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두려운 두 사람의 도피처, ‘비포 선라이즈’에서 만나다.
유럽인인 셀린은 할머니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제시라는 미국인 청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제시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유럽에 왔다가 이별하고 다음날 떠나는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떠나는 중이었다.
우연히 기차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인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시간이
다되어 역에 내려야 할 무렵, 제시는 셀린에게 같이 내리자고 제안하면서 함께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그들은
같이 길을 걸으며 레코드 가게에서 음악을 듣고, 놀이공원도 가고. 낯선 곳들 하나하나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공유한다. 인생, 종교, 페미니즘, 사랑까지.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예정된 시간이 되어 둘은 작별한다. 6개월
후에 만나기로 하면서 말이다.

그들이 보낸 하루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 시간 속에 나도 함께 했다.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함께 여행을 떠난 것만 같았고, 함께 사랑을 시작한 것만 같았다. 사랑에 빠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있을까? 이들의 사랑은 진행형으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기 보단 열차에서 만나 눈을 맞추고 대화하던
순간, 이미 시작되었다. 누군가가 ‘하룻밤 사이의 만남은 너무나도 짧지만 서로가 사랑에 빠지기엔 충분했던 시간’이
라 했던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일들은 좀 더 사랑 받기 위한 것 아니냐는 셀린의 말에도 묻어났듯이 이 영화는 한
장면 하나하나에 사랑에 대한 불안함, 기대감, 풋풋함, 씁쓸함이 모두 담겨있다. 이번 여름, 이들의 짧은 여행에
함께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