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노회찬 공동대표, 2/18 한국일보 인터뷰 전문
[서화숙의 만남] '의원직 상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역사엔 시효 없어… 280개 테이프 안기부 X파일 공개해야"
  • "우리가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는 사과하라고 일본정부에 계속 요구하면서 사법부가 과거를 사죄한 적이 없습니다. 사법부 스스로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반성하고 사죄를 안하니까 이렇세 구성원 스스로 법의 권위를 허무는 판결이 계속되지 않나 싶어요."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의원 159명 선고연기 요청 묵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임박 상황 대법 판결 강행은 사법권 횡포

'공익 위한 공개' 인정 안돼
국회TV로 다 중계됐는데 인터넷에 올렸다고 문제삼아

'떡값 검사들'은 처벌 안 받아
불법도청의 결과물이라 해도 그걸 기초로 새 증거 찾으면 돼


노회찬(57)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14일 19대 국회의원직을 물러났다. 물러나야 했다. 삼성으로부터 명절에 뇌물을 받은 것으로 1997년 안전기획부 도청 테이프(안기부 X파일)에 들어있는 전 현직 검사 7명의 명단을 2005년 인터넷에 공개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고 대법원이 이날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의 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학수 삼성 그룹회장 비서실장과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간의 대화가 녹취된 도청테이프는 2005년 뒤늦게 세상에 알려져서 삼성이 당시 대선후보는 물론 검찰 고위층에 정기적으로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났으나 뇌물을 주고 받은 사람은 누구도 처벌받지 않은 반면 이 사실을 알린 이상호 당시 MBC기자, 김연광 당시 월간조선 편집국장과 노회찬 전 의원만 기소되어 나머지 두 사람은 선고유예형을 받았다. 노 대표 표현대로 도둑은 수사하지 않고 도둑 잡으라 소리친 사람만 잡은 격.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지검 2차장이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보수층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평이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무죄가 확실하다며 노 대표의 3.1절 사면을 청원하기 위해 100만인 서명을 받고 있다. '더 큰 권력을 응징하는 국민의원이 되어달라'는 시민들의 응원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를 만났다.

-이번 대법판결, 예상은 하셨나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앞두고 159명의 의원이 선고연기를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질 거라고 봤는데 판결이 강행되어서 놀랐습니다. 처음 유죄를 내렸던 1심도 판결문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지만 국회의원으로서의 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선고유예가 마땅하나 과거에 제가 민주화운동 전과 때문에 선고유예가 불가하고 그렇다면 벌금형이 합당한테 이 법에는 벌금형이 없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실형을 내린다고 변명하듯이 판결문에 적었어요. 그래서 법을 개정하려고 152명이 공동발의한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으니까 통과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것을 알렸거든요. 이걸 묵살했다는 것은 법이 고쳐질까봐 사법부가 오히려 두려워해서 판결을 내린 듯 오해할만해요. 그리고 입법부에서 법개정이 임박한 상태에서 판결을 내려버리는 것은 입법권에 대한 사법권의 과도한 횡포가 아닌가. 작년 4월 총선 때 한나라당 허준영 후보가 선거공보물 한 페이지로 '노회찬 뽑아봤자 소용없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주민들은 57% 이상 지지해주셨어요. 저는 그것이 국민의 판결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판결이 유권자들에게 상처가 됐을까 안타깝고요. 납득할 수 없는 판결로 사법부가 불신을 받는다면 그것 또한 사법부를 위해 안타까운 일이라고 봅니다."

-사실은 2심의 무죄를 뒤엎고 2011년 파기환송심 났을 때 더 놀라셨겠어요.

