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은 정치의 전리품이 아니다

-서울시 ‘TBS 지원 폐지 조례안’ 단행은 또 다른 국힘식 김어준류가 판치는
어용 방송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아닌지 검증해야 한다
 

 서울시는 TBS 출연금을 88억가량 삭감하고, TBS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조례를 대폭 수정을 공언했다. 나아가, 기존의 교통방송을 문화와 예술 분야로 전환하고 출연 출자에 관한 시장 및 기관 이사회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다만, TBS의 기존 설립 목적에 위배되는 거대 양당 간 힘겨루기로 비화되는 현상이 심히 우려스럽다. 이미 서울시는 뉴스 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에 대한 무계약 출연료 지급에 대한 위원회의 감사에 착수했다. 연이어 TBS 조례 폐지 및 예산 삭감에 대한 공표는 시의회 권력 교체에 힘입어 서울시장의 입맛에 맞는 인사 재편의 움직임으로 비춰진다. ‘김어준 류’의 정치 방송을 대표 콘텐츠로 앞세웠던 정파화를 지양해야 하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의 힘이 TBS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며 인사를 재편하는 것이 또 다른 국힘식 김어준류가 판치는 어용 방송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아닌지 검증이 필요하다. 즉, 서울시의 주장대로, 과연 TBS 방송국의 기능 변경과 인사 재편이 공익에 부합하는 적절한 조치로 볼 수 있는지 진단해야 한다.

 TBS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선제적 대응, 공공성 있는 콘텐츠 생산, 독립성이 보장된 공영방송의 목적하에 설립됐다. 그리고, 지역, 교통, 생활 정보를 제공하며 시민의 미디어 참여와 소통의 창구로 역할 하고 있다. 설립 목적과 기능을 미뤄봤을 때, TBS는 시민의 편익과 알 권리를 제공하고 시민사회를 위한 건전한 공론의 장 마련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거대 양당의 정치 선전 도구로 전락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조례 수정 과정 속 신임 대표 선임 선출 과정에 서울시와 기관 이사회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공익을 위한 개선보다 당의 사유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로 김어준을 빌미로 한 보복 조치이자 협박임에는 분명하나, 이번 사태로 드러난 것은 언론의 정치화를 위한 거대 양당의 탐욕이다. 이미 뉴미디어 환경 속에서 양당의 정치 인사들은 연일 과격한 발언과 가짜뉴스를 쏟아내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런데, 시민의 공간이자 공영방송인 TBS마저, 저질스러운 유튜브 콘텐츠 양성소와 특정 계파의 나팔수로 전락시켜 온 것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TBS에 지금 필요한 건 인사 및 설립 조례를 전면 수정하는 교각살우식의 처리법이 아니라 양질의 콘텐츠와 역할 수행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다.

 공영방송이 거대 양당의 권력 획들을 과시하는 수단으로써 비춰지는 것을 심히 규탄한다. 늘 양당은 누가 언론을 통제할 힘을 확보하는지를 주안점으로 삼느라, 제3의 권력인 언론의 주체가 시민사회이며 공정한 정보 전달과 정부 감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TBS의 주인은 서울시가 아니라 서울 시민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권력 암투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 방송의 질을 향상하고, 공론의 장 형성을 위해 기존 직원들에 이어 각계각층의 인사를 도입할 생각을 해야 한다. 이미 이전 시장 과업 지우기에 몰두하느라 ‘아이 서울 유’를 제거하며 괜한 예산을 낭비하는 서울시가 더 이상 지리멸렬한 행보를 멈추기를 요구하는 바이다.


 

2022년 9월 15일 정의당 서울시당 공동대변인 여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