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공원 일몰, ‘대규모 아파트 건설’ 대안 아니다!
도솔산(월평공원) 대규모 아파트 건설저지를 위한 갈마동 주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정은희
도시공원은 우리 인구의 9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 지역에서 도시 자연 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 휴양 및 정서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공간입니다. 도시 공원은 도시민의 삶의 질의 주요 지표이며 환경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도시 기반시설입니다.
특히나 월평공원은 대전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음에도 우수한 생태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대전시가 나서서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할 정도로 환경적 우수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아름다운 도사숲 10선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월평공원은 대전 시민들의 쉼터일 뿐 아니라, 법적보호정, 천연기념물 등 다수의 야생동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서식처입니다.
이러한 월평공원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사유재산 침해와 관련된 도시계획 시설 지정의 헌법 불합치 판결에 따라, 2020년 7월 1일로 그 기능이 자동 실효되는 일명,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입니다. 1965년 공원으로 지정되고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월평공원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도시공원 특례제도’는 미조성된 5만㎡ 이상의 면적인 도시공원을 대상으로 민간사업자가 도시공원 부지의 70% 기부 채납을 조건으로 30%에 대해서는 녹지 및 주거 상업지역에 허용하는 개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매입하는 사유지의 30%에 대해 개발을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민간사업자는 경제성, 수익성을 이유로 아파트 등의 고밀도 개발을 선호합니다.
월평공원 또한 대전시와 민간사업자는 갈마지구 2,730세대, 정림지구 1,605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도시공원 특례제도’의 도입 취지인 공원 조성과는 무관하며, 대전시의 균형 발전과 삶의 질을 떨어뜨릴 잘못된 사업입니다. 몇 가지 핵심적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된 생태공원인 월평공원을 헥타르당 460명이 거주하는 고밀도 개발을 하겠다는 것은 공원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이는 특례사업의 근거가 되는 도시공원법 제21조의2 ‘2. 해당 공원의 본질적 기능과 전체적 경관이 훼손되지 아니할 것’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둘째, 녹지지역인 공원지역을 일반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고층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업자에 대한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대전시의 제안자 우선방식은 기업에게 막대한 특혜를 안겨주는 일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셋째, 2013년 이후 인구 감소 추세에 있는 대전시에 대규모 아파트 공급은 불필요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대전시의 주택보급률은 102.2%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실제 거주시설인 오피스텔 9,831세대가 빠져 있는 등 주택보급률을 낮춰 잡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1~2인 가구의 증가 등 가구 형태의 변화로 인해 추가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대전세종연구원은 대전의 인구 변화는 세종으로의 유입과 1~2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 고령사회진입이라고 밝히며 ‘다양한 형태의 소형 주택 공급 주력’이라고 밝힌 만큼 일룰적인 아파트 건설은 불필요합니다.
넷째, 월평공원과 갑천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은 대전시의 균형발전을 저해합니다. 원도심 활성화와 균형 발전은 대전시의 오랜 숙제입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후보 시절,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서구, 유성구 추가 택지 개발은 하지 않겠다’고 공약하였습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6.19 부동산 대책은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관리가 핵심이며, 8.2 부동산 대책은 도시재생뉴딜사업이 핵심입니다. 2차례 대책 모두 신규 건설이 아니라, 도시재생이 핵심입니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은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로 5년 동안 해마다 10조 원씩 투입해 전국 500곳의 도시재생을 목표로 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대전시도 TF를 구성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섯째, 문재인 정부가 도시공원 일몰제에 해결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대전시도 필요악임을 인정한 대규모 아파트 건설 외에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토지공개념 확대, 국민 1인당 생활녹지를 WHO 권고 기준으로 확대, 도시공원 트러스트 제도 마련,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 개선에 동의하였고, 국토교통부는 임차제 도입을 골자로 한 도시공원법 개정 추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제 월평공원과 갑천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철회하고, 완전히 다른 대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해 도시공원으로서 가치가 높은 곳부터 우선 매입하는 것입니다.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과 함께 대전시의 특별회계, 공원녹지조성기금의 설치, 공원조성사업 지방채 발행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향후 10년 동안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도시공원 매입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대전시는 중기지방재정계획에 5천억 원을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부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으며 월평공원 특례사업은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시공원내 국공유지의 경우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개인의 사유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었으므로, 50%에 달하는 국공유지를 일몰에서 제외하면 개발 압력을 훨씬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해제되는 공원의 보전녹지 편입하거나 도시자연공원 구역으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사유재산권의 침해를 해소하기 위한 불합리한 구역 제도 개선과 구역 내 임야에 대한 조세 감면 혜택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도심 속 공원의 생태적 가치는 국립공원보다 작을 수 있지만, 도시공원은 시민의 편의성, 인간과 생태계의 연계성, 경제성 측면에서 국립공원보다 결코 가치가 낮다고 할 수 없습니다. 도시공원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공간이며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이어주는 다리이기도 합니다. 월평공원-갑천은 대전의 주요한 공공재이며, 그 이용에 대해 대전 전체의 도시계획을 고려해 시민들과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도시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투기를 부추기며, 공익적 가치를 훼손하고,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아파트 건설 사업이 하루 빨리 철회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