스젠더가 이러한 고통에 직면했을 때, 한국 사회는 결코 평등의 길로 전진하지 않았다. 그들이 차별과 혐오 속에서 허우적거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이 죽음으로 나아간 이후에도 이들을 동등한 시민들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로지 이들의 절규에 ‘나중에’라는 말로 트랜스젠더의 고통을 장기화시켰을 뿐이다.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 참기에는 너무나 많은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는 한 사람의 성소수자도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죽음을 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라도 군 당국과 한국 사회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모든 규정을 철폐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것은 나중에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는 故 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한다. 故 변희수 하사는 생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기갑의 돌파력으로 그런 차별을 없애버리고 살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는 마찬가지로 ‘연대의 돌파력’으로 성소수자들을 향한 모든 차별들을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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