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퀴어 여성의 삶에 존엄을
- 113회 세계 여성의 날 기념 -
올해도 세계 여성의 날이 돌아왔다. 빵과 장미를 요구하며 들고 일어선 여성 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된 이 날은 여성 차별 철폐와 성평등을 지향하기 위한 국제적인 기념일이다. 이 기념일에 맞추어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는 특히 주목받지 못했던 퀴어 여성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려고 한다.
퀴어 여성들은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 이러한 경향이 최근에는 절망적인 소식들로 나타나고 있다. 트랜스여성이었던 故 변희수 하사는 결국 군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또한 군 당국은 그녀를 ‘민간인’이라 언급함으로써 끝까지 자신들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2021년에 퀴어 여성이 퀴어 여성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배제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제 퀴어 여성들의 호소는 단순히 ‘차별하지 말라’가 아니게 되었다. 절박한 목소리로 ‘죽이지 말라’가 되었다. 퀴어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 자체를 사회에 간절히 호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자신의 존재 때문에 죽음마저 염려해야 하는 현실은 퀴어 여성들을 끊임없이 짓누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치권은 퀴어 여성들에게서 빵 부스러기와 장미 줄기마저 빼앗아가고 있다. 퀴어 여성들이 정치권에서 접하는 단어는 ‘평등’이 아니라 ‘혐오할 권리’였다. 이런 현실은 힘겹게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더는 퀴어 여성들의 삶을 희생시킬 수 없다. 한 사람의 퀴어 여성도 비극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퀴어 여성들에게 빵과 장미가 주어져야 한다. 자신의 삶을 잘 꾸려갈 수 있도록 평등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평등 사회로 가는 가장 기초적인 법률이다. 이제 나중으로 미룰 수 없다. 퀴어 여성의 삶에 존엄이 당장 주어져야만 한다.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는 내년 세계 여성의 날에 성평등을 위해 한국 사회가 비로소 한 걸음 나아가게 되었다고 논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2021년 3월 7일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 류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