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후보님께
언제나 지는 싸움만 해왔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한 번도 제가 지지한 정당이나 후보가 당선되는 경험을 해본 적 없습니다.
정치는 무엇일까요? 투표는?
저에게 투표/정치란 '정체성의 싸움'이었습니다. 전부는 불가능하더라도 나의 가치, 나의 윤리, 나의 정체성을 '대리'해줄 정당/후보에게 언제나 표를 주었고, 언제나 실패했습니다.
실패할 때마다 세상에 내가 부정당하는 기분에 울지 않은 선거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당신을 지지했던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으로 대변되는 나의 가치, 나의 윤리, 나의 정체성을 저는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요. 나 대신 싸워주는 당신에게, 저는 지지율 3% 중 고작 숫자 1로 표시되겠지만, 여기 지지자가 있다고, 그러니까 같이 싸워달라고, 응원하고 있다고 언제나 말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지금 당신께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 같은 사람을 위해, 힘들더라도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돌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기끼어, 지는 싸움을 할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결과가 아프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요.
또 울 것 같지만, 그래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 하잖아요.
여기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심상정 후보님께 익명의 지지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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