"그때는 충격적이었지요. 제가 기소된 이유는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과 통신비밀보호법위반입니다. 허위사실 유포가 입증되려면 제대로 수사를 해서 떡값을 안 받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수사 자체가 없었고요. 테이프만 들었을 때는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을 당연히 할 수 있고 그 정도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 또다른 공직에 있는 사람이 이 정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거죠. 1심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만 유죄이다가 2심에서는 둘다 무죄였는데 대법원에서 다시 통신비밀보호법 부분을 일부 유죄판결을 내렸어요. 불법도청된 내용을 공개하는 위법한 행위라도 공적인 사유가 있을 때는 죄를 면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건 공적 관심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이학수 부회장, 당시 주미대사로서 대권과 연관되어있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등장하고 돈을 받은 사람은 이회창 후보와 동생, 김대중 대통령, 검찰 고위관계자들도 등장하는데 이게 어떻게 사생활인가요. 당시 천정배 장관이 국회 법사위에서 답변을 하면서 '건국 이래 최대의 권경검언 유착사건이다' 이렇게 표현했는데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은 어느 정도까지 알고 계세요?

"당시 안기부에서 한 불법도청테이프는 280여개가 있어요. 그 중에 1997년 4월, 9월, 10월의 테이프 세 개를 녹취록으로 보고 테이프로 확인했습니다. 녹취록에 없는 부분도 테이프에는 있었습니다. 97년 '세풍사건'의 새로운 진실들이나 기아자동차 책임문제를 비롯한 주요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로비 정황도 나옵니다. 재무관료들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지만 더 들으면 나올 거라 여겨지는 대목들은 나오지요."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유죄판결한 것에 대해서는 시비가 여전하지요.

"보도자료로 기자들에게 준 것은 면책특권의 보호대상인데 인터넷에 올린 것은 걸러지지 않고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걸 넘어선 게 됐다는 게 판결요지입니다. 그날 회의는 (국회)TV로 전 국민에게 중계가 됐습니다. 몇 십만명이 그 티비를 봤고 인터넷에 올려서 본 것은 당시 조회수가 1만4,000에 불과했습니다. 원래는 보도자료도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지 못했지만 (86년 민주당) 유성환 의원의 국시발언과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 때문에 새로운 판례가 만들어졌어요. 그건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고 지금은 인터넷과 기자용 보도자료를 따로 만들지 않습니다. 대법원조차도 보도자료를 대법원 홈페이지에 그대로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똑같은 자료를 인터넷에 올린 것만 문제삼는다면 대법원이 인터넷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지금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2,500만을 넘는, 이른바 1인 미디어의 시대에는 기성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과 날것의 자료가 그대로 보도되는 차이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또 국회의원이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데 뇌물수수가 사생활이라니 끔찍한 거지요."

-그런데 어떻게 문제의 검사들은 전혀 기소가 되지 않았습니까?

"이학수씨만 소환조사를 받았을 뿐 홍석현씨는 서면조사를 받았고 이건희 회장도 조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현직 검찰들은 경위서를 쓰게 해서 돈 안받았다고 인정했습니다. 이학수씨 같은 사람이 돈 준 적 없다니까 인정하고. 어떤 뇌물수사에서 돈을 받았다거나 줬다고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수사하지 않은 이유로 두 가지를 대는데 하나는 불법도청의 결과물이 근거기 때문에 수사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 毒樹毒果독이든 나무는 독이든 열매를 맺는다)론을 펼친 것이고요. 두 번째는 공소시효가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불법도청된 결과물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유죄의 유일한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지 그걸로 수사를 못하지는 않습니다. 그걸 기초로 새로운 증거를 찾습니다. 그래서 기소를 하면 되는 것이거든요. 테이프에는 '작년에도 줬는데 이번에도 줘야지' 그런 내용이 있습니다. 해마다 관례적인 '떡값' 수수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2007년도에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고백한 걸 보면 녹취록 다음해인 1998년에 삼성에 취업해서 한 일이 떡값 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녹취록에 나오는 일 이후에도 계속되었으니 공소시효 5년을 경과했다고 볼 수는 없는 거지요. 계좌를 파헤치고 집을 수색해서 정체불명의 돈을 밝혀야 하는데 일체 시도조차 하지 않았어요."

-국회의원으로 수사를 촉구하면 될 일이지 인터넷 공개는 성급했다는 말도 있는데요.

