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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성소수자에게 존엄성을
!

-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

 

 오는 127일은 홀로코스트가 나치에서 벗어난 지 76주년 되는 날이다. 홀로코스트는 그 탄생부터 소멸까지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인류 역사상 최악의 수용소 중 하나였다. 유대인, 집시, 장애인 등등이 많은 이들이 오직 그런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죽음으로 내몰렸다.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는 특히 분홍 역삼각형 표식을 달고 쓰러진 성소수자들을 기억한다. 성소수자들은 부도덕하거나 사회를 망치는 해악처럼 여겨졌고, 그 결과 이들에 대한 격리와 살인이 이루어졌다. 이는 홀로코스트의 명백한 비극이지만, 나치가 패망한 이후에도 세상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무시했다.

 서독에서는 1969, 동독에서는 1968년까지 독일에서 동성애는 불법이었다. 덕분에 홀로코스트에서 탈출한 성소수자들은 다시 감옥에 투옥되는 일도 빈번했다. 많은 이들이 비극적인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고 이에 대한 피해 보상에 공감했지만, 성소수자는 그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그렇게 분홍 역삼각형은 여전히 성소수자들에게 있어 치욕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점차 변하고 있다. 2002년 독일 정부는 공식적으로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홀로코스트 관련 사과를 하였으며, 이 덕분에 조금이나마 홀로코스트 속 성소수자 존재가 재조명받고 있다. 이런 흐름 가운데 많은 국가가 동성애를 불법으로 여기는 법률을 폐지했으며, 동성결혼은 법제화되었다. 성소수자 혐오 반대는 상식적인 구호가 되었으며, 많은 성소수자들이 거리로 나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중요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홀로코스트에서 신음하던 성소수자들이 이제는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기를 요구하며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이런 흐름을 통해 분홍 역삼각형은 억압의 상징이 아니라, 성소수자 자신의 자긍심을 표현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는 어떠한가 따져보면 아쉬움만 남는다. 차별금지법 입법은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 성소수자 처벌법인 군형법 제92조의 6은 현재 폐지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많은 성소수자들과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한 명의 시민으로서 성소수자의 온전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용인하는 사회는 결코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성소수자 혐오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독일 사회가 유대인을 차별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여기면서 박해받았던 것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일으켰는지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유대인이 수정의 밤에 공개적인 탄압을 당하기 시작하면서 독일 내 다른 소수자들 또한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그 결과는 홀로코스트 비극으로 이어졌다. 지금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차별과 배제 그리고 혐오 또한 장기적으로 유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세상에 자신의 정체성으로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없다. 만인은 평등하다. 또한, 독일인들이 전후에 반성의 의미로 자신들의 헌법 제1조에 명기했듯이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될 수 없다. 이런 정신에 따라서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는 현재 한국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성소수자 혐오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고, 차별금지법 제정 등의 적극적인 평등 조치는 즉각 이루어져야 한다. 더는 나중으로 미룰 수 없다.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는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홀로코스트에서 희생한 모든 이들을 추모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홀로코스트 속 성소수자를 추모한다. 또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수정의 밤을 겪고 있을 성소수자들이 그 속에서 벗어나 성소수자를 위한 차별 수정 조치를 이행을 누릴 수 있도록 한국 사회에 촉구한다.


 

20211월 26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 류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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