"이름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고위직 검사들에게 돈을 준다는 내용이 2005년7월에 보도가 됐어요. 법사위 의원으로서 장관 등에게 수사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촉구했습니다. 모든 언론에서도 수사해야 한다고 사설 쓰고 기사까지 나왔지만 수사가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8월 18일날 법사위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저는 이래도 수사 안 할 거냐. 그 자리에 법무부 장관 대신해서 떡값 검사로 의혹을 받는 법무부 차관이 나와있었습니다. 당신 이름까지 나와있는데 수사 안 할거냐. 법무부 차관은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습니다. 실명 공개를 하면서도 수사촉구를 했는데 수사가 안됐습니다. 저에게는 불법녹취된 테이프에 들어간 내용이기 때문에 수사할 수 없다고 얘기하면서도 그날 법무부 차관은 '당신의 이름이 x파일에 들어간 걸 알았느냐' '알았다'는 거에요. 어떻게 알았느냐니까 대검 수사부에서 알려줬다는 거에요. 수사대상에게 수사는 하지 않고 당신 이름이 들어가니까 조심하라고 알려준 겁니다. 법사위 회의에서 본인이 증언한 내용입니다. 그럼 그것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입니다. 저는 그걸 이야기했다고 국회의원직 박탈됐는데 그걸 의혹이 되는 사람에게 알려준 수사검사는 (누군지 밝혀지지도) 처벌받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황교안 서울지검 2차장(현재 법무부 장관 후보)과는 경기고 동창이시지요.

"그때 그 친구는 학도호국단(박정희가 유신체제를 고등학교 때부터 각인시키기 위해 1975년 부활시킨 군대식 학생 조직) 간부였고 저는 유신비판하는 유인물 뿌리던 운동권학생이었으니까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그때부터 길이 달랐지요. 그때 같이 유인물 만든 사람이 이종걸 의원입니다."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했는데 공판 과정에서는 검사들을 불러서 따지지 않았습니까?

"만약에 이게 국민참여재판으로 갔으면 무죄가 갔으리라고 봅니다. (무죄 판결한) 고등법원에서 유일하게 수사가 잘못됐다는 것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을 했어요. 왜 수사도 안하고 안 받았다고 단정을 하느냐, 허위사실이라는 입증은 수사하는 쪽에서 해야 하는 것인데 그 입증을 검찰이 하지 못하고서 왜 기소를 했느냐 따라서 이것은 원천적으로 무죄로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검사와 판사가 연루된 사건을 보면 검찰과 법원은 한통속이라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가 검찰 개혁은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집권 초기에 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가 신세진 곳도 없으니 해야 하는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나 여러 총리나 임명하는 것을 보면 개혁하기보다 현상유지를 좀더 적은 비용으로 하겠다는 데 주력하고 있지 않나 실망스럽습니다."

-4월 재보선이 관심사인데 진보정의당에서 후보를 내시나요?

"당연히 내야 된다고 보고 있고요.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입니다."

-안기부 X파일 사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지요?

"280여개 테이프가 아직도 서울지검 사무실에 있어요. 17대 국회에서 테이프를 검열해서 요건에 해당되는 것은 수사하자는 법안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안으로 나와서 발의한 사람만 290명이 넘습니다. 'x파일 공개에 관한 특별법'입니다. 당시에는 여론이 비등하니까 법안이 만들어졌는데 17대 국회 끝날 때까지 통과가 안되었습니다. 지금도 국민들이 요구하고 국회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하면 얼마든지 공개해서 수사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거죠. 공소시효 다 지나간 걸 왜 하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일제가 물러간 지 60년이 지났고 식민지가 시작된 지는 100년이 지난 과거사를 왜 파헤치느냐. 역사에는 시효가 없다는 거지요. 역사에 경종을 울려야 하는 자료라면 당연히 조사를 해야 합니다. 중요한 범죄, 국가적인 사회적인 반인륜적인 행위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달리 계산하는 법안도 19대에 올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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